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성소수자 비하 암시 발언, 서울대 축제 사회자 뭇매

홍석호 기자 2015. 9. 2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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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축제에서 인종·성소수자 비하 암시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으킨 사회자에게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단체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8일 ‘학내 인권이 정상화되는 기로에 서서 봄축제 폐막제 사회자 발언에 대한 입장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총학생회는 대자보에서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 비하, 혐오의 의미가 담긴 단어와 발언들이 있었다”며 “(당사자들은) 각각의 발언들에 해당되는 모든 특정집단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축제라는 공공의 장소에서 사회자가 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학내 구성원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서울대 봄학기 축제 폐막제에서 사회자를 맡은 두 학생은 춤을 추기 위해 올라온 여학생에게 “여성분들 중에 흑인 좋아하는 분 있느냐?” “동아리에 뽑는 기준이 있느냐. 성형을 몇 번 했다던가?” 등의 발언을 했다.

남성끼리 올라온 커플에게는 “두 분 부모님께서 이런 거 아느냐”며 성소수자 비하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도 했다. 군복 입은 학생을 보고는 “예비군 갔다 오셨느냐? 조심하세요 탕탕탕”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개그 소재로 이용한 셈이다. 무대에서 물러나지 않는 관객에게는 “이분들은 촛불시위냐” 같은 말도 했다.

논란이 일자 축제기획단 ‘축제하는 사람들’과 사회자들은 축제 직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와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사과문이 온라인에만 올라온 데다 문제의 발언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축제기획단 측과 발언 당사자, 피해자들은 총학생회와 ‘서울대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 중재로 만나 최근까지 3개월간 사과 방식과 내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발언 당사자들은 잘못은 인정했지만 대자보를 통한 공개 사과 등은 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총학생회는 “사회자들이 이러한 형식의 사과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대신 녹취록을 제시해 학우들의 판단에 맡기길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봄축제가 끝난 직후부터 녹취록을 풀어 발언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총학생회측에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발언당사자들이 거절해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흑인 선호’ 발언을 들은 여학생이 속한 댄스동아리는 ‘봄축제 사회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관악동아리연합회도 대자보로 사회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축제하는 사람들’은 발언 당사자와 별개로 대자보를 붙여 피해자와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축제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결승전에는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는 여성비하의 의미가 담긴 ‘삼일한’이라는 명칭의 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4일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를 산하기구로 발족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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