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주요 쟁점은

입력 2015. 9. 13. 07:02 수정 2015. 9.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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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편향성 놓고 보수-진보 상반된 주장..공론화 과정 부족해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양정현 한국역사교육학회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5.9.9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자유민주수호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한 교육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9.8 hihong@yna.co.kr

정치적 편향성 놓고 보수-진보 상반된 주장…공론화 과정 부족해

(세종=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 싸움이 본격화했고, 시민단체, 학계에서도 진통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정화로 뜻을 굳힌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는 청와대는 최근에는 "교육부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신중 기류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도 검정체제 강화 또는 국정 전환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겠다며 두 갈래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어찌 되든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달 한국사 발행체제를 포함하는 교과용도서 구분고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결정을 하려면 검정체제와 국정화의 장단점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 "좌편향 서술 문제" vs "정권 입맛따라 서술 우려"

그동안 국정감사와 공청회, 시민단체·역사학계의 입장 발표 등으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리가 어느 정도 분명해진 상태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정치적 편향성 문제다.

국정화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에서는 민간출판사가 만든 검정 교과서들에서 이른바 '좌편향' 서술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올해 4월 서울행정법원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교육부의 수정명령에는 논란이 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25전쟁 때 미군에 의한 노근리 학살사건, 국군에 의한 거창 양민학살 사건만 다룬 교과서에 북한의 민간인 학살 사례가 추가됐다.

또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의 도발주체가 모호한 교과서에는 북한을 주어로 명시하도록 했다.

나아가 역사교과서들이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뀌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서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1974년부터 적용된 국정체제의 한국사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했다며 앞으로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친일·독재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로 보수와 진보 간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와 달리 민주화되고 성숙했기 때문에 역사왜곡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균형있고 학생들이 신뢰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공론화 과정 충분했나…올해 교육당국 공청회·여론조사 없어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해온 절차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작년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론화를 통해 국정체제 전환을 포함한 교과서 체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8∼9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에 관한 토론회를 두차례 열었고 10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하여금 여론조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사 국정화에 관한 공개적인 공청회나 토론회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충분한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국정화를 밀어붙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는 공개적인 행사 말고도 전문가 등의 의견을 꾸준히 들어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여론조사의 편차가 큰 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세 이상 일반인 2천명, 교사 5천명, 학부모 3천명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는 56.2%가 검정제를 찬성하고 학부모의 56.1%, 일반인의 52.4%는 국정제를 찬성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이 최근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 2만4천1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78%가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 7∼8일 19세 이상 국민 7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검정 교과서를 찬성한 국민의 비율이 51%로 국정교과서를 선택한 46.5%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는 시기와 참여인원 규모와 성향, 설문 내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교육당국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사 국정화에 대한 여론을 정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

◇ 국정화 수능 영향도 '분분'

한국사가 국정화될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명하게 대립된다.

한국사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17학년도부터 필수과목으로 전환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검정체제에서 여러 교과서로 수능을 치르면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논리를 편다.

황우여 부총리도 최근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처럼 교과서가 많은 상황에서는 수능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행 교과서에 한반도 구석기시대의 시작시기가 '기원전 100만년전'부터 '기원전 30만년전'까지 다양하다.

교과서별로 같은 시기와 사건에 따라 서술이 다르면 자칫 출제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그동안 검정체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치러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학계에서 논란이 없는 내용만 출제하면 되고 오히려 국정 교과서로 바뀌면 학생들이 수능을 보기에 부담이 더 커질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교과서가 한 종류로 되면 그야말로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이 되고 수능에서 지엽적인 것을 묻게 된다"고 주장했다.

◇ 선진국은 대부분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아이슬란드, 터키, 그리스 등 3개국 정도로 파악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은 대부분 검·인정체제나 국가가 일체 개입하지 않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북한, 러시아, 베트남 등 소수의 국가에서만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보 진영은 국정화가 교과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를 거스르는 퇴행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국정화는 독재국가를 따라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우리나라가 분단 등으로 이념적 대립이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남북관계가 휴전 상태가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고 학생들에게 각각 다른 역사를 가르치면 국력을 모으기 어렵다"며 국정 교과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립적 교과서' 검정체제 강화로 불가능한가

현행 검정체제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접근법도 다르다.

진보진영은 현행 검정체제를 강화하면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 편수용어 등 검정 교과서의 오류를 막을 장치를 갖추고 있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서도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명령을 내린다.

예를 들어 국사편찬위원회는 11일 공개한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에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유의할 것을 제시했다.

현재 교과서 중 상당수가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서술하지 않다는 논란이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검정 교과서의 집필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고 본심사를 1·2차로 세분화해서 2차 심사에서 수정·보완지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교과용 도서 개발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검정체제를 강화하더라도 출판사와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한 학자들이 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려도 출판사들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란이 이어질수 있다.

황우여 부총리도 국정감사에서 "집필기준 등 여러가지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얘기가 있지만 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 검정 교과서들도 결국 교육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만큼 교육부가 교과서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검정체제 개선의 필요성을 부각하며 "집필자들의 사관에 따라 교과서 내용 편차가 존재할수 밖에 없지만 교육부가 너무 방치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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