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서울대 성추행 피해자 "훌륭한 학자 앞길 막을 거냔 말 까지.."

2015. 9. 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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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 한수진/사회자: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석진 前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이 사건은 그동안 저희 SBS 전망대에서 몇 차례 전해드리기도 했는데요. 어제 열린 항소심에서 1심에서와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합니다.

강 前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모임인 피해자X에서는요. 피해자 중 두 명에 대한 공소 사실이 기각됐고, 피고인 측에서 가족들까지 동원해서 무리하게 합의를 요구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내왔습니다. 이 시간 피해자 중 한 분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인터뷰하시는 분을 보호하기 위해서 음성을 변조하고,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점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피해자 분 나와 계시지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힘든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일단 어제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선고를 받았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우선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피해자 중 두 명과 관련된 공소 기각 부분은 많이 아쉽고요. 형사 처벌로 벌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 제한적이거든요. 본인이 직접 진술을 해야 한다거나 신체 접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거나 그래서 그외에 수많은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오른 9명에 대한 11번의 강제추행뿐이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진술해야 하고,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재판에 오른 것은 불과 9명뿐이었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그 외에도 많은 피해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네. 검찰 측에 신체 접촉은 없었지만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한 피해자가 8명 더 있었고요. 학교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 성추행이 11명, 성희롱이 14명 이것까지 합치면 마흔 명이 넘죠. 

▷ 한수진/사회자: 

두 명의 피해가 공소 기각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주장도 하셨던데 두 명의 공소가 기각된 이유가 뭔가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검찰이 피고인을 상습 강제 추행죄로 기소했거든요. 상습 강제 추행이라는 건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중처벌하기 위해서 만든 법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 법이 2010년 4월 15일에 신설되면서 그 전후에 거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건지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거든요. 재판부는 이 규정이 생기기 전에 피해를 입은 두 명에 대해서는 상습 강제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저희 피해자들이랑 검찰 측은 두 명까지 포함해서 상습 강제 추행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인 거고요.

▷ 한수진/사회자: 

다른 죄목으로 처벌할 수는 있나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강제 추행으로 볼 수는 있대요. 그런데 성범죄가 2013년 6월 19일 이전까지는 친고죄였거든요. 피해자 본인이 1년 안에 직접 고소를 해야 하는 거라서 두 명이 1년 안에 고소하지 않았다는 거죠. 기간이 지나서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선고가 있기 며칠 전에 합의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면서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피해를 돈으로라도 보상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

▷ 한수진/사회자: 

돈으로라도 보상을 받자.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저희 쪽은 예전부터 계속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처벌받는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냐, 그런다고 저희가 갖고 있는 고통이 줄어들 것 같냐, 영원히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건 협박 아닌가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충격을 받았죠.

▷ 한수진/사회자: 

어제 선고 이후에 변호인 측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피해자 중 한 명이 선고를 직접 가서 봤어요. 피고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노년 여성이 재판 끝나고 나가는 길목에서 지키고 있다가 이걸로 얻는 게 뭐냐 따졌다는 거예요. 누구시냐고 물어도 신원을 밝히시지도 않고 7명에서 9명 정도 되는 무리였는데 모여서 노려보고 계셔서 무서우니까 도움을 요청해서 빠져나왔다고 하네요.

▷ 한수진/사회자: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인 것 같은데 오히려 고함을 치면서 야단을 쳤다는 거예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네.

▷ 한수진/사회자: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적은 있나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재판부에 저희랑 합의를 하고 사과를 하겠다고 핑계를 대면서 새로 공판 기회를 요청하면서 이렇게 길어진 거거든요. 재판부에는 계속 반성문을 내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9월 초까지 10개월 동안 직접적인 사과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9월 초에 피고인 변호인이 계속 변호사 통해서 요청하면 사과 편지를 보내겠다고 하는 거예요. 요청하면 보낸다는 거가 이상하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요청하면 사과 편지를 보내겠다.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대부분 거절했고 그래도 두 명이 한 번 보겠다. 여전히 이건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지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1심, 2심 모두 상습성을 부인했거든요. 재판부에서도 역시 상습성을 부인하는 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게 아니다, 너무나 증거나 패턴이 명백했으니까요. 반성을 하지 않는 증거가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서울대 교수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사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지금 재판도 진행되고 있어서 피해자분들이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회사에 다녀야 하고, 각자 살던 살아야 하는 일상들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계속 재판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많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몸도 많이 힘들고요. 20,30대 어린 여자아이들이 형사재판을 한다는 건 상상이나 해본 적 없죠.

▷ 한수진/사회자: 

이 사건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분도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저를 포함해서 두 명 정도가 재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요. 저의 경우에는 제가 회사에 굉장히 소수의 상사분께 밝혔는데 그러면 일할 상황이 아니지 않냐,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보면 일을 반 강제적으로 그만 두신 셈이 됐네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 한수진/사회자: 

직장에서도 이런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 것 같고요. 피해자 중에 후유증으로 인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재판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뭔가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저희 피해자들한테 훌륭한 한 학자의 인생을 망치려고 한다,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게 하는 게 왜 이렇게 욕먹을 일이고 힘든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지 답답하고 슬프기도 했고요. 또 피고인보다 더 나쁜 사람이 많다, 이런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이런 건 참을 만 한 거다, 라고 말을 하는 게 힘들었고요. 사회에서 규정한 약속과 법을 지키지 않은 거잖아요. 그러면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피고인이 어느 정도 처벌을 받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피해자 상당수가 20대예요. 피고인은 희망을 잃었다고 하지만 좋은 집안, 엄청난 인맥,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저희한테 불이익을 계속 끼칠 수가 있거든요.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형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인데요. 양형 권고 범위가 있었어요. 징역 1년 6월에서 4년 6월, 이 사이에서 선고가 되는 건데 저희는 그 중에서 4년 6월이었으면 좋았지 않나.

▷ 한수진/사회자: 

가장 무겁게 처벌을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네. 피고인 가족이 이걸로 얻으려는 게 뭐냐, 이렇게 질문도 하셨지만 정말 얻은 게 없거든요. 직장도 잃고, 생활도 잃고, 학교 측에는 교수들에 대한 신뢰도 잃었어요. 피고인이 제대로 처벌을 받아서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 것.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성범죄를 저지르면 엄벌을 처한다는 신뢰가 우리 사회에 형성될 수 있는 것.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서울대 성추행 피해자 분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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