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관람률 90% 창작 뮤지컬 '풍월주' 주역 성두섭-이율

전지현 2015. 9. 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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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도 회전문관객 있어요"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성두섭(왼쪽)과 이율. [김호영 기자]
2012년 서울 대학로 소극장 '컬쳐스페이스 엔유'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 '풍월주'. 신라시대 최고 남자 기생 '열'은 관객과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나갔다. 그의 치명적인 매력은 진성여왕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들을 홀렸다. 재관람률이 90% 이상을 기록해 창작 뮤지컬도 '회전문 관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기 외국 라이선스 공연 '쓰릴미'와 '헤드윅'에서나 가능했던 흥행 성적이다. 당시 '열' 배역으로 객석을 홀린 배우 성두섭(32)과 이율(31)이 다시 돌아온다. 9월 8일~11월 22일 대학로 쁘띠첼씨어터에서 '풍월주' 열혈팬들과 재회한다. 막바지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두 사람을 최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여성의 보호 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부드러운 '열'로 인기몰이를 했던 성두섭은 "초연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꼭 다시 한번 공연하고 싶었다. 작품과 배우, 음악의 매력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재관람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도 벌써 15회차 티켓을 예매한 관객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여러 차례 공연을 본 관객은 대사가 틀린 것까지 포착해 더 부담스럽다. 남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열'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율은 "작품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팬들의 시선에 책임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하니까 더 깊이 있는 연기와 노래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로 평가받는 '풍월주'는 엇갈린 사랑을 서정적인 음악으로 풀어냈다. 바람과 달의 주인 '풍월주'로 불리는 남자 기생은 진골·성골 여자들을 접대한다. 최고의 풍월로 꼽히는 '열'은 진성여왕의 마음을 얻는다. 그의 아이를 갖게 된 진성여왕이 왕의 남자가 되기를 청하지만 '열'은 오랜 친구 '사담'을 떠나고 싶지 않아 도망치려 한다.

성두섭은 작품의 매력에 대해 "한시(漢詩) 같은 작품이다. 여운과 여백의 미를 품고 있다. 사랑보다 더 깊은 우정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율은 "음악과 미묘한 감정선, 함축적 대사"를 꼽았다. 이 작품은 CJ문화재단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공연작으로 선정된 덕분에 체계적인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 흥행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도쿄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에서 일본 관객까지 사로잡았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창작의 고통도 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본이 수정되기 때문에 배우들은 매일 새로운 대사를 외워야 했다.

성두섭은 "다시 공부하려고 초연 대본을 찾아보니 수정 버전이 너무 많아 최종본을 모르겠더라. 창작 뮤지컬 초연은 너무 힘들지만 '이 작품의 처음'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해가 지나면서 롱런하니까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율은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다. 창작 뮤지컬 초연 자체가 배우에게 영광"이라고 했다. 특히 관객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330석 소극장 공연의 추억이 많다. 객석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 소통하기 쉽지만 작은 실수도 도드라진다. 마치 카메라로 클로즈업한 것 같아 섬세한 연기가 필요하다.

성두섭은 "경사진 무대에서 춤추다가 객석으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의자를 붙잡고 금방 일어났다. 그 관객이 울고 있어 내 실수를 눈치채지 못해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이율은 "옷을 입어야 하는데 팔을 못 넣어 헤맨 적이 있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난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2005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성두섭과 2007년 '쓰릴미'로 데뷔한 이율은 "나이가 들수록 더 겁이 나지만 남자 배우의 멋은 30대부터 나온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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