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간죄 기소 첫 여성'에 무죄 선고

2015. 8. 22.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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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마라톤재판' 검찰·변호인 치열한 공방..배심원들 무죄 평결

15시간 '마라톤재판' 검찰·변호인 치열한 공방…배심원들 무죄 평결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개정 형법에 따라 여성으로서는 처음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틀간의 국민참여재판을 통해서다. 마지막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3시를 넘기는 총 15시간의 '마라톤 재판'이 됐을 정도로 치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22일 전모(45·여)씨의 국민참여재판 마지막 기일에서 "배심원들의 전원 일치한 판단을 존중해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배심원 9명은 평의 끝에 전원 일치로 '무죄'로 평결했고, 재판부는 이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국민참여재판법률에 따르면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이 법원 선고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돼 있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이 가벼운 지적 장애로 감경 사유가 있지만,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며 재판부에 징역 4년6월과 함께 치료감호를 청구했다. 선고가 나자 전씨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내어 흐느끼다 법정 바닥에 엎드렸다.

전씨는 지난해 8월19일 새벽에 이별을 요구하는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잠든 그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고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깨어난 내연남의 머리를 망치로 때린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 흉기 등 상해)도 적용됐다.

전씨 측은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주고 손발을 노끈으로 묶은 점, 망치를 휘두른 점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 쟁점과 관련해선 ▲ 강간 의도는 없었고 ▲ 학대 등 거친 행동을 한 내연남을 상대로 정당방위를 위해 망치를 쓴 것이라며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전씨가 내연남과 관계를 맺으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시점에 이미 성폭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연남의 거부로 관계를 못 하자 망치로 머리를 내리쳤으며 이에 내연남도 전씨를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전씨도 내연남과 함께 수면제를 먹은 만큼 강간 의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상습 가학행위를 한 내연남이 그날도 집에 와 '자고 가겠다' 하자 두려움에 결박했으며 잠에서 깬 내연남이 폭력을 행사해 정당방위로 망치를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공소사실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내연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9명 전원 무죄로 판단했다. 내연남이 당시 망치로 맞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면서도 자신에게 맞은 전씨의 피를 닦아줬다는 등 납득하기 힘든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2013년 6월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이후 여성 피의자에게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형법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있다.

151㎝·44㎏의 작은 체구의 전씨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내고 거의 평생을 홀로 살았다. 내성적 성격에 주위 사람과 교류도 적었다.

2010년부터 내연남을 만났지만 가학 행위에 시달렸다. 변호인은 "전씨가 내연남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며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주위에 남은 사람이 없을 거 같아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고 결과를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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