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禁 회식' 정착 분위기..'노래방 2차, 여검사와 가까운 자리, 술 강권' 금지

최순웅 기자 2015. 9. 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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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연도별 검사 현황/법무부 제공

‘폭탄주’로 상징되던 검찰의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조직 내 성희롱, 성추행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노래방 2차’는 사라지고, 선배 남성 검사와 후배 여성 검사가 나란히 앉는 것을 피하는 ‘관례’가 정착되고 있다. 주량을 자랑하고, 술을 강권하는 문화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래방 금지, 가까운 자리 금지, 강권 금지’ 등 ‘검찰의 회식 3금(禁) 원칙’이란 말도 나온다.

◆검찰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 빈번…”회식 문화 바꿔야 검찰이 산다"

검찰에선 올 해 상반기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서울 남부지검에선 올 상반기 정기인사 직후 부장검사 A씨와 평검사 B씨가 줄 사표를 냈다. A부장검사는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음식에 비유하는 성희롱 발언이, B검사는 노래방에서 여성 검사에게 부적절하게 처신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검찰청이 징계에 착수하기 이전 사표를 냈다.

서울북부지검에선 C부장검사가 7월부터 감찰을 받고 있다. 회식을 마치면서 후배 여검사 두 명에게 “앞으로 잘하자”라는 말과 함께 손 등에 입을 맞추고, 택시를 기다리면서 여검사와 작별 포옹을 한 행위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는 “격려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감찰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 회식은 1차 ‘소폭’(맥주에 소주를 탄 폭탄주)을 곁들인 식사’와 2차 ‘양폭’(맥주에 양주를 탄 폭탄주)’이 정석이었다. 2차 ‘양폭’ 대신 노래방을 찾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자 회식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자성론이 일기 시작했다.

한 검찰 간부는 “노래방 출입은 묵시적으로 금지됐고, 여검사와 신체 접촉이 가능한 거리의 자리는 간부들이 의식적으로 피한다”며 “‘결국은 술이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술을 강권하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장 검사 이상 간부가 주도하는 회식이나 검찰과 기자단 회식의 자리 배치부터 달라졌다. 후배 검사들이 검찰 고위 간부와 여검사 혹은 여기자 자리를 먼저 정하는데, 검찰 고위 간부와 여검사 또는 여기자의 거리를 최대한 멀게 배치해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원칙은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 함께 하는 주중 점심이나 월례 저녁 회식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한 평검사는 “딱히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지검 노래방 사건 이후 회식 후 노래방 가자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검사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특수수사를 하는 부서에서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술을 마시는 자리가 많았지만, 여검사가 있는 부서의 분위기는 딴 판"이라고 했다.

◆ “여성 검사 급증, 남성 중심 조직 문화 바꿔야" 자성론

검찰 고위 간부는 “지난 10년 간 임관한 검사 중 여성 검사 비율이 과반을 넘는 등 여성 검사가 급격히 늘면서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을 계기로 회식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여성 검사의 수는 2007년 220명에서 올 해 561명으로 7년 여 만에 2.5배나 늘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부장 검사가 주도하는 회식 자리에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면서 “과거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여검사가 많아지면서 충분히 양해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경력 10년이 넘은 한 여검사는 “자녀를 가진 검사들이 사정을 이야기 하고 회식 자리에 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며 “아이들 양육과 검찰 사무를 같이 해야 하는 여 검사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부장 검사는 “함께 영화를 본 뒤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는 회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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