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후퇴..워킹맘 위주로 재편(종합)

음상준 기자 2015. 9.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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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증명서류 제출해야 어린이집 종일 보육..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 전업주부는 어린이집 이용제한..증빙서류 마련 곤란한 경우 적지 않아 반발도 예상
대전 유성구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뛰어 놀고 있다./뉴스1 © News1 신성룡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방침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어린이집서 영아를 하루 12시간 무상으로 장시간 봐주는 공공서비스를 일하는 여성 위주로 재편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0~2세 자녀를 둔 여성들은 자신이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 중임을 증면하는 서류를 내야 하루 12시간의 종일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0~2세 어린이집 종일 무상보육 워킹맘, 다자녀가정 등에 집중

별도의 서류 제출이 없으면 어린이집에서 하루에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현재의 절반인 6시간으로 줄어들고, 대신 월평균 15시간의 보육바우처가 제공된다.

지금까지는 0~2세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아무런 서류 제출 없이 종일보육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어린이집 무료 보육에 과잉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이기일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국장)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보육 서비스는)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게 맞다"며 "아이들한테도 과잉(장시간 어린이집 보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업주부까지 국가돈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에 0~2세 자녀를 하루종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범정부 차원에서 3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유사·중복 복지사업 구조조정과 맥락을 함께한다. 내년 보육예산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0~2세 보육료 예산은 올해 2조9694억원이던 것이 내년에는 1460억원 삭감된 2조8234억원만 편성됐다. 지난해 174억원의 8.3배 수준으로 예산 삭감액이 많아졌다.

복지부는 0~2세 아동의 20%가 종일보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셈이다. 전업주부 대상 종일보육을 줄여 절감되는 예산은 365억원 정도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0~2세 영아의 평균 어린이집 이용 시간은 7시간39분이었다. 일하는 여성은 8시간 13분, 전업주부는 6시간 42분으로 조사됐다.

종일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취업 한 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구직·취업 준비, 장애·질병, 자녀가 3명 이상 또는 영유아 자녀가 2명 이상, 임신, 생계급여 수급자, 매월 60시간 이상 자원봉사 실적이 있는 사람 등으로 한정된다.

정부는 어린이집 보육 시간을 줄이는 '맞춤형 보육' 도입을 도입하는 대신 내년에 시간제 보육반을 340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23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어린이집에 제공하는 표준보육료도 내년에는 83만10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급여 현실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전업주부들 반발 예상…불필요한 수요 많다는 게 정부 판단

이번 개편안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겨온 전업주부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개편안 취지가 일하는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업주부는 0세 영아를 집에서 양육하면 2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맡기면 정부 예산 77만8000원이 투입된다.

아기용품을 보고 있는 주부들./© News1

금액이 4배 가까이 차이가 나 전업주부들 사이에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물론 0~2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비율은 3% 수준으로 극히 낮지만, 현행 보육시스템이 어린이집 과다 이용을 부추긴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형표 전 장관은 올해 초 기자들과 만나 "0~2세 아동은 집에서 양육되는 것이 정서적으로 바람직하다"며 시간제 보육 확대를 언급한 바 있다.

정부의 새 보육체계 개편안이 적용되면 전업주부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금도 대상자 30% 이상이 7시간 내로 어린이집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생활이 어려운 차상위계층을 상대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09년 소득하위 50%까지 양육수당을 처음으로 지급했다. 2011년에는 보육료 지원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고, 2013년에는 전 계층에 제공했다.

제도 시행 3년도 안 돼 보육시스템이 바뀌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전업주부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자신을 전업주부로 소개한 한 여성은 본지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직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자녀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보낼 수 없었다"며 "정부 설명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호소했다.

또 "전업주부들을 맘충이라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마치 전업주부 때문에 일하는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현실에선 온전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 10~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육료 예산 삭감 등을 문제 삼았다.

새로운 0~2세 보육시스템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고, 예산 관련 국회 심의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양육수당 인상안이 검토될지 주목된다.

이기일 보육정책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양육수당을 30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여당에서도 양육수당 인상이 거론되는 만큼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가정양육수당은 만 0세 20만원, 만 1세 15만원, 만 2세에서 6세까지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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