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빠진 대한민국, 과다 섭취 주의해야

이순용 입력 2015. 8. 3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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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량의 설탕 섭취 계속되면, 당뇨병·관상동맥 질환 등 각종 질병 유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지난해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달콤한 감자칩을 시작으로 올 봄 품귀 현상까지 빚은 달달한 과일 맛 소주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단맛 열풍’이 거세다. 최근에는 설탕으로 맛을 낸 레시피로 ‘슈가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요리연구가의 요리법이 인기를 끌며 SNS마다 요리를 따라 만든 인증 글이 넘쳐난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흔히 ‘당이 떨어졌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설탕은 우리 몸의 뛰어난 에너지원이다. 설탕은 체내에서 빠르게 에너지원인 당으로 전환돼 운동 후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탕을 장기적,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결국에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설탕의 과도한 섭취는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 습관적 설탕 섭취, 당뇨병·관상동맥 질환 등 발병 위험 높여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고, 뇌는 다시 설탕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단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서운 점은 이런 습관이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켜 무기력증, 피로,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당뇨병과 관상동맥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이 조금 첨가된 음식만을 먹는 사람과 비교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10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영양학과는 당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6%,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총 당류 섭취량은 평균 61.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섭취량인 50g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만큼 과다한 설탕 섭취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설탕 섭취는 호르몬 분비 외에 장 기능 저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장은 인체의 가장 큰 면역 기관이자 독성 물질을 걸러내는 곳이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장내 세균 증식이 활발해져 정상적인 장의 기능을 해치고 장 점막까지 손상시킨다. 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내 독소들이 그대로 쌓여 만성피로를 유발하게 되고 면역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이대목동병원 건진의학과 전혜진 교수는 “적당량의 설탕은 포도당을 빠르게 올려 두뇌활동을 돕고 원기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좋은 에너지원이다”며, “하지만 설탕 섭취가 지나치면 비만이 되기 쉽고 혈액 속에 중성지방 농도가 올라가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지며,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만성적인 설탕 섭취, 설탕 중독 야기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부터 생각나고 단 음식을 끊으면 손발이 떨리고 산만해지거나 무기력증·우울증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설탕 중독(Sugar Addiction)’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설탕 중독은 신체적·심리적 원인에 의해 단 것을 끊임없이 찾아 먹는 행동으로, 정신과 진단명으로 명시되어 있을 만큼 무서운 병이다. 만성적 설탕 섭취와 만성 음주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도 이 점을 시사한다.

단맛은 뇌 내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데,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단 것을 먹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 섭취할 경우 단맛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고 결국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만성적으로 과다한 설탕에 노출되면 뇌의 보상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마약을 복용할 때와 같은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의 분비가 늘수록 몸은 도파민에 내성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쾌락을 위해 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찾게 되어 결국에는 설탕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원정 교수는 “우울한 환자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설탕 등의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게 되는데, 평소와는 달리 자꾸 단맛이 섭취하고 싶다면 혹시 우울감이 증가한 것이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설탕 섭취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탕 섭취를 줄이는 팁

▲ 탄산음료 대신 가정용 웰빙 음료 섭취하기 = 여름철 음료 섭취는 과도한 당 섭취의 주범이다. 별생각 없이 들이켜는 음료에는 액상과당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탄산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갖가지 맛이 첨가된 물 또한 설탕 함유량이 생각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정에서 매실차, 오미자차 등 웰빙 음료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고, 당도가 낮은 생과일을 갈아 마시는 것도 설탕 섭취를 줄일 수 있다.

▲ 설탕 대신 원재료 속 천연 당분으로 대체해야 = 단맛 나는 과일이나 채소 혹은 곡류를 통해 당분을 대체 섭취하는 것도 설탕 섭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원재료를 통해 섭취하는 천연당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겐 얼마를 섭취하든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WHO(세계보건기구)와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설탕 대신 올리고당 사용으로 ‘첨가당’ 사용 줄이기 = 첨가당은 요리할 때 첨가하는 당을 말하는데,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사용하면 열량도 낮을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몸 속에서 당 흡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 영양 성분표 확인하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분 섭취 줄이기 =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전체 용량 대비 당이 얼마나 들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 영양 성분표 내용은 1회 제공량 기준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가 봐도 한번에 먹을 만한 제품도 ‘2회 제공량’으로 표기해 당분의 양을 줄여 표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설탕 무첨가’란 표기에도 속지 말아야 한다. 이 경우, 설탕 대신 액상과당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6배나 달 뿐 아니라 설탕보다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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