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보다 삼촌 스타일, 이철민
독사, 불곰, 보스, 수감자, 그리고 소매치기… 날카로운 눈빛 이면에 사람 냄새 가득한 신 스틸러 이철민의 오늘.
도트 프린트의 헤링본 재킷과 팬츠는Andy & Debb.카무플라주 패턴의 셔츠는Zara.
매섭고도 여린, 이철민
강렬한 눈빛아휴, 평상시에도 독사 같은 눈빛 하고 있으면 눈 망가지지(웃음). 대학 다닐 때 <장군의 아들 2>에 캐스팅되면서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먼저 시작한 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수많은 무술 유단자들이 득세했던 오디션에서 내가 뽑힌 게 의아했는데 영화사 제작실장님이 “너 진짜 볼 거 없었는데 감독님이 네 눈빛이 마음에 들었대.”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대사 없이 계속 눈빛만…(웃음).
영화 같았던 내 삶의 ‘한 신(Scene)’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초등학교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대통령, 의사, 군인, 판사 같은 뻔한 초딩들의 꿈이 아니라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람이 꿈을 이루고 살아야지, 하는 정말 단순한 생각에 갑자기 진로를 바꾸었더니 집과 학교에서 난리가 났었다(웃음). 우여곡절 끝에 재수했는데도 대학에 떨어지고, 군대에 가야 할 시점에 부모님 몰래 서울예전에 시험을 봤거든. 합격자 발표 날, 전화기에 내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잠시 후 “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하는 ARS 기계음이 들렸을 때, 가슴 터질 것 같았던 그 순간이 정말 영화 같았다.
독사, 불곰, 보스, 수감자 그리고 소매치기<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이미지가 셌나 보다. 이듬해 <첫사랑>에서는 최수종 형님이 매일 놀러 오는 식당 보조 동팔이 역할을 했는데 그땐 약간 덜 떨어지고 순진한 캐릭터였고. 아무래도 사람들은 센 걸 기억하더라. 악역을 많이 했지만 얼마 전 개봉한 <연평해전>의 착한 소령처럼 선한 역도 많았는데. 지금은 또 <라스트>에서 독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장진 사단장진 감독님 작품 중 97~98%는 같이 한 것 같다. 하지만 누가 가끔 “장진 사단이시잖아요.” 그러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식구나 친척쯤 될까?
나를 울린 영화<아이 엠 샘>은 정말 철철 울면서 봤다. 결혼 후 첫딸을 낳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여서 그랬던 것 같다. 첫딸에게 참 미안한 마음인데 그래서인지 아버지와 자식 얘기가 나오면 그렇게 슬프다. (류)승룡이가 나온 <손님>도 그런 의미에서 찡하더라고.
나를 가장 긴장시키는 상대와이프가 같은 학교 후배다. 난 학교 때도 늘 조연 아니면 단역이었고 와이프는 늘 주인공이었다. 연기감도 좋아서 촉망받는 학생이었는데 나랑 결혼하자마자 애가 생겨 모든 걸 접었다. 그런 와이프가 내 연기를 평가할 때 제일 긴장되고 무섭다.
EDITOR 채은미
STYLIST 원세영
PHOTOGRAPHER 신선혜
ART DESIGNER 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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