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 명절증후군]"장모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만 듣고 싶습니다"

2015. 9.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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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도 여전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처월드 시대

-맞벌이 늘면서 처가집 잔소리에 시달리는 남자들 많아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사위 사랑은 장모 사랑이라고? 그 누가 그랬던가.

한가위 명절에 오랜만에 처가로 향하는 사위들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장시간 졸음과 사투를 벌이면서 운전을 하고 처가에 도착하고 나면 ‘수고했다’는 말대신 돌아오는 것은 장모님의 잔소리. 처음에는 그저 날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시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위들이 많다. 또 뭔가가 불편한 처가집 식구들도 스트레스 대상이다.

최근 명절만 되면 ‘시월드’도 여전하지만, ‘처월드’로 고민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장모와 사위간 갈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직장인 김모(40) 씨. 고향은 경남 통영이다. 다행스럽게(?) 처가도 같은 지역이다. 차가 막힐 것을 두려워 새벽 2~3시에 출발해서 졸음을 참으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결혼 4년차 명절때만되면 우선 처가부터 들린다. 하지만 장모는 고생했다는 말대신 왜 이런 이른 시간에 와서 사람 불안하게 만드느냐부터 시작해 전셋값 오르는데 왜 돈을 못 모았냐, 언제 월급이 오르느냐 등등 도착하자 마자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잔소리를 내놓으신다. 김 씨는 “일년에 몇 번 보지도 못하는 사위에게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었을 뿐인데”라며 “처가가 이젠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년 명절부터 동료들과 당직을 바꿔서라도 처가에 안가려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이런 김 씨를 부러워하는 동료도 있다. 

[사진=123RF]

직장동료 이모(40) 씨는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처가와 문을 마주 보면서 살고 있다. 이 씨는 “남들은 기껏해야 일년에 두 번정도 장모님을 보지만 난 매일 장모님이랑 마주하게 된다”며 “이젠 장모님의 잔소리에 화가나지만 꾹 참는다”고 하소연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이 씨의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다. 아내의 성화에 애를 낳고 기를때 장모님이 옆에 있으면 편할 거란 생각에 이사를 결심했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위’의 역할이 아니라 ‘아들’의 역할까지 요구한다.

주말에도 거림낌없이 불쑥 집으로 들어오고 장모 부탁에 기사노릇도 해야되고 명절 고향으로 가려면 자기 딸을 생각해서 명절당일 갔다가 밤에 올라오라 하고…. 저녁 회식이 있어 술 몇잔을 마시고 오면 1~2시간 잔소리.

하지만 처월드에 갇힌 남성들은 가족 내에서 받는 속내를 토로할 곳이 없다. 속내를 아내에게 토로했다가는 부부싸움으로 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기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명절이면 며느리들의 ‘시월드’ 스트레스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명절 가사노동는 확연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불편한 마음은 여전해 보인다.

올해 결혼 8년차 워킹맘 홍모(38) 씨. 이번 추석연휴때 근무를 했다. 연휴 당직에 걸려서다. 때문에 추석 차례를 지내자 마자 올라와야 했다. 그는 시어머니께 당직 운이 나빠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청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부산 시댁까지 하루만에 왔다갔다하는 몸은 고생일지 모르지만 스트레스는 덜 받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께는 그 댓가(?)로 두둑한 봉투로 미안함을 전했다.

홍 씨는 “다행히 어머니께서도 직장생활을 하셨던 분이라 약간 이해를 하는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가슴 한 구석에는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명절 연휴 ‘시월드’에 가나 ‘처월드’에 가나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남녀를 떠나 마찬가지다.

육아와 직장생활 그리고 시월드, 처월드에 지친 사람들에게 귀경 여행, 먹방 투어 등 부부만의 특별한 행사를 기획해 명절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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