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말한다] "맥주병·돌 세례, 북런던더비는 상상이상"

윤태석 2015. 9. 1.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윤태석]
북런던 더비를 ‘전쟁’으로 끌어올린 사건은 2001년 여름, 토트넘의 유스 출신의 주장 솔 캠벨이 아스널로 이적한 일이었다. 자유계약이었기 때문에 토트넘은 이적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주장을 라이벌에게 넘겨줘야 했다. 이에 분개한 토트넘 팬들은 이후 솔 캠벨을 ‘유다’라고 칭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구장 밖에선) 맥주병과 돌이 날아든다. 북런던 더비는 상상 이상이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영표(38) KBS 해설위원에게 북런던 더비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손흥민(23)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면서 북런던 더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런던에는 10개가 넘는 프로팀이 있는데 이중 북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아스널과 토트넘의 맞대결은 가장 치열한 더비로 손꼽힌다.

아스널은 에미리츠 스타디움, 토트넘은 화이트 하트 레인을 홈구장으로 쓴다. 이 위원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토트넘에서 뛰며 수차례 북런던 더비를 뛰었다. 그는 K리그 FC서울에서 활약할 때는 수원 삼성,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소속일 때는 아약스, 독일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샬케04와 여러 번 라이벌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 위원은 "북런던 더비는 다른 더비와 다르다"고 털어놨다.

북런던 더비 당일은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의 팬들이 몰려들어 긴장감이 고조된다. 2015년 2월 북런던 더비가 열리던 날, 경기 시작 전 토트넘의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 앞에서 시위하는 아스널 팬들과 이를 막는 경찰들.

더비가 열리기 전부터 분위기는 고조된다.

이 위원은 "아스널과 대결이 다가오면 호텔에 '네버 레드(아스널의 상징색)', '킬 레드'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고 했다. 북런던 더비에서 패하면 토트넘은 팀 운영진까지 위협을 받는다. 더비 결과가 팀 사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경기 전날 구단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북런던 더비 관련 비디오를 보여준다. 아스널과 대결이 얼마나 중요하며 단순히 시즌 중의 한 경기가 아니라는 점을 계속 환기시킨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는 영국 모든 미디어의 관심이 쏠린다. 북런던 더비는 현지시간 낮 12시에 열린다. 이 위원은 "밤에 하면 경기 후 심한 폭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북런던 더비는 팀 운영진에 대한 지지율까지도 바꿀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사진은 토트넘 구단주 다니엘 레비(위쪽)와 북런던 더비가 열리는 날 화이트 하트 레인 앞에 걸린 레비의 사퇴를 요구하는 문구들.

경기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토트넘 지역까지는 일직선으로 약 4km다. 원정 경기를 마친 토트넘 선수들은 이 짧은 거리를 통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경기가 끝나면 토트넘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3시간 가량 대기한다. 그 사이 경찰들이 밖에서 토트넘, 아스널 팬들을 모두 해산시킨다. 팬들이 흩어지고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면 경찰차량 5~6대가 호위한다. 모든 신호를 미리 조작해 버스가 대기 시간 없이 자동 통과하도록 조치한다. 이렇게 하는데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갑자기 매니저가 버스 안 선수들에게 말한다.

북런던 더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장면. 2014년 1월 열린 FA컵 경기에서 후반 81분 부상을 당한 시오 월콧이 들것에 실려나가는 도중, 토트넘 서포터가 동전을 던지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양 손가락으로 당시 스코어였던 2-0 모양을 만들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월콧은 이 부상(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에 월드컵 출전 불발까지 당했지만, 아스널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었었다.

"고개를 숙여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어."

이 위원은 무슨 영문인가 싶었지만 곧 이유를 깨달았다. 갑자기 '파파팍', '펑펑' 소리와 함께 버스 유리창으로 맥주병과 돌이 날아들었다. 버스가 교차로를 지날 때 아스널 팬들이 튀어나와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 위원은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토트넘까지 4mk 중 2km는 아스널 지역, 나머지 2km는 토트넘 지역이다. 매니저가 '이제 괜찮아. 고개를 들어'라고 하면 아스널 지역을 통과해 토트넘 지역으로 접어든 거다"고 웃었다.

2005년 10월, 이영표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첫 북런던 더비에서 당시 아스널 선수였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태클로 막는 모습.

이런 공격은 경기 승패나 내용과 상관이 없다. 팀이 이기든 지든 아스널 팬에게 토트넘 선수단은 무조건 적이다. 이 위원은 토트넘 입단 후 첫 아스널 원정에서 패하고 나서 이런 일을 겪은 뒤 당시 동료 로비 킨(35)에게 물었다.

"아니 자기네(아스널) 팀이 이겼잖아? 그랬는데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너무한 거 아냐?"

그러자 로비 킨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우리(토트넘) 팬들은 어떨 것 같아. 쟤네(아스널 선수단)를 순순히 보내줄 것 같아?"

피장파장이라는 뜻이다. 이 위원은 기념비적인 북런던 더비 승리를 기억했다. 2008년 1월 홈에서 열린 칼링컵(리그컵) 4강에서 아스널을 무려 5-1로 대파했다. 이 위원도 풀타임 뛰며 대승에 힘을 보탰다.

2008년 열린 칼링컵 경기에서 아스널을 대파한 이영표와 토트넘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는 모습.

"경기 다음날 모든 토트넘 팬 숍에 티셔츠가 걸렸는데 가슴에 크게 5-1이라고 쓰여 있었다. 토트넘 팬들은 다 그 옷만 입고 다녔다. 티셔츠 말고도 기념품이 무지하게 만들어졌는데 다 팔렸다. 5-1이라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컵을 들고 커피 마시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다."

손흥민도 곧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11월 9일(한국시간) 첫 북런던 더비(아스널 원정)를 치른다. 버스 안에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공포에 떠는 손흥민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미국 야구장서 또 추락사, 경기장 안전 문제 도마에 올라... 갑론을박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여자대표팀 유망주 3명 캐나다 파견

홍정호 \"나도 도전자 입장\"

김태형 감독의 꾸지람과 박건우의 깨달음

'아우크스 이적' 구자철, 반나절 만에 다시 독일로 떠난 사연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