“비속어 쓰는 친구들 ‘청순역’이 바꿔놨죠”

김향미 기자

청소년 언어순화 캠페인 벌이는 동아리 ‘중심동감’

중학교 2학년인 서승연양(14)은 한 달에 2~3번씩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순우리말을 알리고, 비속어 사용을 줄이자는 ‘청순역(청소년 언어순화 구역)’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양이 속한 ‘중심동감’이란 동아리는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에 다니는 15명의 청소년들이 꾸린 국제교류동아리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거리로 나가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든 <순우리말 사전>을 배포하거나 비속어 사용실태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런 활동을 ‘청순역’ 캠페인이라 부른다.

‘중심동감’ 소속 청소년들은 지난 19~20일 청소년들을 상대로 비속어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남산타운 및 중구 청소년수련관에 모인 청소년 75명에게 ‘하루에 비속어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란 질문을 했더니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30명이었고, 10명은 ‘많이 사용한다’고, 9명은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응답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청소년 99명 중 ‘비속어의 뜻을 알고 사용하는가’란 질문에 14명이 뜻을 모르고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청소년동아리 ‘중심동감’ 소속 청소년들이 지난달 19일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마련된 ‘청순역’ 캠페인 부스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순우리말 퀴즈 맞히기’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제공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청소년동아리 ‘중심동감’ 소속 청소년들이 지난달 19일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마련된 ‘청순역’ 캠페인 부스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순우리말 퀴즈 맞히기’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제공

서양은 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청소년들이 순우리말 대신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는 실정인데, 저는 순우리말이 참 예뻐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만든 <순우리말 사전>을 보면 ‘어뚝새벽’(아주 이른 새벽), ‘하늬바람’(농부나 뱃사람들이 서풍을 부르는 말), ‘여우별’(궂은 날 구름 사이로 잠깐 났다가 사라지는 별) 등의 순우리말이 소개돼 있다. 서양은 그러면서 “저희가 만나는 청소년들도 순우리말과 뜻을 알려주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캠페인에 나선 구여송양(15·상명여중 2학년)도 “‘청순역 지정터’ 스티커를 받아간 한 청소년이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 PC방에 붙여놓고 보면서 예쁜 말을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순역 지정터’는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수련관이나 도서관, 학원, PC방 등이 대상이다. 중구청소년수련관과 ‘중심동감’ 청소년들은 주말을 이용해 직접 해당 기관이나 업소를 방문해 ‘청순역 지정터’ 스티커를 나눠줄 계획이다. 엄희정양(19·성동글로벌고 3학년)은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면 자신이 무심코 쓰는 말투나 언어를 되짚어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청소년들이 비속어보다 바른말을 쓰는 습관을 들여서 언어폭력이나 왕따 문화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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