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성매매, 범죄로 보지 말라" 권고에 국내 인권·여성단체 논란

2015. 8. 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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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앰네스티 한국지부 "합법화 아냐…캠페인·행동 계획은 아직 없어"

여성단체들 "앰네스티 순진한 발상" "성매매를 보는 철학이 달라"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국제대의원총회에서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합의에 의한 성매매'를 범죄로 보지 않는 정책 마련을 각 나라에 권고한다"고 의결(<한겨레> 8월13일치 14면)하면서, 국내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도 논란과 토론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솔직히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본부 결정을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중"이라고 했지만, 여성단체 쪽은 "오히려 성매수자와 알선업자의 처벌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제앰네스티 지부들은 '본부 결정'과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년 동안 여러 나라의 성매매 현실을 직접 조사하고, 수십개국 지부 회원들과 의견을 교환한 끝에 '성매매 비범죄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대의원총회에 참석한 60여 나라 대의원들 가운데 누가 찬성·반대표를 던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앰네스티 한국지부 역시 이 사안에 찬반 어느 쪽이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종 결론이 나온 만큼 이를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김희진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16일 "성매매 비범죄화는 '합법화'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합법화라는 법률화 과정을 거치면 법망을 피하려는 또다른 성매매 시스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본부에서 정리한 입장을 지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성매매 비범죄화 결정 뒤 한국지부에도 10여건의 회원 항의 전화와 탈퇴가 있었다고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주요 인권 이슈에 대해 '글로벌 동시 캠페인'을 벌이는데, 캠페인을 하기 전 2년 정도의 사전준비 기간을 둔다. 김 사무처장은 "한국지부가 기존에 해오던 국가보안법, 표현의 자유, 양심적 병역거부, 이주노동자 문제 등과 관련한 캠페인 외에 성매매 비범죄화 관련 캠페인이나 행동에 나설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오는 10월 국제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한 뒤 내년 1월께 최종 정책을 확정해 공개할 계획이어서, 내년에는 한국지부도 국내 여성단체 등과의 '인권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국제앰네스티의 결정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성매매를 비범죄화할 게 아니라 성매수자와 알선업자 등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는 성 구매 행위를 범죄로 본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매매를 보는 철학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비범죄화를 우려하는 여성단체들의 입장, 한국의 성매매처벌특별법과 이 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진행 상황 등을 국제앰네스티에 보고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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