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창고가 대피소, 썩는 냄새 진동 .. 화장실 없어 "기저귀 나눠주겠다"

전익진.최모란.박진호 2015. 8. 26. 0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부시설 제대로 갖춘 곳 16%뿐화천·고성, 대피소 숫자도 태부족민간시설은 관리·운영 지침 없어"접경지역 시설·물품 기준 만들어야"

“포탄이 날아올까봐 대피소에 간 건데 밖으로 나가 30~40m 떨어진 화장실에 가라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20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지석초교 지하 대피소에 갔던 교동면 지석리 주민 안순화(56·여)씨의 말이다. 정부가 2012년 6월 완공한 이 대피소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급한 일이 생기면 밖으로 나가 학교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인근 난정초교도 마찬가지다. 황순길(51) 교동면장은 “긴급 대피만 가능한 단기 대피시설로 지어 화장실이 없다”며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기저귀 비슷하게 착용하고 볼일을 볼 수 있는 물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동면 외사리 주민 정인성(46)씨는 “대피시설을 정부가 모두 단기용으로만 만들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만일의 경우에 기저귀 같은 것을 나눠준다니 주민들로 바글바글할 대피소 안에서 냄새 피우며 볼일을 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북한 포격 사태를 통해 접경지역 대피소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화장실이 없는가 하면 비상식량을 갖춰놓지 않은 곳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이 그랬다. 정부가 지어 놓은 비상대피시설인데도 비상식량이 없었다. 그래서 북한이 포를 쐈던 지난 20일 군부대의 대피 요청을 받고도 주민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통일촌 이완배(62) 이장은 “식량을 비롯한 비상물품이 없어 ‘집 안에 머물면서 뉴스와 마을 방송에 귀 기울이라’고만 안내했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마 시설과 물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피소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경기도 양주-동두천)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와 경기·강원도의 접경지역 10개 시·군 중 대피소에 전체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김포시와 강원도 철원군 세 곳뿐이었다. 강원도 화천군은 대피소 수용률이 53%였고, 강원도 고성군은 61%, 인천시 강화군은 76%였다. 화천군의 경우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민 절반가량은 대피소에 갈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대피소 중에 정부가 지어 웬만큼이나마 시설을 갖춘 곳은 접경지역 전체 1709개 대피소 중 16%인 263개뿐이다. 나머지는 지하주차장 같은 시설을 비상시 대피용으로 활용한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은 대피소 11곳 가운데 정부가 지은 것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10곳 중 9곳은 감자저장고, 하나는 공중목욕탕을 대피소로 지정해 비상시에 활용한다. 지난 22일 북한이 예고한 공격 시기가 다가왔을 때 해안면 만대리 주민들은 감자저장고인 대피소로 향했다가 감자 썩는 냄새 때문에 다시 나오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주민 최인순(73)씨는 “냄새가 하도 지독해 들어가려다 말고 나왔다”고 했다. 주민들은 차로 15분 거리인 현3리 대피소로 이동했으나 거기서도 감자 썩는 냄새 때문에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 간현수 비상대책팀장은 “국비를 확보해 강화군 대피소 안에 화장실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박석문 자치행정팀장은 “올해는 대피소용 비상식량 등을 마련할 예산이 없다”며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비상물품을 갖춰 놓겠다”고 했다.

 대피소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민안전처가 ‘민방위 시설장비 운영관리 지침’을 통해 서해 5도 지역에 대해서만 화장실 등을 갖추도록 했을 뿐 다른 지역은 비상물품을 둘 수 있는 창고와 라디오 수신장치 정도만 갖추도록 해놓고 있다. 화장실 대신 대형 요강 비슷한 ‘간이위생시설’만 갖다 놓도록 했다. 이마저도 정부가 지은 시설에만 적용하는 기준이다. 감자저장고처럼 민간 시설을 비상시에 이용하도록 지정한 대피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리·운영 지침이 없다.

 정성호 의원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특히 접경지역에 대해서는 며칠간 내부 생활이 가능하도록 관리 기준을 만들어 대피소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강화·고성=전익진·최모란·박진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박 대통령 "눈 실핏줄 터졌다"…원유철·김을동 "충성"

기가 막힌 북한 고려항공 내부, 좌석이…

워터파크 샤워실, 20대女 3시간 몰카…해외에 팔았다

'지구촌 최대 동물' 179t 대왕고래 심장에 성인3명이…

경리, 란제리 화보 속 국보급 몸매…'이 정도야?'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