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아' 차엽이 배우로 가는 길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15. 8.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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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수영하다 부상입고 연기 만나..나는 절실한 배우"
배우 차엽.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제공)
운동만 알던 한 남자는 연기로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아직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배우, 차엽은 잠시 다른 삶을 살기도 했지만 일단 데뷔 10년차 배우다. 대부분 독립영화에서 활약해왔고 주연 경험은 한 번 뿐. 세상이 이야기하는 '성공'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단단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31세인 그에게는 첫 인상과 다른 순박한 웃음과 함께 신인배우가 가지고 있을 법한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는 운동선수를 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자라났다. 운동선수에서 배우로 전향하게 된데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단다.

"제가 원래 수영을 했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크게 다쳐서 춤에 빠지게 됐죠. 춤을 추러 다니다가 회사 오디션을 보게 됐고요. 데뷔 준비하고 있는데 배우 쪽 엔터테인먼트 실장님이 놀러오셨다가 연기해 볼 생각 없냐고 해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릴 때 훈련을 많이 한 것이 부상의 원인이었다. 어깨를 받치는 뼈가 없어져서 계속 빠지는 상황이 됐고, 양쪽 다 수술을 했지만 재발했다.

그는 지금 세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다. '괜찮냐'고 묻자 '이번에는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부상으로 접은 꿈을 뒤로 하고, 선택한 배우의 길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방황도 했다.

"그만 둘까? 이런 생각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일해보려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도 해봤고요. 사무 보조도 했고,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도 해봤고, 필라테스 학원에서 회원관리도 하고…. 원래 여자 분들을 보면 낯을 가리는데 필라테스 학원에서 그런 게 극복이 되더라고요. 저희 집 옆에 있는 요양 병원도 제가 지었어요. 벽돌이랑 철근 날라가면서요."

배우 차엽.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마음을 다잡은 것은 독립영화 '18 :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이하 '18')를 촬영하고 나서다. 그는 영화에서 처음 주연급인 현승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러다가 촬영한 게 '18'이었죠. 그 때 느껴지더라고요. 나는 스트레스를 연기로 풀고 있구나. 아쉬움이 남기는 남아도, 연기에 희열을 느꼈어요."

학교에서 '잘 나가는' 현승 역을 만들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한윤선 감독과 소통했다. 그 결과 95% 이상 애드리브로 소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솔직한 그의 성격과 한 감독의 신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제가 원래 인간적으로 솔직해서 못할 말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해요. 그래서 당시 감독님한테도 현승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제가 연기하고픈 방향으로 설득시켰던 걸로 기억해요. 감독님이 내가 쓴 거지만 그렇게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애드리브도 감독님이 넣어보라고 해서 자신있게 넣을 수 있었어요. 95% 정도 애드리브였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믿어줘서 가능했던 거죠."

그의 연기 인생에 큰 축을 이루는 두 가지는 바로 독립영화와 대학로다. 드라마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악역 조윤상을 맡아 방송 맛을 보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작은 현장을 둘러싼 끈끈한 정과 인간적인 냄새가 좋다.

"저는 독립영화 배우들을 사랑해요. 그런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은 전혀 없어요. 소속된 회사가 없으면 고생을 정말 많이 하죠. 날씨가 어떻든 프로필 돌리면서 오디션 보고…. 연기가 좋아서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요. 잘됐으면 좋겠는데 너무 안타깝죠.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잘생겼으니까 연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절실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절실함'. 그는 이 단어 하나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오히려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책임이 절실해졌다.

"저는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제 침대 바로 앞 컴퓨터로 영화부터 틀어놔요. 선배님이 알려준 방법인데 볼륨을 끄고 영화를 보면서 감정적, 이성적 연기를 연습하는 거죠. 어떻게하면 제스처를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예전에는 너무 불안했어요. 내려놓고 하면 수월하게 잘 되는데, 그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20대 막바지부터 달라지더니 책임감이 생겼어요."

함께 배우의 길을 걷는 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좋은 거름이 된다. 왕년 주량이 '소주 8병'이었던 그는 요즘도 그런 자리가 고프다.

"술을 굉장히 잘 먹어요. 술로 찌는 살도 술로 뺄 정도니까요. 복학하고 나서 보니까 후배들밖에 없더라고요. 걔네들도 주량이 좀 세요. 그 때 같이 마시면서 술이 늘었어요. 원래 아버지가 술에 강한 체질이기도 해요. 영화나 드라마를 해보고 싶은 선후배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게 돼요. 서로 도와주는 거니까 좋죠. 저도 다시 연극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삼시세끼'에서 유해진 선배가 차승원 선배에게 연극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마음이 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배우 차엽. (사진=열음엔터테인먼트 제공)
닮고 싶은 배우는 임창정과 류승범이다. 그러나 연기에 있어서 누군가를 '참고'하지는 않는다.

"그게 버릇이 되거든요. 누군가를 보고 연구하면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박히게 돼요. 그냥 얘기만 들어요. 이제 갓 연기 시작한 친구들에게도 묻고, 오래 경력 있는 선배들에게도 여쭤봐서 제 생각과 대립해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자기만의 화술과 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누구나 아쉬운 마음은 있다. 어떤 선배의 말처럼 연기하고 나서 눈치를 보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부족한 점을 계속 채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으면 이상하게 나오는 것처럼 제 머릿속으로는 연기를 이렇게 했는데 보면 그게 아니니까 아쉽죠. 열심히 하고, 혼을 쏟았다고 해도 그래요. 그러니까 계속 채워나가야 될 것 같아요."

단순하고 간단해서 더 어려운 그의 꿈은 계속 배우로 일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 아닌 50년 아니면 그보다 더. 지금 쉬거나 지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다.

"미래에 대해 생각은 많이 하지 않지만 계속 일하고 싶어요. 정말 지칠 때는 이야기하겠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새로운 경험을 쌓아서 든든하기도 하고, 저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겨서 더 좋죠."

역할에 관계 없이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은 어떻게 보면 특권이다. 스타가 되면 누리기 힘든 그 순간을 차엽은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실이 맺기까지를 기다릴 끈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지금 배역이 들어오는 게 너무 행복해요. 공포영화는 못 보는데 만약 캐스팅되면 재갈을 물고서라도 봐야죠. 어깨가 백번 빠져도 연기는 계속 할 거예요. 저는 절실한 배우거든요."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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