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노우치 없는 서울..벽에 부닥친 도시성장

이근우,정승환,임영신,안병준 2015. 9. 29. 18: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도쿄 행복한마을 프로젝트 벤치마킹해 개발시계 멈춘 강남·북 고밀도집적개발을

◆ 해피타운 / 살기좋은 주거공간 2부 ◆

서울 김포공항에서 도쿄 하네다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50분 만에 도착한 뒤 급행 모노레일 등을 타고 20여 분 뒤 도착한 도쿄역. 출구를 나서니 돛을 모티브로 한 230m 길이 지붕의 도쿄 역사(驛舍) 양옆으로 초고층 글라스타워 2개동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 최근 새로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다.

도쿄역세권 주변은 한마디로 천지개벽 중이다. 최근 3년 새 초고층 복합건물이 18개나 들어섰다. 올해는 8개가 준공 예정이고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전후로 61층(390m), 54층(250m), 45층(245m) 건물 등 10여 개 건물이 착공하거나 준공될 예정이다. 도쿄를 상징하는 롯폰기힐스(238m)를 훨씬 뛰어넘는 건물들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시 당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시점을 목표로 도심개발 억제와 지역 간 균형개발이란 이전 패러다임을 버리고 '콤팩트시티' 도쿄 재건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위기에 맞서 인구 1250만명 규모의 도쿄를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한다는 구상이다. 도쿄역 일대는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됐다.

일본 도쿄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마루노우치 지역은 도시재생특별구역으로 지정돼 하늘이 대형 크레인으로 뒤덮일 정도로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용적률, 고도 제한, 건폐율 제한을 모두 없앴다. 최근 3년간 호텔·초고층 빌딩만 9개가 들어섰고 2018년까지 첨단 복합빌딩 8개가 추가로 들어선다.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가 넓어지고 상점들이 문을 열면서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즈니스, 주거, 상업, 문화를 결합한 초고층 복합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도심 한복판을 채우는 도시 발전 전략을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라고 부른다.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이 도심 내부로 몰려드는 최근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도심 한복판에 사람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영국 모노클지는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일본 도쿄를 선정했다. 2011년 9위에서 여덟 계단 껑충 뛰었다. 서울은 25위 순위 내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도쿄역에서 1200여 ㎞ 떨어진 서울역 주변과 테헤란밸리 일대는 개발 시계가 멈췄다. 세계와 지방을 잇는 대한민국 교통의 심장 격인 서울역 주변 개발 사업은 벌써 수십 년째 답보 상태다. 강북의 코엑스를 표방한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7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서계동과 청파동 등 서부역세권은 30~40년 이상 낡은 저층 주택과 상업시설로 덮여 있다. 강남 테헤란밸리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계속 떠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거리는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일대 개발을 위해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도시 전쟁 틀에서 보면 한계가 많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미래형 고밀도 집적개발로 강남북 도심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창조기업과 인재,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명동과 남대문시장 일대 유동인구를 서울역 고가 보행로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흘려보내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제로섬게임 사고로는 도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진단이다.

■ <용어설명>

▷ 마루노우치 : 일본 도쿄역과 왕궁 사이에 위치한 도쿄의 경제·금융 중심지로 주거·상업·업무·문화시설을 밀집시킨 콤팩트 개발을 통해 미래형 마을 만들기가 추진되는 지역. 일본에서는 콤팩트 개발로 지어진 복합건물을 '마루노우치빌딩'이라 부르기도 한다.

[특별취재팀 = 이근우 차장(팀장) / 정승환 기자 / 도쿄 = 임영신 기자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