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고발한 이유

입력 2015. 9. 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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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3살 소녀 미소(가명)가 2580에 다급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아빠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추행해 이모 집으로 피해있다는 것입니다.

미소는 의붓아버지가 강제로 입을 맞추고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는 등 지난 1년 여 동안 수차례 성추행을 저질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귀여워서 그랬다며 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엄마마저도 미소의 말을 믿어주지 않은 채 집에 돌아오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미소는 아빠가 처벌받기 전까지는 절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집안 문제라며, 너한테 오히려 손해라며 가족들부터 쉬쉬하거나 외면하는 친족간 성범죄의 문제를 추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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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박 모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놀러온 13살 조카와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성추행 사건이 보도되는 걸 보던 조카는 깜짝 놀랄 말을 꺼냈습니다.

[박OO]
"애가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자기가 1년 동안 아빠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예요. 너무 싫고, 모멸감, 수치심이 든다고 말을 하니까.."

이모는 아이에게 성폭력 상담을 받게 하고 경찰에도 신고했습니다.

아이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이 당한 일을 진술했습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
"자기표현 확실하게 하고 되게 똑똑하고 그래요 애가. 저희가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피해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얘기를 했어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13살의 평범한 초등학생 미소.

아빠에게서 떨어지긴 했지만 미소는 아직도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

[김미소(가명) / 13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어요. 일부러 그랬냐고 묻고 싶어요. 벌 받았으면 좋겠어요"

미소의 나이는 13살,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성추행 당한 자신을 도와달라며 2580에 전화를 걸어온 것도 미소였습니다.

자신을 성추행한 사람이 아빠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말해도 엄마가 자기말을 믿어주지 않는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작년 여름 어느날, 미소는 안방 침대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몸을 만지는 손길을 느꼈다고 합니다.

[김미소(가명) / 13살]
"아빠가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가지고 되게 놀랐어요. 무섭기도 하고.."

2차 성징으로 몸에 변화가 생기자 아빠는 수시로 미소의 몸을 만졌다고 합니다.

여러 번 싫다고 했지만 아빠는 가족이라 괜찮다며 멈추지 않았습니다.

입을 맞추며 혀를 미소의 입 속에 밀어넣기도 했습니다.

[김미소(가명) / 13살]
"얼마나 컸나 보자면서 가슴 만지고, 싫다는데 자꾸 뽀뽀해달라고 그러고, 싫다 그러면 화내고. 뽀뽀하면 혀를 집어넣었다가 빼고 더러워요"

여름방학을 맞아 이모댁에 놀러온 미소는 이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법원은 미소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아빠에게 접근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이모는 미소를 성폭력 피해자 쉼터에 보내고 학교도 전학시키려 했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엄마가 미소를 아빠가 있는 집으로 데려가려 한 겁니다.

미소는 집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며 엄마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미소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나무랐습니다.

[미소(가명)-엄마 통화]
"내가 피해자잖아. 내가 피해자니까 적어도 내 말은 믿어줘야지 안 그래?"
("거짓말을 해도 믿어달라고? 말이냐 막걸리냐") "거짓말 안 했으니까"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는 엄마도 알고 형사들도 다 알아. 무조건 네가 청소년이라고 해서 너만 감싸고 돌지 않아")"

2580은 세종시에 살고 있는 미소의 엄마, 아빠를 찾아갔습니다.

아빠 김 모씨는 미소 엄마와 재혼해 미소가 4살 때부터 친자식처럼 키웠다고 합니다.

이모집에 가기 직전까지 함께 키를 재며 스스럼없이 지냈고 일기에도 아빠와 뽀뽀하는 것이 좋다고 했던 아이가 갑자기 성추행을 주장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빠는 미소에게 입맞춤을 한 건 애정표현이었고, 몸을 만진 건 아내인 줄로 착각한 실수였다고 했습니다.

[미소(가명) 아빠]
"혀를 입에 넣은 건 사실 뽀뽀하니까 '메롱'하면서 실수가 나온 거고요. 가슴을 만진 거는 제가 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성장했나 (보려고) 했던 행위가 그렇게 오해를 살 수 있었던 거고요. 자면서 하체 부위에 손을 넣은 거는 집사람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있었던 버릇이 애한테 한 번 미치지 않았나."

미소 엄마는 아빠와의 일상적인 접촉을 성추행이라고 느끼도록 주변 어른들이 미소를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미소(가명) 엄마]
"네가 기분이 나쁘면 이건 추행이다'라고 시킨 주위의 이모랑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에 의해 주입된 이런 말들을 자기 말처럼 이렇게 하고 있는 거라면 그것을 바로잡아줘야 될 의무와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수사를 한 경찰은 아빠가 의도적으로 미소를 성추행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동 전문가들과 진술을 분석한 결과 미소에게 생각이 억지로 주입된 흔적이 없고 일관되게 피해를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성범죄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성추행 한 아빠와 믿어주지 않는 엄마 사이에서 미소는 해서는 안 될 생각마저 하고 있습니다.

[김미소(가명) / 13살]
"제가 괜히 얘기했나 싶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면 그게 엄마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고 얘길하면, 조금의 죄책감은 들어서 믿어줄 수도 있다고"

가장 안전해야할 공간인 가정에서 벌어진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 스스로 침묵하거나 침묵을 강요받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집에 놀러온 사촌오빠와 텐트에서 잠을 자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정 모씨.

[정OO(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큰오빠가 제 바지에 손을 넣고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아프다는 느낌밖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요. 2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 생생하게 기억이 다 나거든요"

고등학생이 된 뒤 어머니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정씨는 긴 세월 계속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OO(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오빠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탓하더라고요. 엄마가 그런 걸 몰랐다, 미안하다. 그래 놓고 요즘에는 외삼촌 생신이거나 오빠들하고 저희 집에 오거나 그러면 저한테 전화해요. 신랑이랑 같이 와서 인사드리라고. 그런 상황이 엄마도 원망스럽고."

지난 2005년 190여 건이었던 친족 성폭력 사범은 지난해 560여 건으로 10년 사이 3배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고된 건수는 전체 친족 성폭력 사건의 5-7%에 불과하고 많은 사건이 가족들에 의해 은폐되거나 피해자 스스로 침묵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송미헌 원장 /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터]
"우리 가족이 전부 다 잘못하면 깨진다. 아니면 외부에 알려지면 이건 정말 집안 망신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떤 수치심을 자극하고 그 책임을 피해자한테 돌리고.."

친족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성 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아동일 경우가 많고 가정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피해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조기에 피해를 발견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영화 / 아동 성폭력 추방 시민모임 발자국]
"어린 나이에 피해를 입게 되면 피해 사실 인지를 못하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져 오는데, 처음에 그게 잘 못된 거라는 걸 알고 신고로 바로 이어진다면 장기간 피해를 막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아이가 피해를 알리더라도 친권을 가진 어머니나 다른 가족들이 피해자의 편에 서지 않을 경우 아이를 보호할 방법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송미헌 원장 /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터]
"친권을 가지고 있는 엄마가 시설에 와서 '내 딸이니까 내가 데려 가겠다'라고 했을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런 걸 아무리 하소연하고 힘들어하고 가기 싫다 할지라도 저희가 그걸 막을 수 있는 권한이라든가 제도적인 보완책은 지금 전혀 없는 거죠"

전남 목포에 살고 있는 송 모씨.
올해 고등학생이 된 송씨의 막내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10살 때부터 3년 동안 새 아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송OO]
"뽀뽀하는데 혀를 집어넣는대요. 침이 묻잖아요. 그럼 애가 닦아요. 닦으면 '닦지 마라. 삼켜라. 아빠 침은 깨끗하니까' 가슴을 만지는데 아프다고 그러면 '아빠가 빨아주마'"

막내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생이던 큰 딸도 여러 번 추행을 당했습니다.

[이OO(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아빠가 뭐 사오라고 시켜서 갔는데 삼각팬티만 입고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입고. 가까이 와서 쓰다듬고 어깨동무하면서 가슴도 만지고"

자매는 서로 다독이며 아빠의 성추행을 참아왔다고 합니다.

가정이 깨질까, 또 아빠가 엄마에게 해코지 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OO(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동생에게)너 혹시 아빠가 뽀뽀할 때 입에 혀 넣었냐고 물어보니까 넣는다는 거예요. 아빠가 뽀뽀하라고 하면 이 악물고 하라고 말한 적 있어요"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송씨는 딸들을 설득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어린 두 딸이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진술하는 모습을 보는 건 엄마에게도
큰 고통이었습니다.

[송OO]
"검찰청 가서 딸이랑 셋이서 조사받고 나왔는데 그때가 겨울이었어요. 밤 9시 넘어서 나왔는데 몸을 떨면서 나오면서 막내딸이 '엄마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하고.. 생각하기도 너무 힘들다고'"

그렇게 대법원까지 3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가해자 최 씨는 풀려났습니다.

죄는 인정하지만 최 씨가 초범이고 성추행을 할 당시에 강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송OO]
"실형이 나와야 돼요. (피해자가)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 막내딸은 또 어렸잖아요. 딸하고 통곡을 하고 얼마나 울었는데요. 세상이 너무한다. 실형이 단 하루라도 나왔으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거예요"

2580은 수소문 끝에 가해자 최 씨를 만났습니다.

최 씨는 성추행 사건 당시 한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최 씨는 아이들의 몸을 만진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OO / 가해자]
"완전 애정의 표시였죠. 애가 강제 성추행을 당한 그런 관계는 아니었어요.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나. 세상에 아무리 내가 미워도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검사와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썼던 송 씨의 막내딸은 사건 충격으로 벌써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지금도 수시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엄마 송씨 역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돼 버린 가족은 이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송OO]
"딸도 힘들고 저도 힘들어요. 힘든 사람끼리 붙어 있으면

도움이 안 된대요, 의사선생님이.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억울한 건 당연하죠가슴을 치고 싶고"

예뻐서, 귀여워서 그랬다.

가족끼리 뭐가 문제냐.

아이들이 지목한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지만, 피해자들에겐 그래서 더더욱 잊혀지지 않는 지독한 상처로 남고 있습니다.

[이OO(가명) / 친족 성폭력 피해자]
"행복했어요 진짜. 근데 지금은 밑바닥이에요. 더러워요. 내가 더러워진 거 같아요"

누구보다 서로를 보호해야 할 가족이라는 이름이 거꾸로 범죄를 덮는 가리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아무도 의지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법이 한 발짝 더 다가서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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