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육아와 현실 육아의 간극, 슈퍼맨 아빠들에 좌절하는 보통 아빠들

입력 2015. 9. 8. 21:05 수정 2015. 9. 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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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 예능 육아와 현실 육아의 간극, 슈퍼맨 아빠들에 좌절하는 보통 아빠들-정덕현 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방 송 : FM 94.5 (18:10~20:00)■ 방송일 : 2015/09/08 (화)■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여전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육아 예능이 예전에 비하면 한 풀 꺾인 느낌이랄까요? 화제성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정덕현: 한때는 방송만 틀면 아이들이 나오는 육아 예능이 하나의 트렌드였었죠. <아빠 어디가>에서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베이비>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 육아예능이었습니다. 여기서 <아빠 어디가>는 종영됐고, <오 마이 베이비>는 별로 주목을 못 받고 있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예전만큼의 화제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비슷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되어 나오고 육아예능의 특성 상 아이들이 자라거든요, 그러면 아무래도 어렸을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죠. 관심도 그래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영일: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이고……. 요즘 2030 젊은 세대들은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 하잖아요. 육아 예능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이들의 대리만족이라는 분석이 많죠?

◆정덕현: 그렇습니다. 요즘은 육아는 능력이라고 말하죠. 즉 그만한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이를 갖는다는 것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운 사회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 친구 중에도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런 친구들이 유독 육아예능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사실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는 본능적인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적 여건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면서 그 대리만족으로서 육아예능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겠죠.

◇최영일: 최근에 보면 위화감이 자꾸 지적이 됩니다. 일례로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만 봐도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가서 노래를 녹음하고, 류현진 선수가 집으로 오고, 유명 한류 스타들이 오직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방문하잖아요. 해외로 여행도 쉽게 가고 말이죠.

◆정덕현: 사실 연예인 가족이잖아요. 물론 모든 연예인이 다 일반인들보다 잘 산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육아예능에 비춰지는 연예인들의 경우 대부분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곤 하죠. 또 보통의 서민들은 하기 힘든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볼 때면 서민들로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건 카메라가 그 연예인의 집에 설치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는데요, 바로 이런 위화감이 최근 육아예능의 침체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최영일: 주변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평범한 아빠들이 하소연을 많이 하더라고요. 유명 연예인 아빠와 본인의 현실은 너무 다른데. 저렇게 해 줄 수가 없는데. 마치 저것이 아빠의 역할이다. 이렇게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요.

◆정덕현: 아빠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준다는 의견들도 많죠. 어디 아빠들이 하기 싫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각자 하는 일들이 바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도 많고,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많죠. 그런데 육아예능의 아빠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는 말 그대로 '슈퍼맨'들이잖아요. 그러니 소시민들 입장에서는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죠.

◇최영일: 아이들의 예쁜 모습만 보여준다. 실제 육아와는 너무 다르다. 이런 지적도 많죠?

◆정덕현: 주로 화보 촬영 같은 걸 하는 장면을 볼 때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예쁜 옷을 차려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건 엄연히 연예활동이고 방송활동이거든요, 일상적인 장면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게다가 아이들이 어떻게 늘 예쁘기만 하겠어요. 실제로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은 알잖아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다는 걸 말이죠. 하지만 방송은 이런 것들을 다 의식하는 듯이 피해가고 있으니 현실과 다르다는 느낌을 주게 되죠.

◇최영일: 지난 주말에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와 엄마가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했습니다. 그 전에 다른 출연자들 역시 가족 전체가 CF에 나오기도 했는데 결국은 프로그램 출연이 상업적으로, 돈으로 귀결되는 것이냐는 우려와 비판도 많은 것이 사실인데요?

◆정덕현: 항간에는 그래서 아이들 앞세워 돈벌이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더군요. 사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대한 선택권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건 전적으로 부모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인데 그것이 아이에게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일이거든요. 게다가 이처럼 상업적인 행보를 보일 때는 그 비난도 감수할 수밖에 없죠. 그간 소원했던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은 나쁘지 않지만 그것이 결국은 상업적으로 귀결될 때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최영일: 공중파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육아 예능이 계속되고, 새로 만들어지고 하는데요. 제작진들 어떤 점을 다시 한 번 꼭 기억하면 좋을까요?

◆정덕현: 사실 육아 예능은 이미 끝물이라는 얘기가 현장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행복감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떤 상업적으로 비춰지거나 위화감을 주는 부정적인 인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육아예능이 일반 서민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입니다. 일반 서민들의 육아를 공감할 수 있는 출연자와 이야기를 찾아서 저들의 육아가 아니라 우리들의 육아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육아예능 성패의 관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영일: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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