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와 세월호, 이렇게 닮았다
[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 청와대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째인 지난해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그 날로부터 508일이 지난 2015년 9월 5일, 제주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추정 인원 21명이 탄 낚싯배 한 척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후 구조 과정은 세월호 참사와 판박이였다.
사고 당일 해경은 다른 어선에게 이 배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엉뚱하게도 해당 배의 승선자를 찾아 핸드폰 통화를 시도하는 등 '헛발질'에 골든타임 20여 분을 써버렸다. 또한 탑승자 명단 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탓에 승선 인원은 아직 파악 중이다. 구명조끼를 착용 규정을 무시하는 등 안전 불감증도 여전했다. 과거와 현재, 달라지지 않은 점을 정리해봤다.
? 헛발질로 골든타임 놓친 해경
지난해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단원고 2학년 6반 최덕하 군이 점점 기우는 세월호 안에서 전남소방본부에 첫 신고를 했다. 최군의 신고를 접수한 119 상황실은 곧바로 해경을 연결해 3자 통화를 했다. 하지만 해경은 엉뚱하게도 최군에게 '위도'와 '경도'를 알려달라고 여러 번 다그쳤다. 그렇게 최초 신고 후 이를 접수하는 데까지 총 4분 25초가 소요됐다.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골든타임 '4분'이 증발한 것이다.
해경의 '헛발질'은 그로부터 508일이 지난 2015년 9월 5일에도 되풀이됐다. 사고 당일 오후 8시 40분께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다른 낚시 어선으로부터 돌고래호가 통신 두절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해경 상황센터에 이 사실을 보고한 건 그로부터 약 23분 후인 오후 9시 3분이었다.
지난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안전센터 근무자들은 그 시간 돌고래호 승선자들과 휴대전화 통화를 계속 시도했다. '사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승선자 명부에 오른 한 명과 연락이 닿았으나 허무하게도 그는 배에 타지 않은 상태였다. 돌고래호의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 신호가 끊긴 지 1시간도 넘은 뒤였다. 재난을 직감했어야 할 상황에서 전화통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해경은 최초 신고로부터 25분이 지난 오후 9시 5분께 출동신고를 했다.
? 오락가락 승선인원, 몇 명이 탔는지 모른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은 사고 당일 탑승자 수를 계속 정정했다. 오전 10시 중앙대책본부의 첫 발표는 476명이었으나 이후 477명→459명→462명→475명→476명으로 바뀌었다. 허술한 탑승 수속 탓에 표를 사지 않고 승선한 인원이 뒤늦게 집계된 탓이었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이를 계기로 지난해 6월 1일부터 여객선 탑승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돌고래호가 전복된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이 배의 승선인원은 21명으로 '추정'된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출항 당시 돌고래호가 제출한 승선 명부에는 22명이 적혀있지만, 이 중 4명이 배에 타지 않았고, 명단에 없는 3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6일에 밝혔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아래 낚시법)'에는 어선이 출·입항을 할 때는 승선할 선원과 승객의 명부를 첨부하여 출입항신고기관 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어선업자가 '제출'만 하도록 명시돼 있을 뿐 기관장이 이를 직접 점검할 의무는 없다. 해상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되는 부분이다.
해경은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승선 인원을 파악 중에 있으나 여전히 '추정' 중이다. 몇 명을 더 구조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뜻이다.
?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으로 꼽힌 이유 중 하나는 '안전불감증'이었다. 일본에서 18년 된 세월호를 구입해 운항을 시작한 청해진 해운은 객실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수직증축을 했다. 그 결과 탑승 정원이 116명 증가했지만,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이동해 기울어졌을 때 다시 스스로 중심을 잡는 '복원력'이 약해졌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여기에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및 선박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은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화물 결박 상태, 화물 중량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이런 안일한 태도는 이번 참사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돌고래호의 생존자와 사망자 대부분은 구명동의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낚시법'에 따르면 낚시어선업자 및 선원은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승객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승객이 이를 거부하면 승선을 거부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낚시어선 국민행동 요령'에도 "출항부터 입항까지 구명동의를 착용해야 하며 3톤 미만 어선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돼있다.
하지만 배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한 40대 남성 생존자는 당시 "내리는 비에 구명동의가 젖어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법'과 '행동요령'은 문자로만 존재했다.
궂은 날씨에 출항을 한 점도 안전불감증의 하나로 꼽힌다. 사고 당시(오후 9시 기준) 추자도 인근 바다의 물결은 1.4m, 최대 파고는 2.1m였다. 바람은 나무가 흔들리는 수준인 초속 11.1m로 불었다. 풍랑주의보(물결 3m·풍속 초당 14m)를 내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물결이 높고 바람이 강한 측에 속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출발한 쌍둥이배 '돌고래 1호'가 회항을 결정한 이유였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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