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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통곡'…기념사업회장에 친일파 '득세'



사건/사고

    '독립운동가의 통곡'…기념사업회장에 친일파 '득세'

    백범 김구 선생의 초상화. (사진=백범 김구기념관 제공)

     

    친일파 가문이거나, 독재 정권에서 고위 관직을 지낸 인물들이 독립운동가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념사업회의 회장 자리를 꿰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는 정치인들이 자리를 차지해 '명함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CBS노컷뉴스와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는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129개 기념사업회 가운데 잘 알려진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김구기념사업회)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윤봉길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숭모회(안중근숭모회) 등 3곳의 역대 회장을 분석했다.

    ◇ 김구기념사업회…"일제 학병 독려" 친일파 후손도 회장

    김구기념사업회의 1~3대 회장인 조완구·곽상훈·박영준 선생은 모두 독립운동가다. 4대 회장인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장형의 아들이다.

    하지만 5대 회장 이수성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충영의 아들이다.

    이충영은 일제시대 판사로 활동하다 1943년 변호사 개업 후, 이광수·김연수·최남선 등과 함께 '선배격려대'를 조직해 대학을 돌아다니며 학병 지원을 독려했다.

    또 태평양전쟁에 협력하기 위해 근로동원을 목적으로 한 '국민동원총진회'의 중앙지도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6대 회장인 김신은 김구 선생의 아들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쿠데타를 주도했으며 박정희 정권 체제의 중심역할을 한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회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일제시대 조선총독의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참의를 지낸 지희열의 손녀 사위다.

    특히 국회의장 당시인 2009년 11월 친일인명사전 발간과 관련, "이제 과거를 갖고 발목을 잡는 형태는 그만둬야 한다"며 "과거와의 전쟁은 끝을 내고 세계적 전생 속에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윤봉길기념사업회…이명박 前대통령도 회장 '명함'

    윤봉길기념사업회의 경우 곽상훈(2대)·이강훈(4대)·김상길(5대) 회장은 모두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하지만 초대회장인 김용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먼 친척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를 후원했다.

    3대 회장인 정석모는 전두환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내무부 장관을 지냈고, 아들은 정진석 전 국회의원이다.

    정석모의 아버지 정인각은 일제시대 군용물자 조달 및 국방헌금 모집 등 친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6대 회장 김덕룡은 1964년 박정희 정권의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6·3 항쟁'의 선봉장에 섰으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과거사 청산의 발목을 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중이던 2006년 4월부터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제7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윤봉길기념사업회장이던 대통령 후보시절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안창호씨"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안중근숭모회…친일파 '윤치영'이 초대 이사장

    윤치영 (사진=자료사진)

     

    안중근숭모회 초대 이사장인 윤치영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를 지낸 윤치오와 충추원 참의를 지낸 윤치소의 동생이다. 침략전쟁을 찬양 글을 수차례 발표하고, '국민동원총진회' 중앙지도위원을 맡았으며 이후 서울시장을 지냈다.

    2대 이사장인 시인 이은상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르진 않았으나, 강제징용을 찬양하는 시를 발표했다는 친일 의혹이 있다.

    제5공화국 때는 국정자문위원을 지내며 독재정권을 옹호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정원식(5대)·노신영(6대)·황인성(8대)·안응모(9대·현재)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국무총리 또는 안기부장 출신이다.

    ◇ "회장, 정부와 관계해야"…"친일파의 역사세탁"

    윤봉길기념사업회 측은 역대 일부 회장의 지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이 회장 자리를 맡으면 좋지만 그런 사람이 있는가"라며 "사비도 써야하고, 시간을 내야하고, 정부와 관계를 하는 자리라 쉬운 자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회장을 하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정부 역점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설령 회장 부친의 친일 의혹이 있다 해도 자식들도 딱지가 붙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중근숭모회 측은 "윤치영 초대 이사장의 경우 당시 정관에 따르면 서울시장이 맡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공식 답변을 피했다.

    김구기념사업회 역시 CBS노컷뉴스가 수차례 공식답변을 요구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NEWS:right}

    이에 대해 친일파가 신분세탁을 하거나, 정치인이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독립운동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민문연 연구위원은 "친일파 후손들이 '역사 세탁'을 위해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인들도 자신의 사회적·정치적 이름을 높이는 데 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기념사업은 적어도 '자주독립국가', '민주자유평등' 등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며 "국가보훈처가 책임있는 검증을 통해 기념사업회 등록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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