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말·말·말..누구 말이 맞나

김필규 2015. 9. 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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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역시 '역사 교과서'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민간 검정 교과서를 정부가 이렇게 국정 교과서 하나로 통합한다, 이런 얘기죠. 계속 논란이 되는 문제인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는 게 옳다", 저마다 주장도 제각각입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주장들을 하나하나 객관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먼저 국정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 '민간에 맡겼더니 편향성이 심해졌다, 오류가 많았다'는 이유에서였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 국감에서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는데요.

"역사 교과서에 대한 오류·편향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민 통합과 균형 잡힌 역사 인식 확립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민간 검정 교과서에서 오류가 많았냐. 3년 전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오류를 수정한 건수를 집계해 봤더니 모두 1,433건, 출판사별로 평균 179건이었습니다.

그러면 국정 교과서의 경우는 어떤지, 현재 국정으로 돼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를 한 역사 관련 단체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고려 시대 그림인데 조선 시대에나 있던 빨간 김치가 나오고, 또 태조 왕건이 신하 옷을 입고 있고, 보신각을 누각이 아니라 종이라고 설명하는 등 100여 건의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어느 정도 숫자 차이는 있지만 누가 더 낫다 말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오류가 나오기는 민간 검정으로 하거나 국정으로 하거나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그런데 의외로 민간 검정이든 국정이든 오류가 많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나오는 이야기가 "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니까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잖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일부 교수들이 이야기했던 내용이고요. 황 부총리 역시 이 얘기를 언급했는데요.

실제로 한국사는 이제 2017학년도부터 수능에 필수과목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예전 경우를 보면, 1994학년도부터 2004학년도까지 11년 동안 수학과 영어가 수능 필수과목이었는데, 일선 학교에선 둘 다 국정이 아닌 민간 검정 교과서를 썼습니다.

교문위원인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그래서 "수능 필수 과목이라는 게 국정화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보고 있는데,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것 중에 하나가, OECD 국가들 중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이게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에서 내놨던 얘기입니다. 여기에 대한 팩트체크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도 한 곳도 없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가 최근에 다시 한 번 확인해본 부분이기도 한데요.

교육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한 곳도 없는 것은 아니고 OECD 34개국 중 그리스와 터키, 아이슬란드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터키와 아이슬란드는 민간 검정 교과서를 같이 쓰고 있어서 순수하게 국정만 쓰는 곳은 OECD 국가 중 그리스 하나였습니다.

그밖에 국정 역사교과서만 쓰는 곳이 북한과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등이었는데, 그러니 선진국 중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는 곳 거의 없는 셈인 거죠.

교육부에서도 이런 점을 의식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할 경우 'OECD 국가 중 유일한 나라가 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짚어볼 것은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게 옳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역사교육이 중요하니 일선 교실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한 가지로 통일하자, 관점을 하나로 하자, 쉽게 얘기하면 그런 얘기잖아요?

[기자]

이 얘기는 역시 황우여 부총리가 여당 대표 시절에 한 이야기인데요.

이게 맞느냐를 따지기 전에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1973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때 22종이던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모두 국정화했는데, 당시 중앙일보 지면을 보면 국사학계 원로인 이병도 박사가 "자유국가에서 전제치하와 같은 획일적인 국사 교과서가 있을 수 없다"고 했고, 변태섭 서울대 교수는 "이건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다. 국정 교과서에는 현실적 정치이념이 반영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과서 제작비를 아낄 수 있고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고요.

[앵커]

실제로 이후에 어땠습니까? 이런 우려들이 국정 교과서에 그대로 담겼습니까?

[기자]

그래서 과거 국정교과서 몇 권을 찾아 확인해봤는데요, 1979년에 나온 국정 국사 교과서를 보면 10월 유신에 대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고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할 정치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자 단행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1982년 국사 교과서 마지막 장을 보면 '5공화국은 정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며,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민주 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장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게 옳다"고 한 부총리의 발언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대답은 이 두 사례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는 2주 동안 사실 굉장히 어려운 난제에 도전해왔습니다. 가벼운 얘기를 하지 않고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숙제를 2주 동안 해왔는데. 팩트체크가 왜 있는가를 아마 영국 세미나에서 배워오신 모양이죠?

[기자]

네, 그리고 또 가벼운 주제도 앞으로 다루기도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 봤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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