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부녀 그룹 소녀시절 나간다 영화 같은 그녀들의 꿈과 도전..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2015. 8. 19. 17: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녀시절
소녀시절
소녀시절
소녀시절
소녀시절

남다른 도전이다. 한 번에 그칠 줄 알았지만, 꽉 다문 입매가 제법 단단한 각오를 알린다.

‘소녀시절’은 일명 아줌마 그룹이다. 네 명의 멤버 모두가 결혼을 하고 육아를 책임지면서도 뭔가 색다른 일을 해보고자 지난해 의기투합했다. 기획사가 시장성을 고려해 결성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체적으로 모여 팀을 만든 뒤 기획사를 찾은 독특한 데뷔 경로를 밟았다.

“주부가 꼭 살림만을 해야 한다는 그 편견만큼은 깨고 싶습니다.”(김유정)

최근 두번째 음반을 내고 인터뷰차 스포츠경향을 찾은 소녀시절은 내내 왁자지껄했다. 질문에 여러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해 ‘여보 자기야 사랑해’란 노래를 들고 나온 뒤 소녀시절에게 쏟아졌던 관심은 제법 컸다. 남편 외조하랴, 아이들 챙기랴, 가사일 돌보면서 틈틈이 모여 음반을 준비한 일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각종 방송의 출연 섭외가 잇따랐다.

이들을 둘러싼 관심은 하지만 한 달 여뒤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주춤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소녀시절도 수개월간 발걸음을 붙들어 세워야했다.

김유정은 “데뷔 직후 한달 만에 약 40군데에서 초청을 받고 있었는데,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면서 모든 활동을 멈췄다”며 “국민이 슬퍼하는데 즐길 수는 없었고, 활동을 중단하는 동안 실력을 더 다지자 생각하고 1년여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그간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 사이 두 명의 멤버가 새롭게 교체됐다. 부산이 집인 기존 멤버 왕희는 높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활동하는 것이 힘에 크게 부쳤다. 또 다른 기존 멤버 현예은은 둘째 계획을 갖고 팀을 하차했다. 최근 두번째 항해에 나선 소녀시절은 장현아, 신지현이라는 새로운 멤버를 확충한 가운데 기존 4인조를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소녀시절은 딸 하나에 결혼 4년차인 김유정, 딸 두 명에 결혼 8년차인 박수아, 그리고 딸 하나에 결혼 4년차 장현아, 결혼 10년차인 신지현 4명으로 각각 이뤄졌다.

각자가 가진 사연은 짙다.

팀 결성을 주도한 김유정은 결혼 전 연습생 생활을 거친 적이 있다. 이후 결혼을 하면서 모든 꿈을 접었다.

“결혼 직후 산후조리할 때 친정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어 결심 끝에 2012년 ‘미시즈코리아선발대회’를 나갔죠. 갔더니 멋진 주부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끼들도 엄청나고요. 그래서 아줌들끼리 뭉쳐 음반을 내봐야겠다 마음 먹었죠.”

직접 멤버들을 수소문하고, 유명 작곡가를 찾아가 곡을 받아 음반 제작에 이르렀다.

멤버 박수아는 결혼전 대만에서 걸그룹 활동을 잠시 한 적이 있고, 장현아는 교육음악극을, 신지현은 연극영상과를 각각 전공했다. 모델일도 간간히 할 만큼 세련된 외양을 지니고 있다.

진지했던 의지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가요기획사 스타제국의 안무를 주로 맡아온 지성황 안무가, 그리고 유명 작곡가 안영민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거들었다.

“우울증이 있었습니다. 차츰 제 존재나 이름이 사라지는 것 같고, 몸매도 망가지고…. 나를 위해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피부관리사 자격증도 따보고, 여러 일을 다했지요. 때마침 소녀시절이 팀원을 뽑는다는 공지를 인터넷에 보고 얼른 응모했고요.”(신지현)

멤버들은 산후 우울증은 한번쯤 모두 거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부러 바쁜 일을 만들어내며 이겨냈다.

김유정은 “우울증과 우울감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어떤 주부라도 둘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된다”면서 “의기소침해진 많은 주부들이 우리를 보면서 힘도 내고, 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삼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날 멤버들은 아이들을 모두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 일까지 모두 끝마친 가운데 모여 신문사를 찾았다. 모두가 높은 하이힐을 꺼내 신고 있었다.

멤버 박수아는 “주부가 되면 여러 가사일을 하느라 보통 슬리퍼 아니면 운동화를 신게 된다”면서 “하이힐이 주는 상징성이 있다. 조금 높이 올라서면 자신감도 생기고, 나를 위한다는 기분, 당당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에는 한사코 만류하던 이들이 지금은 든든한 응원단이 됐다. 날씬한 모습으로 여러 무대를 종횡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멋지다”며 특히 좋아한다.

애초 남편 내조를 걱정하던 시댁 어른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종갓집 며느리인 박수아는 “시아버님께서 오히려 건강하고 젊을 때 열심히 해보라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이 한 편의 영화 같다. 연습하느라 담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박수아는 인대가 늘어나고, 김유정은 건초염이 생기기도 했다. 가사일에 연습까지 2배로 바쁜 나날이지만, 마음 한 켠은 늘 뿌듯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소녀시절은 트로트 장르를 꺼내 들것 같지만 되레 트렌드 장르를 거침 없이 소화한다. 이번 신곡 ‘몇시’ 역시 일렉트로닉 장르다. 김유정은 “늦은 꿈을 이룬다고 꼭 트로트를 해야하는 건 아니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노랫말이 특히 재밌다. ‘김씨, 박씨, 장씨, 이씨/ 아가씨 몸시 섹시…’ 하며 라임(운율)을 맞추다가 이윽고 신나는 리듬으로 노래를 풀어간다. 율동은 일부러 화려한 걸 준비했다. 많은 주부들이 따라해서 다이어어트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가는 곳 마다 정말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손을 꼭 잡고 정말 잘됐으면 한다고 격려해주는 주부도 계시고, 참 대단하다며 박수도 쳐주시고요.”(김유정)

걸그룹 ‘소녀시대’에 빗댄 독특한 이름에 대해 김유정은 “우리에게도 ‘소녀’일 때가 있었다는 그런 의미를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꾸는 꿈은 많다. 올해 내내 꾸준히 활동하면서 주부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하려한다. 김유정은 “걸그룹에는 끼지 못하겠지만, 새로운 시장은 꼭 만들고 싶다”면서 “흔들리지 말고 가다 보면 우리와 같은 영역의 대중문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아 역시 “한 번만 하고 그만두려 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많은 주부들이 뭔가를 하려 할 때 우리가 동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