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사내유보금 사상 최고.. 미래 신사업 육성에 쏟는다

한국일보 2015. 8.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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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날개 달고 과감한 투자

설비투자 7분기 연속 플러스 행진

도요타·혼다·닛산 R&D 합종연횡

양산형 연료전지차 경쟁 치열하지만

차세대전지·자동운전 기술 공동개발

최근 일본기업들은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 2014년부터 신문과 TV를 통해 연일 전해지는 도요타,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들의 사상 최대실적 달성 소식은 현지 기업인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이상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조사한 자료에서는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4~6월 분기 경영이익 합계가 리먼쇼크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9조엔을 돌파했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으로 주식시장도 호황을 맞고 있다. 필자가 참가한 일본경제연구센터, 이토츄상사의 경제전문 연구위원 간담회에서도 일본 주식시장의 유례없는 호황에 대한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였던 닛케이평균주가 2만엔 돌파는 이미 지난 7월, 15년 만에 달성됐고 비록 최근의 중국경기 불안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28일 현재 1만9,000엔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日기업, 내부유보금도 사상 최고치에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함께 내부 유보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 조사에 따르면 내부유보금은 2015년 3월 기준 약 345조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내부유보금이 지나치게 확대되자 지난 3월 아소다로(麻生太郞) 재무장관이 "배당이나 임금인상, 설비투자 등에 사용돼야 할 유보금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이상(異常)한 현상"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은 기록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내부유보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을까?

먼저 눈을 돌린 분야가 설비투자다. 일본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부진한 설비투자를 우려해 왔지만 최근엔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모양새다. 2012년 말, 전년동기대비 8.7%나 감소했지만 2013년 3분기부터는 플러스로 전환돼 현재 7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 동안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려왔던 일본기업들이 해외수요 확대와 일본을 찾는 관광객 증가 등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0년을 내다보는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연구개발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수요확보를 위한 투자가 아닌 10년, 20년 장기적인 미래의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개발 투자는 최근 닛케이 조사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주요 268개사의 2015년 연구개발투자 총액(계획치)이 11조7,940억엔으로 4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기업의 3분의1 수준인 111개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전년대비 4.5% 증가한 역대 최고액인 1조5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미쯔비시중공업(16.1% 증가 900억엔), IHI(21.6% 증가, 450억엔), 가와사키중공업(10.6% 증가, 460억엔) 등 주요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폭 넓은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확대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기업들도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의 민간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것은 도요타, 혼다, 닛산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분야로 연구개발투자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주요 연구개발 대상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다. 도요타는 세계 최초의 '양산(量産)형' 연료전지차 '미라이'를 2014년 발표, 올해 약 700대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연료전지자동차(FCV)란 수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로, 석유를 대체하는 수소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다양한 1차 에너지원에서 추출이 가능해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자원으로 알려져 있다.

도요타의 미라이는 주행거리도 가솔린차와 거의 비슷하며 충전시간도 3분 정도에 불과해 완벽한 미래형 자동차로서 주목 받는 상황이다. 혼다 역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형 연료전지차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혼다 닛산 등 자동차 각 사가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차세대 전지'와 '자동운전 기술'이다. 향후 전기자동차 보급확대를 위해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고출력, 고용량 차세대 전지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미래의 핵심분야인 '자동운전 기술'개발을 위해 일본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핵심기술과 부품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행 중 위험요인을 인지하는 센서 기술과 운전을 총괄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일부 공동화 등이 그 내용이며, 일본정부에서도 산관학연계 공동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외에도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히타치제작소는 미래유망분야인 IoT(사물인터넷ㆍInternet of Things) 분야 연구에 주력, 향후 3년간 올해 3,550억엔(전년대비 6.0% 증가) 보다 1,500억엔 증가한 연간 5,000억엔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력하는 분야는 철도 수도 기계 장치 에너지 등 인프라 분야와 정보기술을 융합한 자동제어 종합시스템으로 고도의 센서기술과 인공지능 로봇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차세대 성장전략 분야인 로봇산업의 경우 주력 기업인 파나소닉, 화낙, 야스카와전기 등이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전년대비 2.8% 증가한 4,700억엔을 로봇기술과 주택관련 자동제어시스템에 투자할 계획이다. 전 사원의 3분의1이 연구원인 화낙도 2015년 연구소 확장에 300억엔을 투자키로 했으며 야스카와전기는 매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2014년엔 2010년 대비 57.5%나 증가한 153억엔을 투자했다.

의료분야도 아스테라스제약, 다이니혼스미토모제약 등이 기존 약품의 특허만료에 대응해 신약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각각 2,290억엔(10.9% 증가), 870억엔(22.0% 증가)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M&A 추진

연구개발 외에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M&A)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보험, 물류 업종의 해외진출과 신사업분야 진출을 위한 해외기업 인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달 11일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스미토모생명보험의 미국 시메트라파이낸셜 인수가 대표적 사례. 스미토모생명은 해외 수익원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5,000억엔 규모로 M&A에 합의했다.

또 6월에는 도쿄카이죠홀딩스가 미국 보험회사 HCC인슈런스 홀딩스를 9,400억엔에 매수해 일본 금융기관 역대 최고액의 M&A를 성사시켰다. 이외에 다이이치생명,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니혼생명도 해외 M&A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물류기업 중에선 니혼우편(日本郵便)이 호주의 대형 물류기업인 톨홀딩스를 6,200억엔에 인수해 화제가 됐으며 히타치물류와 코노이케운수도 해외에 진출했다.

제조업도 신사업분야 진출을 위한 M&A를 서두르고 있다. 캐논은 2020년까지 4,000억엔을 투자해 로봇, 생명과학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며 아사히카세이와 후지필름도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전체로는 금년 8월까지 해외 M&A 누계액이 7조엔을 돌파해 2012년 1년간의 기록을 이미 돌파했으며, 올해 사상 최대기록 달성이 예상된다.

한국기업 분발 시급한 상황

일본 현지에서 이곳 기업들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지켜보면 한국기업들이 뒤쳐지고 있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의 기회를 십분 살려 축적한 이윤을 고스란히 미래를 준비하는 데 과감히 투자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활동조사'에 따르면 한국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2013년 기준 약 59조원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05년~2014년 해외 M&A 누계건수에서도 한국은 848건으로 일본(2,106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 일본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 IoT, 소재·부품, 생명과학, 금융·보험 등은 모두 우리기업들이 이들과 향후 경쟁해야 할 핵심 분야들이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기업전략이 절실하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장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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