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m 박병호 비공인 최장거리 홈런
8월 26일 목동구장에서 '비공인' 프로야구 최장거리 홈런 기록이 세워졌다. 주인공은 넥센의 홈런왕 박병호(29)다.
박병호는 이날 kt전에서 4-1로 앞선 5회말 상대 선발 정대현으로부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날렸다. 목동구장의 높은 외야 그물망을 넘겨 버린 시즌 45호. 이 홈런의 엄청난 비거리에 구장 본부석에 앉은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홈런의 비거리를 135m로 측정했다. 그러나 다른 수치가 있다. 목동구장에 설치된 트랙맨 시스템이 측정한 이 홈런의 비거리는 무려 159m였다. KBO 공인 최장거리 홈런 기록은 1982년 백인천(MBC), 1997년 양준혁(삼성), 2000년 김동주(두산), 2007년 이대호(롯데) 등 네 명이 보유한 150m다. 측정방식은 다르지만 수치상으론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나온 150m가 넘는 초장거리 홈런이다.
KBO는 홈런 비거리 측정 방식은 이렇다. 각 구장 외야 스탠드 여러 지점을 설정한 뒤 홈플레이트와의 거리를 잰다. 각 구장 기록원실에는 홈런 비거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구장 도면이 비치돼 있다. 하지만 정확할 수는 없는 방식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은 "측정 방식의 문제 때문에 5m 단위로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장 밖으로 떨어지는 장외 홈런이라면 기록원의 감에 의존해야 한다.
반면 트랙맨은 타구에 계속 레이더를 쏘며 추적한다. 타구 속도와 각도를 바탕으로 예상 낙하지점을 컴퓨터가 계산해 비거리를 산출한다. 트랙맨 시스템 운영사인 (주)애슬릿미디어의 장민규 이사는 26일 목동구장에 있었다. 그는 "159m라는 숫자가 찍히는 순간 기계 고장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애슬릿미디어는 27일 덴마크의 트랙맨 본사에 시스템 오작동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결론은 "이상 없음"이었다. 장 이사는 "박병호는 8월 17일 목동 넥센전에서 이재곤에게 145.7m 짜리 홈런을 친 적이 있다. 두 홈런 영상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26일 홈런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시속 183km(114마일), 타구 각도는 36.5도였고, 체공 시간은 6.5초였다. 정대현이 던진공은 초속 120km짜리 슬라이더였다. 박병호는 "체인지업이라고 판단해 쳤다. 맞는 순간 '이건 크겠다'는 느낌이 왔다. 장외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난해부터 이런 손맛을 가끔 느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박병호가 전광판을 넘어가는 홈런을 친 적이 있다. 이때는 자기도 놀랐다. 올해는 밀어쳐서도 장외 홈런을 때려냈다. 옆에서 지켜보면 조금 익숙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선 일반적으로 1953년 4월 17일 미키 맨틀(뉴욕 양키스)이 워싱턴DC의 그리피스스타디움에서 때려낸 172m 홈런이 역대 최장거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과연 과학적인 측정이 이뤄졌는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선 트랙맨과 같은 레이더 추적으로 홈런 비거리를 산정한다. 올시즌 최장 기록은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이 두 차례에 걸쳐 기록한 148m가 최고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박병호의 159m 홈런에 입을 딱 벌릴 만 하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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