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현 감독, 수포로 돌아간 플랜..남은 건 박철호

최창환 2015. 9. 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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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전주/최창환 기자] 2015-2016 KCC 프로농구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조동현 부산 케이티 감독은 팀을 리빌딩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비시즌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조동현 감독이 비시즌에 준비한 야심작은 무려 세 가지. 하지만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이 가운데 믿을 구석은 단 하나 남았다.

"당초 계획은 10명 안팎의 선수를 기용해 외곽부터 압박수비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선수들의 공백이 생겼다. 힘든 상황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선수들에게도 '체력 때문에 졌다'라는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비시즌에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고, 겨우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1. '기대주' 이영훈의 은퇴

비시즌만 해도 케이티는 가드 자원이 많았지만, 이 가운데 포인트가드들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이재도는 공격 성향이 강해 아직은 슈터들의 찬스를 살려주는 게 미숙하다. 김명진은 기동력과 압박수비가 강점이지만, 기복이 심하다.

이에 조동현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선수는 이영훈이었다. 명지대 출신 이영훈은 케이티가 2013 2군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0순위로 선발한 포인트가드다.

두 시즌 동안 6경기 평균 4분 38초 출전에 그쳤지만, 조동현 감독은 이영훈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패스만큼은 가드들 가운데 가장 좋았다. 슛도 나쁜 편은 아니다. 체격이 왜소하고 수비가 약하지만, 10분 정도 활용할 정도의 능력은 있는 선수였다. 특히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패스가 좋았다." 조동현 감독의 말이다.

조동현 감독은 케이티 신임 감독으로 임명된 직후 구단 측에 이영훈의 계약기간 1년을 유예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영훈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제대로 키워보겠다'라는 계획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기량도 괜찮았고, (이)재도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20분 이상 꾸준히 투입했다. 훈련도 일부러 더 강하게 주문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영훈은 2015-2016시즌 연봉 협상기간인 지난 6월, 돌연 재계약을 거부했다. 이영훈은 조동현 감독과의 면담에서 은퇴의사를 밝혔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운동을 하고 싶어서 했던 적이 없다. 이 길은 제 길이 아닌 것 같다'라고 하더라. 운동이 너무 힘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 '일주일 더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라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진 않았다." 조동현 감독의 말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것만으로 이영훈이 1군에서 자리매김한다는 확신은 없다. 다만, 케이티 입장에서는 이영훈에게 기회를 제공할 여건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조동현 감독은 이영훈의 선택에 대해 몇 번이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2. 아뿔싸! 그 사건

프로농구는 2015-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홍역을 앓았다. 전현직 프로선수들이 경찰로부터 승부조작 및 불법스포츠도박 혐의를 받은 것. 이들은 현재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케이티는 이로 인해 김현민, 김현수 등 쏠쏠한 자원 2명이 자리를 비웠다. 조동현 감독의 구상이 가장 크게 어긋난 사건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투입했을 때 낮아지는 높이를 김현민으로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김)현민이와 블레이클리는 '뛰는 농구'가 가능해 코트에서 호흡이 좋았다. 서로 원하는 위치로 달려줬고, 코트 밖에서도 친하게 지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함께 뛸 때 경기운영을 맡길 예정이었던 선수가 김현수다. 정통 포인트가드는 아니지만, 슈팅능력을 지녀 외곽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플랜은 '그 사건'으로 인해 일장춘몽이 됐다. 더불어 가용인원이 줄어들어 주무기로 내세울 예정이었던 압박수비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동현 감독은 "박상오-심스, 김현수-블레이클리-김현민 조합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3. 박철호, 더 독해져라

이제 조동현 감독이의 구상 가운데 남은 건 박철호다. 조동현 감독이 애초 구상한 박철호의 포지션은 스몰포워드였다. 하지만 조동현 감독은 훈련을 시켜본 후 이내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스몰포워드를 맡기엔 박철호의 기동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중거리슛 능력을 지녀 문태영과 같은 스타일로 활용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스몰포워드를 맡기엔 발이 너무 느리다. 훈련을 2주 시켜보고 포기했다(웃음)." 조동현 감독의 말이다.

기동력에서 한계를 느낀 조동현 감독은 역발상을 통해 '박철호 키우기'에 나섰다. 조동현 감독은 "(박)철호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라는 주문을 했다. 문태영보단 이승현과 같은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조동현 감독의 조언 속에 2년차 시즌을 맞은 박철호는 기대대로 성장 중이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전에서 커리어-하이인 21득점을 기록했고, 지난 16일 전주 KCC전에도 선발 출전했다. 박철호는 이날 15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 케이티가 시즌 첫 승을 따내는데 힘을 보탰다.

조동현 감독은 "철호는 성격이 너무 소심하다. 코트 밖에서도 사람 눈을 못 쳐다본다. 그래서 일부러 더 독하게 대했다. '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라고도 했다. (박)상오도 내년이면 36살이다. 철호는 우리 팀의 리빌딩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라며 박철호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케이티는 지난 16일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72-54로 승, 개막 2연패에서 벗어났다. 케이티는 오는 20일 '우승후보' 고양 오리온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 사진 유용우 기자

2015-09-17 최창환( doublec@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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