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아끼려고 출구없는 '토끼굴'서 살았어요"

신현우 기자 입력 2015. 8. 20. 05:26 수정 2015. 8. 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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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도 포기한 '칠포세대'의 주거불안'<1>] 불날까 걱정..이곳마저 임대료 상승세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편집자주] 청년실업은 오래된 사회문제이자 여전히 우리 사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등록금, 취업난에 높은 집값까지 사회·경제적 압박을 받는 20~30대가 혼자 살기엔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는 '삼포세대'는 어느새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오포세대'로 발전했다. 급기야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요즘. 상식을 뛰어넘는 주거비는 우리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이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했다는 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기 위해 현실을 바로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꿈과 희망도 포기한 '칠포세대'의 주거불안'<1>] 불날까 걱정…이곳마저 임대료 상승세]

"누군가는 벙커에 산다고 농담하지만 사실 출구가 없는 토끼굴에 사는 거죠. 혹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되지만 월세 부담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죠."

주거비 부담에 낙후시설을 선택하는 등 대학생들의 주거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잠만 자는 방'을 찾는가 하면 기피시설이던 지하방은 물론 옥탑방 등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도 한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선 '잠만 자는 방 있음'이란 안내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잠만 자는 방은 공동거실과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개인별 방에서 사는 것이다. 주거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세입자들의 설명이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이모씨(25)는 "대학 신입생 때는 혼자 자취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잠만 자는 방을 선택했다"며 "취업 준비로 학교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주거비를 아끼자는 차원에서 잠만 자는 방을 선택하는 또래가 많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에도 잠만 자는 방이 많다. 이곳의 일부 임대주택은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지하층 입구가 바닥에 붙어 있어 허리를 펴고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다. 최근 이곳마저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신길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곳에는 대학생 등 다양한 부류가 살았는데 옵션 설치 등으로 임대료가 10만원에서 20만원대로 뛰었다"며 "조금이라도 주거비를 절약하고 싶은 마음에 빛도 안 들어오고 환경이 너무 열악한 지하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빈방을 찾아오는데 '서울에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다'며 푸념을 한다"면서 "자식 같은데 이런 말을 하니 안타깝고 한편으론 이들이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살지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낮은 주거비에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옥탑방과 지하층이 대학생들 사이에선 인기다.

동작구 흑석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옥탑과 지하는 일단 (주거지) 후보에서 밀렸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싼 월세에 본인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며 "물건이 나오면 연락해달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비용 증가로 과거보다 주거 상향은 더딜 수 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거 상향을 위해선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상승하는 임차료를 부담하면서 임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삶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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