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외모 차별, 굴욕 질문, 성희롱까지..눈물 흘리는 취업준비생들

우고운 기자 2015. 9.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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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 시즌을 맞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이른바 갑(甲)질로 악명 높은 기업 리스트가 다시 화제다. 기업들이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악용해 취준생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출신 학교나 외모를 차별하거나 면접에서 굴욕적인 질문을 던지는 곳이 많다. 심지어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기업도 있다. 또 몇 개월이나 복잡한 채용 절차를 거치도록 해 진을 빼놓고 다른 기업에 지원할 기회를 빼앗는 업체도 상당수다.

일부 기업은 학력 차별로 취준생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백화점그룹(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이다. 현대백화점에서 캠퍼스 리쿠르팅을 하는 22개 학교(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 출신들은 회사에 입사 서류를 낼 기회조차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현장 면접을 거쳐 통과하거나 학교 추천을 받아야만 이 회사 서류 전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와 연세대 대학원을 나온 A양은 "중앙대에서 캠퍼스 리쿠르팅을 안 하기에 연대 리쿠리팅장을 찾아갔는데, 학부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면접을 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A양은 “현대백화점 인사팀에 전화해보니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캠퍼스 리쿠르팅이 열리는 학교에서 참여할 수 있다고 해 따진 다음 가까스로 면접을 봤지만 결국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중에 알고 보니 현장 면접관들이 다 연대 출신이었다”고 했다.

입으로는 학력, 스펙 타파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들만 찾는 기업도 아직 많다. 수도권대 출신의 B군은 “롯데그룹이나 SK텔레콤, 효성 등은 이른바 ‘스펙 파티’를 벌이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스카이 출신이 아니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지원자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입으로는 학력·스펙 파괴를 외치지만 사실은 학벌의 벽을 만들어 놓고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뽑는 곳도 적지 않다. 영업이 많은 일부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 금융권이 대표적이다. C양은 “외모를 많이 본다고 알려진 한 은행 면접장에서 ‘미스 유니버시티’ 왕관을 쓰고 온 지원자를 봤다”며 “면접 도중 대놓고 머리숱이 왜 이렇게 없냐고 묻는 금융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을(乙)인 취준생들은 취업 전형에서 다양한 굴욕을 맛본다.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공공연히 굴욕적인 질문을 던지는 곳도 적지 않다. 소위 ‘압박 면접’이란 이유로 사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반말을 하거나 황당한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 지원자는 수치심을 느꼈다는 얘기도 많다. 한 중견 가구업체에 지원한 E양은 “면접관이 다짜고짜 손금을 보여달라며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 중견 교육업체 인턴직에 지원한 G양은 “면접 후 저녁 회식자리에서 사장이 어깨를 만지고 몸을 자꾸 기대 수치심을 느꼈다”며 “주위 여자 친구들도 대개 한두번씩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채용 절차가 몇 달동안 이어지는 기업도 많다. 지원자들은 진이 빠진다고 한탄한다. 더 큰 문제는 일단 채용 과정에 들어가 있으면 다른 기업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는 서류부터 인적성시험, 1·2차 면접, 2주 인턴 후 최종 면접까지 전형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총 4개월이 넘는다. 그나마 올해는 좀 나은 편이다. 작년엔 인턴 기간만 1달이었다. 작년 유니클로에 지원했던 H군은 “입사에 도전했다가 탈락하면 그 해 취업이 물건너 가는 셈이라 일단 다들 죽기 살기로 경쟁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채용 시험을 치르고도 정규직 합격까지는 그야말로 ‘바늘 구멍’ 이다.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는 지난해 11명의 MC(마케팅 컨설턴트)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 절차를 밟다 지원자 전원을 불합격시켜 논란이 일었다. 11명의 지원자는 서류와 두 차례 면접, 하루 14시간이 넘도록 근무하는 2주간 실무능력 평가 필드 테스트까지 받고도 전원 불합격된 것이다. 위메프는 채용 갑질 문제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규직 전환 조건을 내걸고 인턴을 뽑는 곳도 실상은 정규직 전환 비율이 적은 곳이 대부분이다. 한 주류회사에 지원했던 I양은 “3개월 인턴 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절반밖에 안 돼 떨어진 적이 있다”며 “겉으로는 ‘잘하는 사람’만 뽑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노동력 착취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는 등산면접을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송추 연수원 인근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오르는 데 남녀 모두 55분안에 들어오도록 한다. 지난해 상반기 크라운제과 등산면접을 치렀던 J군은 “가파른 경사가 두번 있는데 마지막엔 거의 기어갔다”며 “비가 와서 여러명 미끄러질 뻔 했는데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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