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도 반대하는 '국정 교과서'..청와대는 '요지부동'

2015. 9.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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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수차례 국정화 의지

'맹탕 국감' 거치며 자신감

여론은 반대 쪽으로 기울었어도청 "입장 바꿀 거면 시작도 안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지지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며 국정교과서 도입을 강행할 분위기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바른 국가관" 등을 명분으로 교육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13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최근의 부정적인 여론 흐름과 관계없이 국정교과서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교과서마다 내용도 다르고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해석도 다른 건 문제"라며 "이런 혼란이 사회 갈등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가 8종에 이르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가치관의 혼돈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과 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4~8일 김태년·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도 교육청 도움을 받아 중·고교 사회과 교사 2만4195명에게 물었더니 77.7%가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앞서 9일에는 보수·진보 진영을 망라한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1167명이 "국정제로의 회귀는 40여년에 걸친 민주화 운동의 성과와 대한민국이 이룩한 사회·문화적 성취를 부정하는 처사"라며 반대선언에 나섰고, 11일에는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개발하고 있는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등 연구자들마저 "국정제 환원시 역사 교육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내놓아 교육부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 내부에서도 국정화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렇게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 교사나 연구진들은 교과서 집필진과 감수, 출판, 참고서 등 교과서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국정교과서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런 반대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에 따라 바뀔 거면) 애초 시작도 안 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동시에 '당사자'인 학부모들의 여론은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서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청와대는 국정화 문제에 대해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는 노동개편 등에 청와대가 직접 공식 석상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소관업무가 교육부임을 내세워 교육부가 국정화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고, 교육부가 이를 책임지도록 하는 구도다. 따라서 국정화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현재로선 '없다'. 여론 악화는 물론 청와대가 갈등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도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밝힌 바 있고, 청와대에도 기본 입장은 있다"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 맞는지, 어떻게 수용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에 대해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강경한 방침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완강한 '신념'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발표된 고교생 대상 역사의식 조사에서 "6·25 전쟁이 북침에 의한 것"이라는 답이 69%에 이르렀다는 여론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조사는 응답자들이 '북침'의 뜻을 '북한이 침공한 것'으로 이해한 탓이라는 게 이후 밝혀졌지만, 박 대통령은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2월 교육부 업무보고 때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혜정 엄지원 전정윤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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