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체중 10% 빼야" vs "좀 뚱뚱하면 어때, 난 행복"

2015. 8. 1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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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눈으로 본 보테로 그림 속 '뚱뚱한 사람들'
[동아일보]
2001년 작 ‘발레 바의 무용수’. 예술의전당 제공
“당연히 고도비만이죠. 다만 표정이나 혈색 등으로 볼 때 ‘건강한 뚱뚱이’라 해야겠네요.”

10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풍만의 미학’ 페르난도 보테로전이 인기다. 콜롬비아 화가 보테로(80)는 인체를 풍만하게 그리면서 남미의 유머와 정서를 표현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볼 때 보테로 그림 속 ‘뚱뚱이’들의 건강은 어떨까.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형으로만 보면 BMI(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5 이상의 고도비만에 해당된다”고 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목선이 드러나지 않고 복부 및 팔다리의 굵기를 볼 때 초고도비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비만이면 심장질환과 중풍, 대사증후군, 고혈압, 고지혈증, 퇴행성관절염, 수면무호흡증, 암 등 각종 성인 질환이 2개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과다한 지방세포에서 다량의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몸무게가 과도하다 보니 무릎 척추 등에 강한 압력을 가한다. 두 교수 모두 “보테로 그림과 같은 사람이 상담을 하러 왔다면 우선 몸무게의 5∼10%를 3∼6개월 동안 빼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만 표정이나 혈색 등을 볼 때 보테로 그림 속 사람들은 ‘건강한 비만’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몸무게는 많지만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고, 몸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으며, 사람들과 사귀기 좋아한다면 ‘건강한 비만’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라 해도 나이가 들면 각종 성인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궁극적으로는 몸무게를 줄이는 게 좋다.

하지만 의사들은 “보테로의 그림이 예술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테로 그림의 사람들은 ‘좀 뚱뚱해도 괜찮아’ 내지는 ‘내 몸이 어떻든 나는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며 “실제로 자신의 몸에 지나치게 부정적이면 더 살이 찔 수 있으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체중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도 “그림은 ‘비만’으로 극대화돼 표현됐지만 표정만 보면 살짝 과체중인 사람들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며 “이들은 날씬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적절히 잘 먹고 즐기는 경우가 많아 마른 사람보다 긍정적이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산다”고 덧붙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마른 것보다 과체중인 게 치매 예방 등 건강에 좋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체중인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뇌경색 및 치매 발생 위험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나치게 마른 몸은 고도비만 이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치매가 아닌 노인이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치매와 유사할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지나친 다이어트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결핵 등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이 교수는 “보테로의 그림은 마른 몸에 집착하는 오늘날 미의 기준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며 “날씬해지고 싶어 미각의 즐거움을 미루고, 관절염이 올 정도로 고통스럽게 운동하는 현대인에게 ‘자학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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