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우주] 38년 간 항해 중인 '우주 척후병' 보이저 1호 이야기

2015. 9. 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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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인류의 ‘우주 척후병’ 보이저 1호. 지구로부터 약 200억km 떨어진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중이다. 지구를 떠난 것이 지난 1977년 9월 5일이니까 오늘로 꼬박 만 38년을 날아가고 있는 셈이다.

-태양에서 약 200억km

인류가 우주로 띄워보낸 '병 속 편지' 보이저 1호가 2015년 9월 현재 지구로부터 약 200억km 떨어진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를 떠난 것이 지난 1977년 9월 5일이니까 오늘로 꼬박 만 38년을 날아가고 있는 셈이다.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속 17km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는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간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 거리는 초속 30만km인 빛이 달리더라도 18시간이 넘게 걸리며, 지구-태양 간 거리의 130배(130AU)가 넘는 거리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진입한 것은 2012년 8월로, 탐사선을 스치는 태양풍 입자들의 움직임으로 확인되었다.

태양계 최외각의 행성들을 지나온 보이저는 최초로 성간 공간으로 진입한 우주선으로서 각종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오고 있는 중이다. 데이터로부터 최근 확인된 상황은 ​태양으로부터 온 '거품(Bubbles)' 효과의 관측으로, 이것이 바로 보이저 1호가 성간 공간으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다.

탐사선들의 출발 날짜와 항로 개념도

그리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014년 7월 보이저 1호가 성간 공간을 날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인간의 모든 신화와 문명에서 절대적 중심이었던 태양, 그 영향권으로부터 최초로 벗어난 722㎏짜리 인간의 피조물이 지금 호수와도 같이 고요한 성간 공간을 주행하고 있다.

인류의 우주탐사 꿈을 싣고 한 세대를 지나는 세월 동안 고장 한번 나지 않은 기적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목성, 토성을 지나며 보석 같은 과학 정보들을 지구로 보낸 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인 '검은 우주' 속으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저 1호는 그간 수많은 탐사 신기록을 세웠다. 1979년 목성에 약 35만km까지 다가가 아름다운 목성의 모습을 촬영했다. 당시만 해도 미지의 행성이었던 목성의 대적반(거대 폭풍)과 대기가 보이저 1호에 처음 포착되면서 목성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토성에서 12만km 지점에 접근해 토성의 고리가 1000개 이상의 선으로 이뤄졌고 고리 사이에는 틈새기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이어니어 10호, 200만 년 후 알데바란에 도착

보이저 1호 다음으로 먼 곳을 달리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157억km 떨어져 있는 파이어니어 10호다. 방향은 보이저 1호의 정반대편이다.

하지만 파이어니어 10호는 2003년 1월 23일 마지막으로 희미한 신호를 보내온 후 교신이 끊어졌다. 지구에서 100AU나 떨어진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1972년 3월 지구를 떠난 지 꼭 31년 만이다.

미국 아이오와 대 반알렌 교수는 “탐사선은 아직도 태양의 온기를 쬐고 있을 것”이라며 파이어니어 10호가 태양계 언저리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시속 4만 5000km의 맹렬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주파하고 있는 파이어니어 10호는 3만 년쯤 후에는 황소자리 붉은 별 로스(Ross) 248별을 스쳐 지나고, 그후 100만 년 동안 10개의 별들 옆을 더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 200만 년 후에는 지구로부터 65광년 떨어진 황소자리 1등성 알데바란 옆퉁이에 다다를 것이다. 겨울철 남쪽 하늘 오리온자리 옆구리에서 밝게 반짝이는 별이다. (겨울 밤하늘에서 알데바란을 볼 때 주의하기 바란다. 지구-알데바란 간 우주공간을 날고 있는 보이저 1호가 운좋으면 혹 눈에 띌지도 모르니까.^^ )

한편, 보이저 2호와 파이어니어 11호는 둘 다 명왕성 궤도 바깥을 날고 있고, 또 다른 탐사선 뉴호라이즌 호는 지난 7월 14일 명왕성을 최근접 비행을 성공한 후 외부 태양계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다음 목표물은 카이퍼 벨트에 있는 소행성 2014 MU69로, 2019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주의 한 변방, 모래알만한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라는 지성체가 바야흐로 그의 광막한 고향, 대우주를 탐색하기 위해 용약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우주의 당구공 치기, 스윙바이

본래 태양계 바깥쪽의 거대 행성들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보이저 1호는 당시 최신 기술이던 중력 보조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탐사선이다. 중력 보조란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력을 이용한 슬링 숏 기법(새총쏘기)을 말하는 것으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가속을 얻는 기법이다. 스윙바이(swingby) 또는 플라이바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말하자면 우주의 당구공 치기쯤 되는 기술이다.

탐사선이 행성의 중력을 받아 미끄러지듯 가속을 얻으며 낙하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진행각도를 바꾸면 그 가속을 보유한 채 튕기듯이 탈출하게 된다. 보이저는 이 기법을 이용해 목성 중력에서 시속 6만km의 속도 증가를 공짜로 얻었다. 보이저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을 때, 목성은 그만큼 에너지를 빼앗기는 셈이지만, 그것은 50억 년에 공전 속도가 1mm 정도 뒤처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추진 로켓의 힘은 겨우 목성까지 날아가는 게 한계이지만, 이 스윙바이 항법으로 우리는 전 태양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명 ‘행성간 대여행’이라 불리는 행성의 배치가 행성간 탐사선의 개발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 행성간 대여행은 연속적인 중력 보조를 활용함으로써, 한 탐사선이 궤도 수정을 위한 최소한의 연료만으로 화성 바깥쪽의 모든 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할 수 있는 여행이다.

이 항법을 활용하기 위해 보이저는 행성들이 직선상 배열을 이루는 드문 기회(몇백 년에 한 번꼴)를 이용했는데, 목성의 중력이 보이저를 토성으로 내던지고, 토성은 천왕성으로, 천왕성은 해왕성으로, 그 다음은 태양계 밖으로 차례로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하늘의 당구치기를 하면서 날아갈 보이저 1호와 2호는 이 여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며, 발사 시점도 대여행이 가능하도록 맞춰졌다.

-보이저 2호, 30만 년 후 시리우스에 도착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2호는 1호보다 16일 먼저 지구를 떠났지만 1호와는 다른 경로를 택했다. 목성과 토성까지는 비슷한 경로로 날아갔지만, 그 뒤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밖으로 향했고,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차례로 관측하는 경로를 택했다.

인류의 우주 척후병들이 태양계를 누비는 개념도. 파이어니어 10호는 10년 전 우주 미아가 됐고, 보이저 1호는 이미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2015년 9월 현재 보이저 2호는 지구로부터 110AU(천문단위), 164억km 떨어진 태양권덮개(헬리오시스)에 있으며, 성간 가스의 압력에 의해 태양풍이 있는 태양권의 가장 바깥자리에서 항해 중이다. 빛의 속도로 15시간 걸리는 거리다. 이는 인류가 만든 확인된 물체 중 지구로부터 두 번째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보이저 2호도 이미 태양권 덮개 영역으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9만 6천 년 후 보이저 2호는 지구로부터 8.6광년 떨어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뒤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를 대비해 보이저 1호에는 외계인들에게 보내는 지구인의 메시지를 담은 금제 음반도 싣고 있다. 이 음반의 내용은 칼 세이건이 의장으로 있던 위원회에서 결정되었는데, 115개의 그림과 파도, 바람, 천둥, 새와 고래의 노래와 같은 자연적인 소리와 함께 수록된 55개 언어로 된 지구인의 인삿말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보이저가 가장 가까운 별인 켄타우루스 프록시마 별까지 가는 데만도 4만 년 정도가 걸리고, 탐사선의 크기도 너무 작기 때문에 발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이 음반을 정말 누군가가 받는다고 해도 영원처럼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외계인과 교신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뜻이 더 많다.

-인류가 보낸 ‘우주 척후병' 보이저 1호의 최후는?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는 어느 천체의 중력권에 붙잡힐 때까지 관성에 의해 계속 어둡고 차가운 우주로 나아갈 운명이다. 연료인 플로토늄 238이 바닥나는 2020년께까지 보이저 1호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태양계 바깥의 모습을 지구로 타전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보이저 1호가 보내온 각종 영상과 데이터는 태양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넓혀주었다. 1980년엔 최초로 완벽한 태양계의 모습을 촬영했다. 지구에서 60억km쯤 떨어진 명왕성 궤도 부근에서 찍어보낸 그 유명한 지구 사진, 흑암의 무한 공간 속에 한낱 먼지처럼 부유하는 '창백한 푸른 점'도 보이저 1호의 작품이다.

또한 목성에도 토성과 비슷한 고리가 있다는 사실, 토성의 고리가 1,000개 이상의 가는 선으로 이뤄졌다는 사실,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얼어붙은 바다로 덮여 있다는 사실 등이 모두 보이저 1호가 밝혀낸 것들이다.

보이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에드 스톤 박사는 “지금까지 보이저 1, 2호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을 변하게 했다”면서 보이저 1호 대장정의 의미를 규정했다.

3개의 원자력 전지가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 보이저 1호는 2020년경까지는 지구와의 통신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2025년 이후에는 전력 부족으로 더 이상 어떤 장비도 구동할 수 없게 되고, 지구와의 연결선이 완전 끊어지게 된다. 그러나 보이저의 항해는 그후로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가 먼저 만나게 될 천체는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이다. 하지만 300년 후의 일이다. 이 오르트 구름 지역을 빠져나가는 데만도 약 30,000년이 걸린다. 그 다음부터 40,000년 동안에는 그 진로상에 어떤 별도 없다.

동그라미 속 한 점 티끌이 70억 인류가 사는 지구다. 60억km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서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약 70,000년을 날아간 후 보이저 1호는 18광년 떨어진 기린자리의 글리제 445 별을 1.6광년 거리에서 지날 것이며, 그 다음부터는 적어도 10억 년 이상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우리은하의 중심을 돌 것이다.

인류가 우주로 띄워보낸 '병 속의 편지' 보이저 1호는 어쩌면 50억 년쯤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누구의 손에 의해서도 회수되는 일 없이 항진을 계속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음반이 재생되는 일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50억 년이란 인류에겐 긴 세월이다. 장엄하게 빛나던 태양도 종말을 맞을 것이며, 이미 지구는 바짝 구워져 염열지옥이 되어버렸을 시간이다.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행성으로 떠나갔거나 지구에서 멸종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때면 보이저 1호만이 사라져버린 지구 문명의 희미한 잔영을 지닌 채 우리은하를 벗어나 심우주로 몇조 년을 그대로 항행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계 바깥의 성간 공간에서 '검은 우주'를 향해 맹렬히 내달리고 있을 인류의 '병 속 편지' 보이저 1호는 과연 우주의 어느 언저리에서, 언제쯤 그 오랜 항해를 멈추고 영원한 잠에 빠져들 것인가 궁금하다.

동영상 넣기https://www.youtube.com/embed/BXUAiKkfJtA

이광식 통신원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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