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웰빙의 역설] '야관문'은 성기능강화 약초가 아니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입력 2015. 9.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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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야관문’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당시 영화제목은 ‘밤에 문의 빗장을 열어놓고 남성을 기다린다’는 야릇한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얼마간 호들갑스럽게 회자된 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제는 몇몇 연예인들이 야관문이라는 약초를 즐겨 마시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야관문에 대한 환상은 방송의 잘못된 정보로 인한 집단최면일 뿐이다.

야관문(夜關門)은 콩과 식물로 우리말로 비수리(Lespedeza cuneata G. Don)라고 한다. 한자어만으로도 49가지나 된다. 야관문의 이명으로 폐문초(閉門草;복건민간초약)나 야폐초(夜閉草;절강민간상용초약)라는 이름이 있다. 의미는 ‘(밤에)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약초이름은 생긴 모양이나 색깔, 습성, 효능 등에 의해 지어진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야관문의 이름이 효능 때문에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며 생태습성에 따라 지어진 이름일 뿐이다.

야관문이 처음 등장한 문헌은 청나라때 지어진 ‘본초강목습유’다. 이 책은 본초강목에서 누락된 약초들을 보충한 서적이다. 기록을 보면 ‘밤에 합쳐진다. (중략) 초본과 목본 두 종류가 있는데 (중략) 초목이 양호하고 목본은 합환(合歡)을 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야관문이라는 이름은 합환피(자귀나무)의 일종을 가리키고 있다.

합환피(合歡皮)는 콩과 식물인 자귀나무(Albizzia julibrissin Durazz.)껍질을 말린 것으로 야합피(夜合皮), 합혼피(合昏皮)라고도 한다. 이들 이름은 모두 밤에 잎들이 서로 달라붙었다가 낮에는 다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야관문에도 야합초(夜合草)라는 이명이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야관문이란 이름은 비수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보면 야관문(夜關門)이라는 이름은 밤에 잎이 서로 붙어 있는 형상을 보고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야관문은 ‘밤에 빗장이 걸린다’고 해석해야 옳다. 관문(關門)의 사전적 의미에도 ‘문을 닫음’이라는 뜻이 있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야관문이 합환피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의서 어디에도 야관문이 성기능을 강화시킨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간신(肝腎)을 보한다’고 돼 있다. 간신을 보하는 것이 억지로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겠지만 단지 간관련 증상(시력감퇴, 안구충혈 등)과 콩팥관련 증상(유정, 유뇨 등)을 치료하는 효능을 말한 것일 뿐이다.

현재까지 야관문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피부노화, 항산화기능, 피부재생효과에 관련된 연구였으며 소염작용, 혈당강화, 항암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만성기관지염이나 급성위염에 대한 임상보고도 있다. 야관문추출물이 토끼 음경해면체 평활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연구는 세속의 속설을 확인하고자 시행한 연구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없다.

야관문을 먹고 성기능이 좋아졌다고 느꼈다면 플라시보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또 직접적인 효능이 아닌 폴리페놀이나 플라보노이드 등 생리활성물질에 의한 간접효능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산화효과가 풍부한 약초를 먹고 느끼는 정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관문은 빗장을 열고 기다리게 하는 효능은 없다. 반대로 빗장을 닫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야관문은 성기능을 좋게 하는 약초가 아니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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