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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한라산 자락 '숯쟁이들' 어떤 길 걸었을까

송고시간2015-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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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모르편백숲길서 숲의 생명력을…한라생태숲∼노루관찰원 트레킹 코스

제주 숯모르편백숲길 안내도
제주 숯모르편백숲길 안내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한라생태숲에 세워진 숯모르편백숲길 안내도. 2015.9.5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옛날 한라산 자락에서 숯을 구워 생계를 꾸렸던 '숯쟁이'는 어떤 길을 걸었을까?

숯모르편백숲길에서 숯쟁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숲의 생명력을 만끽해보자.

숯쟁이들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라산 중턱 곳곳에 돌로 숯가마를 쌓고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를 이용해 참숯을 구웠다. '숯모르'는 숯을 구웠던 등성이를 뜻하는 제주어다.

5·16 군사정변 이후 본격적으로 확장·정비가 이뤄진 한라산 제1횡단도로인 516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한라생태숲이 나온다.

숯모르편백숲길의 물봉선 꽃
숯모르편백숲길의 물봉선 꽃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숯모르편백숲길에서 활짝 피어나 탐방객 반기는 홍자색 물봉선 꽃. 2015.9.5
khc@yna.co.kr

세계적인 장수촌들이 있다는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한라생태숲은 2009년 9월 개원했다.

가축 방목으로 훼손돼 방치됐던 숲을 복원해 난대성 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모아 놓은 곳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끈질긴 복원작업을 통해 '작은 한라산'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구상나무숲, 꽃나무숲, 단풍나무숲, 목련총림, 벚나무숲, 참꽃나무숲, 산열매나무숲을 비롯해 수생식물원, 암석원, 야생난원, 양치식물원, 지피식물원을 갖추고 있다.

또 양묘하우스, 난대수종 적응시험림, 다목적 경영시험림, 유전자 보전림을 만들어 자연생태계 복원과 자생식물의 보전 기능을 하고 있다.

전망대와 원형광장, 다양한 모습의 파고라 등 편의시설도 두루 갖춰 산림 생태 휴양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숯모르편백숲길은 196㏊에 이르는 한라생태숲 경계선을 따라가는 4.2㎞의 숯모르숲길 중 2.4㎞ 지점에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절물자연휴양림 내 장생의숲길로 빠져 들어가 노루생태관찰원까지 가는 5.6㎞를 합친 숲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관찰원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약 3시간 30분짜리 트레킹 코스다.

한라생태숲 내 쉼터
한라생태숲 내 쉼터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한라생태숲 내 산나무열매숲에 있는 쉼터에서 탐방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5.9.5
khc@yna.co.kr

◇ 숯모르편백숲길 트레킹

한라생태숲 안내소에서 출발해 5분 정도 걸어가니 수령 100년은 족히 넘은 듯한 소나무가 우뚝 선 천연림 입구가 나왔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홍자색의 물봉선꽃과 연한 자줏빛 방울꽃이 활짝 웃으며 반겼다.

꽃과 썩은 나무에 돋아난 이름 모를 버섯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1.1㎞ 지점에 다다랐다. 코스 옆에 있는 산나무열매숲으로 살짝 빠져 판자로 지붕을 얹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코스로 돌아왔다.

거대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 높이 솟은 나무와 지지배배 지저귀는 산새들을 살피는 동안 어느새 숯모르숲길을 벗어나 절물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섰다.

처음으로 가파른 나무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자 샛개오리오름 정상의 쉼터가 나왔다. 나무 의자에 앉아 물을 몇 모금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자 이전과는 다른 숲이 전개된다.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다른 잡목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상큼함이 온몸 깊숙이 파고들면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찾게 되리라 생각했다.

숯모르편백숲길의 편백나무 숲
숯모르편백숲길의 편백나무 숲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숯모르편백숲길의 편백나무 숲을 걷는 탐방객들. 2015.9.5
khc@yna.co.kr

이번에는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삼나무숲이 펼쳐졌다. 적갈색이어야 할 삼나무 껍질은 이끼가 수북이 끼어 초록색으로 변했다. 삼나무와 고사리류가 무성하게 번성한 이 길은 2㎞가량 길게 이어졌다.

드디어 노루생태관찰원 입구에 다다랐다. 그만 걷고 절물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나갈까 하고 잠시 망설이다 애초 목표한 대로 발길을 재촉했다.

두 번째 급경사 나무계단을 올라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책이 나왔다. 노루들이 뛰쳐나가지 못하게 친 울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책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꽤 넓어 보이는 습지와 '뱀 조심'이라는 푯말에 조금 긴장됐다. 바닥을 잘 살피며 거친오름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도중 독사로 보이는 뱀을 세 마리나 봤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 섰지만, 뱀들은 오히려 인기척에 놀라 스스로 사라졌다. 생태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거친오름 정상에서는 기대와 달리 주변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오름에서 내려와 상시관찰원에 이르자 10여 마리의 노루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발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먹이를 먹는 모습은 오랜 시간 순치된 결과리라.

나중에 노루생태관찰원 안내소 직원으로부터 오름 중턱을 돌아가는 둘레길로 가면 서북쪽의 제주시가지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귀띔을 받았다. 거친오름은 정상보다는 둘레길을 걷기를 권한다.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 가족
노루생태관찰원의 노루 가족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숯모르편백숲길 코스의 종점인 노루생태관찰원에서 만난 노루 가족. 2015.9.5
khc@yna.co.kr

숯모르편백숲길은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하지만 대부분 구간에 야자수매트가 깔려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샛개오리오름과 노루생태관찰원으로 가는 급경사 2곳을 빼면 경사도도 아주 완만하다.

노루생태관찰원 주차장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니 이날 트레킹의 시간당 평균 속도는 2.5㎞였다.

◇ 교통편·탐방시간·주변 관광지·먹을거리

제주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한라생태숲에 도착한다. 서귀포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40분가량 걸린다. 노루생태공원까지 간 탐방객은 인근 제주4·3평화공원으로 내려가면 30분마다 있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다시 한라생태숲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라생태숲 탐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숯모르편백숲길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노루생태관찰원 주변에 제주4·3평화공원과 절물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 제주돌문화공원, 교래자연휴양림, 삼다수숲길, 에코랜드, 제주미니랜드 등의 관광지가 있다.

토종닭 마을인 조천읍 교래리에 가면 토종닭 백숙은 물론 칼국수, 아구찜과 해물탕 등을 하는 다양한 식당이 즐비하다. 명도암 마을에는 정식집과 수제 두부집 등 토속 음식점들이 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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