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학교 역사교과, 독립운동사 대폭 축소

2015. 9. 2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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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정치 '국정화 저지 특위' 분석 결과

임시정부 정통성도 무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서술

독립운동은 1920년대까지만 다뤄조선 후기 '자발적 근대화론'도 폐기"뉴라이트 사관 그대로 반영" 지적

교육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 최종 고시안에 담긴 중학교의 새 <역사> 교과 내용이 '전형적인 뉴라이트 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종 고시안에는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배제하고 독립운동사를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역사·교육학계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2015 교육과정 중학교 <역사> 최종 고시안을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다.

우선 새 중학교 <역사> 교과는 '현대 세계의 전개' 단원에서 "대한민국의 수립과 6·25 전쟁의 전개 과정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2009 교육과정까지 역사와 한국사에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고 기술해왔다.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이미 1919년 3·1운동 뒤 공포됐고 이후 백범 김구 등 독립운동가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기 때문이다.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제헌헌법도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뉴라이트 학자를 포함한 일부 보수진영에선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비로소 건국됐다며 이날을 '건국절'로 지정할 것을 촉구해왔다.

1948년을 '정부 수립' 시점으로 보는 관점은 지난 8월18일 행정예고 때까지도 유지됐다. 불과 한달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따지는 핵심적인 기준이 뒤바뀐 것이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22일 "대한민국 '건국'이란 용어만 안 썼지 건국과 같은 의미로 '수립'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독립운동과 건국의 역사를 분리하는 뉴라이트 진영의 요구를 한달 만에 수용한 것이어서 야합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북한 교과서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수립'이라고 적는데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쓰는 게 대한민국을 격하시킨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사 관련 내용이 퇴행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세계 대전과 반제 민족 운동의 전개' 단원을 보면 3·1운동 이후의 실력양성 운동, 사회·경제적 민주운동 등 1920년대의 독립운동만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2009 교육과정이 "1930~40년대 국내외 민족 운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때의 민족 운동이 광복과 연관됨을 이해한다"고 지침을 주는 것과 대비된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이같은 교과 내용은 1930년대 이후 국내외에서 심화·발전된 독립운동이 건국 구상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배제하고 있어 명백한 독립운동사 축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의 자발적 근대화를 지지하는 '내재적 발전론'을 폐기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09 교육과정에선 "조선 후기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사회 개혁론과 관련지어 배우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조선 후기의 경제적 변화상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워낙 교육과정 시안 자체가 성글 뿐 아니라, 공청회 과정에서 역사 교사들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 같은 문제가 지적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는 수정 의견이 반영됐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속에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였던 중학교 교과가 오히려 문제투성이로 전락한 셈이다.

뉴라이트 사관의 특징 중 하나인 '북한 배제'의 원칙도 그대로 적용됐다. 2009 교육과정이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이해한다"고 명시한 것과 달리 개정안은 북한의 실상과 관련한 내용을 넣지 않았다.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한 교수는 "명백히 북한을 민족사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정부가 통일을 말하면서도 역사 교육을 이렇게 꾸려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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