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이 불과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잡음과 영진위의 보복성 예산 지원 삭감으로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20주년을 맞아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내실있는 프로그램은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부담없이 영화의 성찬을 즐기면 되지만, 막상 무슨 영화를 봐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경험은 영화제를 찾았던 관객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터. 75개국 304편의 초청작 중 단번에 볼 영화들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어떤 영화를 봐야 뿌듯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 BIFF에서 꼭 봐야할 영화들을 골라봤다.

1.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권위있는 영화제 수상작

 <디판>의 한 장면

<디판>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발견과 주목을 이끌어내는 데 공헌한 것 만큼이나, 주목받는 배경에는 세계영화의 흐름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주옥같은 상영작들이 있다.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비롯, 선댄스, 토론토영화제 등 굴지의 영화제 상영작들이 대거 초청되어 현재 주목받는 영화들의 경향을 읽을 수 있는 자리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영화인들의 꿈인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단연 눈길을 끈다.

올해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디판>은 <예언자>로 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스리랑카 출신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해 완성한 작품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프랑스로 망명하려는 가짜 가족의 이야기. 망명자들의 현실과 휴머니즘이 어우러져 벅찬 감동을 전하는 수작으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그밖에,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사울의 아들>, 감독상 <자객 섭은낭>, 심사위원상 <더 랍스터>, 남우주연상 <아버지의 초상>, 각본상 <크로닉> 등 주요부문 수상작들이 대거 초청됐다. 그밖의 경쟁부문 초청작들 (바닷마을 다이어리, 라우더 댄 밤즈, 시카리오, 유스 등)도 칸의 감식안에 부합하는 호평을 받은 작품들.

허우 샤오시엔이 그의 뮤즈 서기와 함께 호흡을 맞춘 세 번째 작품이자, 8년만의 신작인 <자객 섭은낭>도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놓칠 수 없는 선물이다. 암살자로 분한 서기와 허우 샤오시엔이 표현한 무협영화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도 영화를 선택할 이유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택시>, 은곰상 수상작 <아페림!>, 베니스 심사위원 특별상 <프렌지>도 리얼리티와 영화적 은유가 숨쉬는 작품들.

 영화 <프리헬드>의 한 장면

영화 <프리헬드>의 한 장면 ⓒ 레인보우팩토리


부산국제영화제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열리는 토론토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도 만날 수 있다.

레즈비언 커플의 권위 투쟁 실화를 다룬 <프리헬드>, 끌로드 를루슈가 <남과 여>의 정취를 닮은 세련된 멜로의 감흥을 다시 선사할 <(신) 남과 여>, 왕가위 영화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낸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바라본 홍콩의 현재 <크리스토퍼 도일의 홍콩삼부작> 등 토론토 화제작 60여편의 감흥이 부산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전망이다.

매춘부 트랜스젠더의 하루를 밀도있게 다뤄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탠저린>도 주목할만한 영화다.

2. 아시아영화 10 & 프랑스영화 걸작 10

 <남과 여>의 한 장면

<남과 여>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전문가들이 선정한 역대 아시아영화 탑10과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프랑스 영화 10편은 두 말할 나위없는 주옥같은 걸작들이다.

아시아영화 1, 2위를 차지한 <동경이야기>와 <라쇼몽> 등 이견이 없는 걸작들도 눈길을 끌지만, 대만영화의 거장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도영화의 전설과도 같은 사티야지트 레이의 '아푸 3부작' 중 2부인 <아파라지토> 또한 BIFF가 아니면 접하기 쉽지 않은 고전이다.

프랑스영화 걸작 10 중에서는 명불허전 낭만의 극치 <남과 여>를 비롯, 자크 드미의 <도심 속의 방>, 아르노 데플레셍의 <나의 성생활...나는 어떻게 싸웠는가> 등 프랑스 영화 특유의 여운과 주제가 돋보이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 특히 올해 칸에서 소개됐던 <내 청춘 시절의 세 가지 추억>도 BIFF에 초청돼 아르노 데플레셍의 대표작과 신작을 나란히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3.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 '아시아 영화의 창' 상영작들

 영화 <오후>의 한 장면

영화 <오후>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영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성찬이지만, 중심은 여전히 아시아영화의 주목과 발견일 것. 그 경향을 압축하는 '아시아 영화의 창' 상영작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와 지향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름만으로도 씨네필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 바흐만 고바디, 아피팟퐁 위라세타쿤, 구로사와 기요시, 조니 토, 자파르 파나히, 소노 시온 등 각기 다른 스타일로 영화적 사유와 매혹을 드러내는 거장들의 신작들은 필견의 영화다.

차이밍량과 그의 페르소나 이강생의 대화로 이루어진 <오후>, 싱가포르 영화의 새로운 거장 로이스톤 탄이 그린 노래의 세계 <3688>, 파격적 스타일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인도네시아 영화의 새 기운을 내뿜는 조코 안와르의 <내 마음의 복제> 등도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와 표현,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영화들로 채워져 어느 영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섹션이다.

4. 개봉 예정작들을 참고하자

 영화 <더 랍스터>의 포스터

영화 <더 랍스터>의 포스터 ⓒ 콘텐츠게이트



씨네필들, 다양성영화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들을 망라하는 만큼,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 수입되었거나, 수입을 추진중인 작품들. 남들보다 먼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은 있지만, 너무 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보고싶었던 영화를 포기해야 한다면, 국내에 수입돼 개봉을 준비중인 영화들을 미리 참고하는 것도 영화제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재까지 20회 BIFF 상영작 중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파악된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더 아이돌, 바닷마을 다이어리, 인투 더 포레스트, 자객 섭은낭, 택시, 해안가로의 여행 (아시아 영화의 창)
다윈으로 가는 마지막 택시, 더 랍스터, 디판, 라우더 댄 밤즈, 리그레션, 사울의 아들, 시카리오, 유스, 제일버드, 크로닉, 탠저린, 프리헬드 (월드 시네마)
그린 룸, 극장령 (미드나잇 패션)
비거 스플래쉬 (갈라 프레젠테이션)
트윈스터, 프랑코포니아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5. 19금 상영작 & 오픈 시네마에 주목하자

 영화 <돌연변이>의 한 장면

영화 <돌연변이>의 한 장면 ⓒ 필라멘트픽쳐스



익히 알려진대로 영화제는 사전심의 면제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모든 영화들을 삭제나 블러처리 없는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영화제만의 이점을 살려, 표현 수위가 세거나 여러 이유로 소개되기 어려운 영화들을 온전히 보는 즐거움도 영화제에서 얻는 수확이 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많은 섹션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들이 포진된 '오픈 시네마' 상영작들은 이견이 없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작품들이다. 특히 인도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전사 바후발리>와 베니스 화제작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생선인간을 소재로 펼쳐지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각종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돌연변이> 등 영화적 쾌감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들이 가득하다.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티켓 예매는 개·폐막작 9월 22일, 일반상영작이 24일에 오픈될 예정. 부디 영화팬들 대부분 원하는 영화 예매에 성공해 즐겁게 영화의 바다를 헤엄치길.

BIFF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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