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가면 물보다 싸다는데..2배 비싼 한국 우유값의 비밀

조민영 기자 2015. 9. 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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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농축수산단체장 오찬 간담회에서 우유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일보 DB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기후 온난화와 낙농기술 발전 등으로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소비여력이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 등이 계속되면서 우유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유럽 등 선진국의 우유 가격은 물보다도 싸졌을 정도지만, 유독 한국에서 우유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소비가 줄면 공급량(우유 생산량)도 줄여야하지만 이 역시 농가 반대로 난항 중이다.

◇젖소 ‘乳’ 생산량 느는데 소비는 줄어=30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팔고 남은 원유는 26만9062t에 달했다. 원유 재고는 유업체가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사들여 판매용으로 가공하고 남은 것을 보관 목적으로 말려 분유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2년 전인 2013년 7월만 해도 9만4168t이었던 원유 재고량은 지난해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 지난해 11월에 2003년 이후 처음으로 20만t을 넘어섰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젖소 집유량(젖소에서 채집한 우유량)이 늘어났고 사료 값도 낮아져 원유 생산도 함께 늘어난 원인이 크다. 반면 우유 소비는 갈수록 줄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정부와 유업체가 원유 생산 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올해 2분기 기준 지난해 2분기보다 1.6% 줄이는데 그쳤다. 생산 농가 등의 반발로 극적인 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 돌아도 여전히 2500원(1ℓ)대 우유값의 비밀=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낮아져야하는데 한국 우유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생산농가의 생산비 부담 증가를 낮추기 위해 2013년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 탓이 크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소비량이 아닌 전년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 등 공급요인만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흰우유의 소비자가격(1ℓ)이 2013년 9월 2510원으로 뛰어오른 이후 지금껏 2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우유 소비자 가격은 최근 ℓ당 1달러(약 118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 우유가 유럽산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뉴질랜드의 최대 유업체인 폰테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원유 가격을 26.7% 내리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국산 우유와 유업체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산 분유 재고가 넘쳐나는데도 치즈와 제과·제빵 등의 원료인 탈지분유 등의 수입이 빠르게 느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도 자체 상표(PB)의 신선우유 수입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정부도 문제 심각성을 느끼고 있지만 농가 반발 등을 의식해 가격 정책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원유 재고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업체와 생산농가 모두 피해를 입을 것”이라면서 “가격정책을 당장 바꾸긴 쉽지 않은 만큼 수급량 조절에 일단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온라인 편집=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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