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결혼·아파트·아이, 포기합니다".. 도시로 내몰린 2030의 이유있는 파업

2015. 9. 5. 03: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지음/김정환 옮김/300쪽·1만4000원·와이즈베리◇확률가족/박재현 김영재 엮음/박해천 기획/260쪽·1만6000원·마티
[동아일보]
저출산은 문명의 독이다. 할 일 많은 현대인은 아이를 낳고 기를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문명 자체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합계출산율 1.2명인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동아일보DB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놀던 모습을 본 지 오래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아이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저출산이 이어지면 인구 구조도 변한다. 이미 한국은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늘어 고령사회의 문 앞에 있다. 교육과 부동산, 노동, 군 병력 수급 등도 인구 구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방 소멸’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가 담겼다. 일본 총무상을 지낸 저자는 일본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풍부한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1억2000만 명 수준인 일본 인구는 2100년 4900만 명으로 줄어든다. 100년도 안 돼 인구가 ‘반 토막’이 난다. 심각성을 느낀 일본은 2007년 저출산을 담당하는 저출산대책담당상 직책을 장관급으로 신설했다. 하지만 2012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4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도쿄 지역과 타 지역의 출산율 차이에 주목한다. 일본은 ‘극점 사회’로 불린다. 일본 인구의 30%가량이 도쿄 지역에 몰려 산다(우리나라는 5000만 명 중 2500만 명이 서울 경기권에 산다). 출산율을 좌우하는 젊은 여성들은 지방에서 도쿄로 몰려들고 있다.

실제 도쿄 지역 합계출산율은 1.09명으로 일본 전체(1.4명)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지방에서 온 젊은 여성에게 도쿄는 아이 낳을 곳이 못 된다. 출산과 육아에 필수적인 부모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도쿄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 거점 도시를 육성하면 저출산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여성의 고향에서 가깝고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 거점 도시가 ‘아이를 낳을 곳’이라는 주장이다.

‘확률 가족’은 광복 이후 인구 구조의 변화가 가져온 한국의 사회상을 미시적 관점에서 본 책이다. 2010년 현재 베이비붐 세대(52∼60세)와 그들의 자식들인 에코 세대(23∼36세)는 각각 695만 명, 954만 명에 달한다. 두 세대를 합치면 전체 인구의 35%나 된다.

에코 세대는 어린 시절 어떤 식으로든 아파트를 체험한 ‘아파트 키드’다. 식구가 3, 4명뿐인 가족에게 아파트는 안성맞춤이다. 부모 세대에게 아파트는 사용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신기한 중고품’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가격이 오르는, 재산의 전부였다. 하지만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저소득층이 된 자식 세대에게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

책 제목은 에코 세대가 계급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확률이 바로 가족, 즉 부모의 아파트 보유 여부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아파트에 얽힌 여러 가족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사회 경제 구조를 들여다본다.

:: 함께 읽을 책 ::인구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텅빈 요람’(필립 롱맨 지음·민음인)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과 고령화 폐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 꼽았다.

일본 책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니혼게이자이신문사 지음·가나출판)는 인구 문제를 통해 미래 세계의 변화를 예측했다. 반면 ‘인구쇼크’(앨런 와이즈먼 지음·알에이치코리아)는 1900년에 16억 명이던 세계 인구가 2082년에는 100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030년 대담한 미래’(최윤식 지음·지식노마드)와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김현기 등 지음·한스미디어)는 저출산 고령화로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그리고 해법을 모색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