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등에게 준 훈장 70만건" 보도 누가 막고 있나

2015. 9. 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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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방송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뤄지다 목록에서 빠져… KBS 탐사보도팀 성명 "박정희 친일 불편한가"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KBS 내에서 유독 '친일' 관련 방송 아이템이 수난을 겪고 있다.

KBS 탐사 기획'훈장'제작진과 탐사보도팀은 8일 성명을 통해 "탐사보도팀이 2년여를 들여 기획·취재한 '훈장을 통해 본 대한민국 70년 역사'가 방송 날짜를 배정받지 못하고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탐사보도팀 구성원이 인사 이동 됐거나 될 예정이어서 기획이 이대로 묻힐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탐사보도팀은 2013년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수여된 훈·포장 포상 내역을 취재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서훈 명단을 비공개한 정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며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70여만 건의 내역을 올해 4월 입수했다.

탐사보도팀은 정보공개 내역과 자체 취재 결과 훈·포장 내역의 문제점을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 2부작 아이템으로 정리했다. '간첩과 훈장'편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간첩사건에 가담한 수사관에게 수여한 훈장 내역을 정리했다.

▲ KBS1TV '시사기획 창'은 통해 8일 밤 10시부터 '특별기획 4부작'을 방송할 예정이다.

'친일과 훈장'편은 대한민국이 친일 행적자와 일제 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에게 수여한 훈장 내역을 취재한 것이다. 당초 이 아이템은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기약 없이 방송 날짜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탐사보도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차례 데스크의 원고 제출과 수정 요구에 응했는데도 방송 날짜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같이 후순위로 밀렸던 다른 아이템은 방송 날짜가 확정됐는데 유독 '훈장'만 방송 날짜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이날 밤 10시부터 9월 한달 동안 '한국 경제 미래 추격에서 선도로' 주제의 특별기획 4부작을 연속해 내보낼 예정이다. 또 이날 발표된 10월 시사기획 창 방송 라인업에는 다른 기자들이 배치됐다. 방송 날짜 배정에 '훈장'이 배제된 것이다.

탐사보도팀은 '훈장'편이 방송 라인업에서 밀리는 이유가 '친일'이라는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친일 행적자와 일본인에게 훈장이 가장 많이 수여된 것은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 시기"라며 "당연히 프로그램에는 두 정부에 대한 사실 발굴과 균형 잡힌 평가가 들어갔으나 방송 일자를 배정하는 부장·국장들이 '민감한 내용이니 내용을 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탐사보도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2부작 아이템을 시간차를 두고 방송하자던 입장에서 6월말 '이승만 망명설 보도 이후'부터 분위기가 바뀌더니 두 아이템 방송이 모두 미뤄졌다"며 "8월에는 광복 70년 특집프로그램이 줄편성 된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어느 순간부터 '훈장 2부작'이 방송 목록 자체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것은 9월 정기 인사다. '훈장'편을 제작한 탐사보도팀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이미 지난 7일 팀장급 인사에서 탐사보도 팀장이 교체됐다. 조만간 단행될 취재기자 인사 이동에서도 총 3명 중 2명 이상의 기자가 인사 이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2년 결실의 마무리 작업만 남은 '훈장'편의 제작진 교체는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을 그만두고 방송 날짜를 확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S는 "사실과 다르다"며 "메르스 관련 방송 편성으로 순연된 탓에 원고가 지난주 수요일에 왔고 데스크를 보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인사 이동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안과 상관 없는 보도본부 차원의 정기 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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