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전업맘 자녀 '종일보육→6시간 제한' 놓고 직장맘·전업맘 쌓였던 감정 폭발
[친절한 쿡기자] 인터넷에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전업주부인 ‘전업맘’과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 영유아 무상보육 개편안을 놓고 온라인에서 벌인 논쟁이 마치 치열한 백병전을 보는 듯합니다.
출산·육아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부터 영유아 무상보육 개편안이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전업맘의 보육시설 이용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한다는 게 개편안의 골자입니다. 구직활동 중임을 증명하거나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만 12시간 종일 보육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행은 내년 7월로 예정됐습니다.
전업맘들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실업급여처럼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기 힘든 직장인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죠. 어린이집에서 전업맘 자녀 기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직장맘들은 곧바로 반격했습니다. 가정보육이 가능한데도 아이를 시설에 맡겨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전업맘들이 우려한 기피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논리로 맞섰습니다. 기피 대상 자녀가 직장맘에서 전업맘으로 달라졌을 뿐입니다.
논쟁은 이기우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국장의 “보육 서비스는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게 맞다. 아이들에게 과잉(장시간 어린이집 보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이 알려져 전쟁 수준으로 폭발했습니다. 전업맘들은 “과잉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며 발끈했죠. 더욱이 이 국장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에 전업맘을 ‘맘충’으로 폄하한 댓글이 줄줄이 달리면서 분노가 터졌습니다. “내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내 인생을 포기했는데 ‘맘충’이란 비난까지 듣게 됐다”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과거에도 전업맘들이 직장맘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피해를 주면서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냐”는 태도가 불만이었죠. 직장맘들은 전업맘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직장맘과 그들의 자녀를 왕따시킨다고 반격해 왔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의 정책이 전업맘과 직장맘의 편 가르기를 부추겨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습니다. 논란을 잠재우려면 가정에 직접 지원하거나 맞춤형 복지 기준을 직장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지를 받았죠.
개편이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무언가를 줬다 빼앗을 때는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을 느끼게 된 게 아닐까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친절한 쿡기자 [기사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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