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대기록, 위대한 팀 플레이어의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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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최고의 대도로 이름 놀았던 전준호 현 NC 주루 코치가 한 말이다.
도루는 엄연히 개인적인 기록 분야다. 많이 뛸 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팀 동료들의 도움이 특별하게 필요하지는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도루가 왜 팀 플레이라는 걸까.
전 코치는 “도루는 정말 어려운 공격 수단이다. 부상 위험도 있고 체력적 부담도 된다. 또 누상에만 나가면 쏟아지는 견제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도루는 팀의 공격에 큰 보탬이 되는 수단이다. 득점권 찬스에 가는 것 만이 아니다. 투수가 아무리 많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 해도 빠른 주자가 나가면 바깥쪽 빠른 계열(직구,슬라이더)로 던지는 가짓수가 적어지게 된다”며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는 힘들고 겁이 나도 팀을 위해 뛰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땐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희생 번트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감수하면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전략이다. 같은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도루에서의 희생은 시도하는 선수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한화 정근우가 1일 대전 KIA전서 10년 연속 20도루 기록을 세웠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 기록이다. 은퇴하기 전까지 도루를 쉬지 않았던 전준호 코치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정근우는 우리 나이로 서른 다섯살이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전 코치의 말 처럼 뛰는 것이 두려워질 나이가 이미 지났다고도 볼 수 있다. 정근우가 기록을 세운 뒤 “내 신체 나이는 28세라고 최면을 건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도루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도루는 내가 온 힘을 다해 야구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더 많이 뛰려 노력했다.
정근우는 이기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것이 몸에 밴 선수다. 그에게 수비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답은 간결했지만 그 어떤 말 보다 강인했다.
“난 모든 공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몸을 던진다.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만 한다. 그러다 보면 안타가 될 공들이 거짓말 처럼 잡히기도 한다.”
정근우는 지난 10년간 그렇게 몸을 굴렸다. 때로는 공을 향해, 때로는 베이스를 향해. 그리고 그의 노력은 아주 많은 팀의 승리로 이어졌다. ‘사상 첫 10년 연속 20도루 선수’라는 타이틀은 그런 그에게 주어진 빛나는 훈장이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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