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무대 위의 道人.. 지금은 도 닦을 시간

2015. 8.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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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6일 일요일 흐림. 톤의 마법사.#171 David Torn 'Only Sky'(2015년)
[동아일보]
‘Only Sky’ 표지. 도인들은 늘 이런 식이다. 씨앤엘뮤직 제공
이명(耳鳴)을 앓는다는 게 가끔은 축복 같다.

하늘이 세상에 하나뿐인 배경음악을 한 사람에게만 24시간 재생해 준다는 것. 특별한 일 아닌가. 그 정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음악 팬으로서 한번 경험해볼 만한 거다. 낙관이 지나친가.

미국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톤(62)이 최근 ECM레코드에서 8년 만의 신작 ‘Only Sky’를 냈다. 톤은 음반의 표지 이미지나 제목처럼 광막한 소리 풍경을 다른 연주자 없이 혼자 만들어낸다. 전기기타와 일렉트릭 우드(oud·기타나 만돌린을 닮은 중동의 전통 현악기), 그리고 거기서 나는 소리들에 메아리나 맥놀이 효과를 더해주는 전자 장비들을 이용해서다. 뉴욕 주의 한 콘서트홀에서 그가 벌인 즉흥 연주가 음반의 뼈대다.

그의 음악은 환청 같다. 스피커에서 1000km를 여행하는 열대성 저기압의 변이나 성간먼지가 운행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는 마돈나, 데이비드 보위부터 토니 레빈, 빌 브루포드, 얀 가르바레크, 팀 번, 마크 아이셤까지 다양한 음악인의 작업에 함께했고 영화 ‘트와일라잇’ ‘디파티드’, 게임 ‘스타크래프트 2’의 음악에도 참여했다. 이 ‘기타 도인’은 아찔한 음향 여행을 위해 비로소 청자를 자기 토굴 안으로 들인다.

엊그제 만난 재즈 전문지 M의 편집장은 “톤은 무대 위에서 도 닦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개의 다른 예술은 예술가가 도를 닦아 어떤 경지에 이르며(또는 이른 뒤) 만들어낸 결과물을 청중 스스로가 정한 시간 동안 감상하지만, 즉흥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므로 도를 닦는 과정과 그 청각적 결과물을 예술가와 정확히 일치하는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흘러가는 구름의 시간과 그걸 바라보는 나의 시간이 우주 안에서 일치하는 것처럼.

이명을 앓으면서 청각이 더 예민해지는 걸 느낀다. 의사는 난청이 우려되니 시끄러운 소리를 피하라고 했지만, 톤의 음반을 말도 안 되게 큰 음량으로 감상하고픈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

톤 역시 이명을 앓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는 서른아홉 살에 심각한 청각신경 종양을 앓아 수술을 받은 뒤 오른쪽 귀가 멀었다. 한쪽 눈을 잃은 촬영감독이 입체감과 심도를 되찾기 위해 훈련하듯 그는 스튜디오에서 옆으로 돌아앉아 왼쪽 귀를 스피커 방향으로 향한 채 소리가 귀와 머리를 울려오는 감각에 집중하며 스테레오 효과를 체감하는 훈련을 거듭했다고 했다.

도를 닦을 시간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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