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울려' 악녀 한이서를 기억하세요?(인터뷰)

장아름 기자 2015. 8.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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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가 어느새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4월 봄 기운이 만연했던 날 찾아왔던 드라마는 무더위가 지나간 늦여름에 이르러서야 시청자들과 이별하게 됐지만 4개월 여의 시간 동안 유독 잊어지지 않는, 유독 기억에 깊이 남아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한이서(31)다.

한이서는 '여자를 울려' 2회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극 중 강진우(송창의 분)의 막냇동생 강진희 역을 맡아 황경철(인교진 분)을 두고 정덕인(김정은 분)과 대립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실감 나는 악역이었던 만큼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기도 했고 날선 비난을 받기도 했다.

브라운관에서 익숙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10여 년간 연기라는 한 길만을 걸어왔다. 자신을 믿으며 걸어왔던 길 끝에 만난 '여자를 울려'가 더 소중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스스로 부족한 점에 자책도 많이 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급해 하지 않고 다시 배우로 한 걸음씩 내딛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이서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다려진다.

배우 한이서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출연했던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타 / IOK컴퍼니

Q. '여자를 울려'가 후반부로 가고 있던 시점에서 떠나게 됐다. 많이 아쉬울 것 같다.A. 첫 드라마이기도 하고 애정도 큰데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많았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진희가 여운으로 많이 남아 있다. 진희가 떠나야 진우와 덕인이 맺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떠나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지더라. 마지막 촬영 당시에도 마지막 대사를 하는데 통쾌함 보다는 경철이 정말 좋은 인생을 살기는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진희로서의 감정이 무엇인지 많이 느꼈던 것 같다.

Q.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어떤 연기를 준비했나.A. 역할 인물 관계도가 주어졌었는데 그걸 보고 진희를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 관계를 통해서 파악한 진희 캐릭터를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께서 제 모습을 보시고 진희가 있다고 하셨다.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모습이 그랬던 것 같다. 또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음색이라고도 하시더라. 저만의 목소리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Q. 기존 악녀들과 진희는 분명 다른 것 같다. 어떤 지점에서 차별점을 두려 했나.A. 보통 기존의 악녀들은 잘 안 들키려고 하지 않나. 몰래 무슨 일을 꾸미고 들킬까 전전긍긍하고 덮기 위해 또 다른 일을 꾸미는데 진희는 어떻게 보면 당당하다. 너무 경철에게 맹목적이기도 하다. 2회 때 돼서야 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냈는데 덕인에게 직접 찾아가서 내가 황경철의 숨겨진 여자라고 이야기 하지도 않나. 어떻게 보면 뻔뻔하다 느낄 만큼 당당했다. (웃음) 그만큼 원하는 걸 갖고자 하는 마음도 컸었고 꾸밈 없이 표현하고 지르는 캐릭터였기에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

Q. 황경철의 변심도 가진 것도 다 버리려 했던 진희에게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을 터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진희에게 연민을 유독 느꼈을 것 같다.A.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경철에게 '네 집안이 무슨 재벌이니'라는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실제로도 서럽더라. 우리 부모님을 외면하면서까지 사랑했는데 돌아오는 건 나와 우리 집을 깎아내리는 말 뿐이다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런 말에 서러워서 실제로도 눈물이 났던 적이 있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웃음)

배우 한이서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악녀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타 / IOK컴퍼니

Q. 진희가 갑작스레 착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진희가 마음을 바르게 먹은 지점은 언제였을까.A. 모든 행동의 근거와 답은 대본에 있는 것 같다. 진희가 바보 같은 사랑을 했던 이유에는 경철이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그러다 덕인이 진희에게 사랑하는 것과 갖고 싶은 건 다른 거라고 말하지 않나. 처음에 진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아니라고 했다. 경철 때문에 가족까지 버리고 나왔는데 경철이 다시 덕인이 있는 집으로 가면서 그 말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걸 깨달았을 때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Q. 실제 본인의 모습과 조금의 접점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뭐였나.A. 덕인에게 무조건 욕심을 부렸던 것처럼 연기를 무조건 잘 하려고 욕심만 냈다. 이후에 진희의 상황에 공감하고 자연스레 빠져들면서 부담을 조금씩 덜어냈던 것 같다. 나중에는 그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리딩만 할 뿐인데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마음만 앞서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Q. 진희 캐릭터를 위한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A. 디렉션을 많이 받은 편이었다. 어떤 큰 틀을 주시면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 했고 찍을 때는 1, 2분에 지나지 않지만 감정을 끊어서 찍었기 때문에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하려 노력했다. 결국 연기에 집중을 해야 했던 게 이번 드라마에서의 과제였다.

Q. 인교진과 붙는 장면이 가장 많았을 텐데 호흡은 어땠나.A. 아까도 언급했지만 전의 장면에서의 감정을 이어가는 연결이 중요했다. 그 감정이 튀지 않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인교진 선배님이셨다. 몇 마디의 조언을 더 해주시는 것보다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게 너무 고마웠다.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내가 정말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캐릭터에 잘 접근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배우 한이서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 스타 / IOK컴퍼니

Q. 주말극이다 보니 선배 연기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본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나.A. 선배님 한 분 한 분이 너무 다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관계자 분들과 같이 계실 때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우리가 캐스팅하고 놀랐다는 거다. 정말 그만큼 대단하신 선배님들이 많았다. 그 분들은 배우로서도 정말 완벽하시고 프로이시다. 그런 점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셨다. 애정이 넘치는 눈빛으로 봐주실 때 너무나 감사했다.

Q. 작품을 찍고 롤모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나.A.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까 롤모델이 너무나 막연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작품을 같이 해본 적도 없고 작품만 봤을 뿐인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구체적인 가르침을 받고 나니까 막연하게 롤모델을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조금 더 해가면서 선배님들께 많은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A. 10년 전엔 연기에 정말 관심이 없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소녀였다. 테니스를 하다가 하다가 운동을 그만뒀을 시점에 어머니께서 연극을 보여주셨는데 정말 훅 빠져들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 예고에 진학을 하고 영화예술학과까지 전공하게 됐다.

Q. 연기를 꾸준히 해오면서 흔들렸던 시기는 없었나.A. 돌이켜 보면 정말 힘들었다. 성과가 없는 일을 누구라도 10년 정도 하게 되면 자신의 뒤를 돌아보게 되지 않나. 이게 정말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자신을 믿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Q. '여자를 울려'를 통해 시청자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된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A. 진희는 정말 노력해서 만들었던 캐릭터였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왔던 만큼 앞으로도 조급해하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단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정말 잘하는 배우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 '여자를 울려'를 만난 그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작품을 하면 뭔가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기특하고 뿌듯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고 부족하다는 것도 많이 느끼게 해줬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온다면 좋은 배우로 최선을 다하겠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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