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의 노벨상 이야기] 빼앗긴 황금 발명

2015. 9. 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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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br>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출처:shutterstock.com/CartoonStock.com]

노벨상 업적이라 하여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상당수 업적은 전문지식의 영역에 머물 뿐 일반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미미하지만 어떤 것은 산업과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성과다. 창조경제가 회자되는 요즘 우리가 갈구하는 것이 바로 ‘파괴력이 큰 실용적 성과’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MRC라는 연구소에서 일하던 밀스테인과 쾰러의 ‘단일(單一)클론 항체’ 생산기술이다. 1984년에 노벨상을 받은 이 기술은 진단과 의약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14년 글로벌 의약시장에서 불과 5개 항체 제품의 매출액 합계가 무려 5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에 우리가 자동차와 반도체를 수출해 번 돈이 각각 55조원과 70조원 안팎이니 항체 기술의 상업적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항체란 외부로부터 병균이 들어올 때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특수 단백질이다. 병원균 수는 무수하게 많은데, 이에 달라붙는 항체는 그 수보다 훨씬 많다. 74년 이런 항체 다양성에 관심을 가진 28세의 독일 청년 쾰러가 밀스테인의 연구실로 들어온다. 그는 불과 몇 달도 안 돼 항체 생산세포와 암세포를 융합해 한 종류의 항체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밀스테인은 이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다. 연구소 내부 회의에서 이 결과를 들은 행정직원 비커스는 관련 기관에 즉시 그 중요성을 알렸다. 그러나 응용가치가 별로 없다고 느낀 직원들이 미적대는 사이 밀스테인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기술이 공지(公知)의 사실이 되자 아예 특허를 낼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밀스테인으로부터 세포주를 제공받은 미국 연구진이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암과 바이러스에 붙는 단일클론 항체를 개발해 특허를 냈다. 그 후 단일클론 항체를 이용한 사업은 거의 미국이 주도하는 형국이 됐다. 79년 총리가 된 마거릿 대처의 지시로 만들어진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특허와 실용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무지’를 비판했고, 이는 다시 학문정신과 상업주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밀스테인의 스토리에는 흥미로운 시사점이 많다. 그중에서 특히 기초연구를 통해서도 상업적으로 파괴력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는 점, 특허와 실용화에 대한 개념 부족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수입을 잃을 수 있다는 점, 남의 원천기술을 사용해서도 사업화 부문에서는 오히려 앞서 갈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리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만하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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