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타] '덫' 유미가 아닌, '사람' 한제인을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2015. 10. 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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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이씨씨
‘덫: 치명적인 유혹’(이하 ‘덫’)이 2015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받으며 지난 17일, 6년 만에 개봉했다. ‘덫’은 작가 정민(유하준)이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찾은 산골 민박집에서 여고생 유미(한제인)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로맨스 영화다. 지난 24일 논현동 모처에서 한제인을 만났다. 그는 영화 속 유미처럼 여전히 풋풋하고 예뻤다. 하지만 20대 초반 자신의 연기를 6년 만에 스크린을 통해 본 소감은 남달랐을 것으로 여겨진다.

“어린 시절 풋풋하고 예쁜 모습, 물론 촌스러운 면모도 있지만 그때 갖고 있던 눈빛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있어서 너무 감사했고 기뻤다. 20대 초반의 모습이 필모그래피에 없었다면 억울할 뻔 했다.”

한제인은 순수함과 섹시함을 오가며 팜므파탈 매력으로 정민을 유혹하는 소녀 유미 역을 맡아 작품에서 인간의 감춰진 욕망, 금기의 섹슈얼리티를 이끌어냈다. 배우로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쩌면 이미지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봉만대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호기심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순식간에 몰입해 유미라는 캐릭터의 마음을 따라가며 읽었다. 유미에게 순수함, 연민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라서 그 이전부터 노출에 대한 각오도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고 내가 유미를 만났구나, 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오히려 찍고 나서 6년 동안 개봉을 안 해서 걱정했다. 내 이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웃음)
▲ 사진=영화 '덫' 스틸컷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흘러 그는 20대 후반이 됐고, 그동안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던 배우 한제인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6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연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마음이) 단련됐다. 바로 개봉했다면 그러한 고민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감사하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꿔왔던 그가 연기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현실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묻자 그는 복잡한 심정을 담은 얼굴을 보였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텔레비전에 예쁘게 나오고 유명해진다고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내 자신이 아프리카 한복판 초원에 내던진 새끼 원숭이 같았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방법조차 모르겠더라. 무엇보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쉽게 믿는 성격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다. 또 하고 싶었던 작품, 역할에서 번번이 떨어져서 자꾸 실패자가 됐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모든 게 과정이니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 두렵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 사진=영화 '덫' 스틸컷
담담하게 지난 날을 간추려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도 그는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제인은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자신이 결정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후회는 전혀 없다. ‘덫’이라는 작품이 너무 좋고 유미에게 애착이 많이 간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자꾸 생각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다이어리에 유미에게 쓴 편지도 있더라. ‘유미야, 너 아직 거기에 있니?’ 하고. 6년 동안 보내줄 수 없었던 유미를 이제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배우들이 있다. 한제인 또한 촬영 직후에는 빠져나오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품에 안고 있던 유미, 그리고 ‘덫’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한제인은 시원섭섭하다며 이제는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 ‘타투이스트’(감독 이서)를 만났다. 나는 납치돼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역할이었는데, 그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 현장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스태프들의 분주한 모습, 또 촬영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스태프 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겠구나. 불순물 섞이지 않은, 모두가 사랑스러운 그런 마음이었다."
▲ 사진=하이씨씨
그렇게 말하는 한제인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을 자랑해보라고 하자, 그는 어렵다면서 잠깐의 시간을 갖고는 곧 말문을 열었다.

“사람을 좋아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정말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나이, 직업, 모든 걸 떠나서 진심으로 친해질 수 있다.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고.”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닌 매력도 잘 찾아내는 편이라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어느새 유미가 아닌 사람 한제인의 매력에 빠져들어 있었다.

▲ 사진=하이씨씨
“유미 같은 아이는 아니다.(웃음) 평소에 알던 분들이 그런 면이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정말 다르니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앞으로 이미지가 한정되어질까봐 두렵기도 하다. 다른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또, ‘덫’ 같은 독립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서 나중에 작은 영화들에도 이바지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딘가에 나같은 친구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는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며 미래의 자신에게도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다.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밸런스 잘 잡고 서 있으렴. 괜찮아. 어차피 내일 되면 외계인이 찾아와 멸망할 수도 있잖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자. 그러면 됐어.”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무한한 매력을 지닌 한제인이 앞으로 어떤 또다른 면모로 나타날 지 기대해본다.

/fnstar@fnnews.com fn스타 민우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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