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역사적 명반 4장 쏟아낸 이틀간의 재즈 즉흥연주
그나마 할 줄 아는 김치찌개를 한 번 끓여 이틀간 우려먹었다. 이쯤 되면 사골 수준. 사흘째 되니 국물에서 넣지도 않은 뼈 맛이 나는 것 같다. 그마저 바닥을 드러내면 라면이다. 세 번째는…. 나도 사람인데 같은 라면을 또 먹을 순 없잖나. 짜장 라면이다. 그렇게 한 주기가 돌아갔다. 만둣국에 도전했다. 제맛 내기에 실패한 뒤 도전정신을 잃었다. 계절이 바뀔 요량인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노을색이 짙어지니 (허기와) 고독감이 더 밀려든다. 그이가 보고 싶다.
마트에 갔다 세일을 하기에 명반 표지가 새겨진 반팔 티 한 벌을 샀다.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1957년 작품 ‘Cookin‘’(사진). 재즈 역사에 킹콩 같은 족적을 남긴 데이비스는 ‘연주자 몇 명 모아 주제 정해서 하루 이틀 후딱 즉흥연주로 녹음한 걸 역사적 명반으로 만들기’의 대가다.
이 음반도 그렇게 3분 요리처럼 뚝딱 만들어진 앨범이다. 데이비스는 1955년, 프레스티지 레코드 소속이던 그는 컬럼비아 레코드의 ‘잘해줄게, 우리 쪽으로 오라’는 제안에 넘어간다. 문제는 프레스티지와 계약한 음반 발매 수량을 아직 여럿 채우지 못했다는 것. 성질 급한 데이비스, 단 이틀 만에 해치우기로 한다.
이듬해 5월 11일과 10월 26일, 그는 당시 그가 이끌던 퀸텟 멤버들을 뉴저지의 스튜디오로 부른다. 폴 체임버스(베이스), 존 콜트레인(색소폰), 레드 갈런드(피아노), 필리 조 존스(드럼). 프레스티지는 이들이 단 이틀간 녹음한 즉흥연주를 네 장의 앨범에 나눠 내고 데이비스를 풀어준다. 그 앨범들이 설마 했는데 역시 전부 명반이 됐다. ‘Relaxin’’ ‘Steamin‘’ ‘Workin’’, 그리고 ‘Cookin‘’.
가을인 10월에 녹음된 ‘Cookin’’은 특히 첫 곡 ‘My Funny Valentine’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거의 모든 재즈 거장이 녹음한 이 스탠더드 곡의 히말라야 같은 풍경이 여기 있다. 레드 갈런드의 동심 어린 피아노 전주 뒤로 데이비스의 가녀린 뮤티드 트럼펫(트럼펫 앞부분을 막아 내는 소리)이 주제부를 띄우는 순간, 여름이 무너진다.
연주를 들으며 서산 쪽을 바라본다. 또 (허기와) 고독감이 밀려든다. 나도 오늘 저녁엔 이렇게 후딱 명작 요리를 만들 수 있지나 않을까. 혼자 살기 참 어렵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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