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46도 기름솥방..어묵 인기만큼 뜨겁구나

2015. 8.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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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제2 전성기 맞은 '부산 어묵' 공장

기자가 체험한 '어묵공장의 하루'

부산 동구의 부산역 2층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붐비는 곳이 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곳은 매표소가 아니라 어묵가게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삼진어묵 전시체험관에도, 부산진구 부전시장 안에 있는 어묵업체 고래사 가게에도 어묵을 찾는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다. 부산의 어묵 업체들은 베이커리 방식의 가게에서 반찬거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어묵을 팔고 있다. 이른바 '부산 어묵'의 전성시대다.

부산시도 어묵의 전국적인 인기몰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산시는 어묵을 부산의 특화산업으로 키우고, 업체들의 국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2016년부터 5년 동안 760억원을 지원한다. 연구개발 지원, 국내외 판매망 구축, 미얀마에 연육(생선살을 다져서 으깬 어묵 재료) 가공공장 건설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부산 어묵은 어떻게 만들까? 공장에서 직접 어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11일 아침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삼진어묵 장림공장에는 연육을 가득 싣고 온 화물차들이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도로에는 2.5t짜리 화물차가 짐을 싣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 화물차 운전기사는 짐이 이날 새벽 부산 감천항에 막 들어온 냉동 연육이라고 했다.

곧이어 2.5t짜리 화물차가 공장의 연육 저장고 들머리에 차를 대자 기다리고 있던 공장 직원들이 화물차 짐칸에 실려 있던 냉동 연육을 지게차로 저장고 안쪽으로 옮겼다.

마중 나온 공장 직원들은 기술 없는 '초보'인 기자가 어떻게 어묵 공정에 참여할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어묵 만들기에 앞서 위생복장을 입었다. 흰색 위생모자를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까지 덮어썼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색 위생웃옷을 입은 뒤 살균 처리된 흰색 고무장화를 신었다.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묻지 않았는지 점검하려고 이른바 '찍찍이'로 몸 전체를 훑었다.

위생복장에 모자·고무장화 착용세척제로 손 박박 씻고야 입장어묵반죽 삽으로 떠서 통에 넣기어설픈 삽질 몇번에 허리 아파와기름솥방 들어가보니 열기 '후끈'"일하다 나오면 밖이 더 시원해요"베이커리식 가게에 다양한 어묵…부산시도 특화산업으로 지원키로

이어 세면장에서 세척제로 손을 씻었다. 대충 씻는 버릇이 들통났다. 옆에 있던 직원이 "손톱을 세워 반대쪽 손바닥에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는 방식으로 양손 모두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했다.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씻은 뒤에야 공장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장 안은 밖에서 본 것보다 더 바쁜 모습이었다. 한쪽에선 어묵 재료를 나르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방수처리된 공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전동 지게차도 이쪽저쪽으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

함께 나선 직원이 공장 출입문 근처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손소독기였다. 손소독기에서 뿜어져 나온 알코올로 손을 또 씻고 난 뒤에야 공장 안쪽에 있는 연육 저장고로 갈 수 있었다.

연육 저장고에는 포장된 20㎏짜리 냉동 연육 수백개가 쌓여 있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 온 것이라고 했다.

연육은 실꼬리돔과 매퉁이, 명태 등 흰살 생선으로 만들어진다. 연육의 질과 탄력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최상급인 FA에서 SA, AA, A 등급으로 나뉜다. 어묵의 종류에 따라 FA에서 A 등급의 연육이 쓰인다.

연육저장고 위쪽 벽에는 냉동 연육을 해동하기 위한 거대한 온풍기들이 설치돼 있었다. 지게차로 한창 연육을 나르던 직원 김아무개씨는 "여름에는 상온에서, 겨울에는 온풍기로 해동한다. 여름에는 해동한 뒤 3시간 안에 어묵 가공 공정에 들어가고, 겨울에는 5시간 안에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해동된 연육은 배합방으로 옮겨졌다. 배합방에서는 어묵 종류에 따라 배합기계로 연육을 갈아서 어묵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어묵 종류는 크게 찐 어묵, 구운 어묵, 튀긴 어묵 등 세 종류로 나뉜다. 배합방의 직원들은 10여개의 지름 2m가량의 원통형 배합기계 안에 연육과 채소, 밀가루, 전분, 소금 등을 넣어 버무렸다. 배합기계의 모터 소리가 시끄러워 못 들었는지, 영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인지, 배합 비율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은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기계틀에 들어간 어묵 반죽은 길죽한 모양, 동그란 모양, 네모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의 어묵으로 만들어졌다. 통에 담긴 어묵 반죽을 삽으로 퍼서 기계틀에 넣는 게 내가 오늘 할 일이었다. 수차례 삽질(?)을 하고 나니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의 어설픈 삽질이 답답했는지, 32년 경력의 직원이 어묵 반죽을 삽으로 푸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차진 어묵 반죽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양 조절, 삽을 뜰 때 삽자루 쪽을 잡고 있는 손목을 약간 비틀어서 딸려오는 어묵 반죽을 끊어주기가 요령이다. 땀이 어묵 반죽이 담긴 통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해보니 10여분 만에 손목과 허리가 아팠다.

한쪽에선 직원 2명이 수제어묵을 만들고 있었다. 위생장갑과 면장갑을 착용한 이들은 배합방에서 만들어진 어묵 반죽에 또다른 양념을 넣고 버무린 뒤 손으로 어묵을 만들고 있었다. 김태웅 품질팀장은 "수제어묵뿐만 아니라 일부 어묵 제품에는 양념을 추가해 어묵의 맛과 향을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배합실에서 하는 양념은 기본 양념"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모양의 어묵은 기름솥에서 튀기거나 굽거나 삶았다. 기름솥이 있는 방에 들어가니 후끈한 공기가 밀려와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1분도 채 안 돼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3분가량 지나니 몸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한쪽 벽에 걸린 실내온도계는 46.3였다. 기름솥의 온도가 130도가량이니 방이 덥겠다고 생각했지만, 실내온도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름솥 방의 직원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기름솥 온도 관리 등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기름솥을 관리하고 있는 이연수(58)씨는 "35년 동안 일했지만, 기름솥 방의 더위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름철이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데, 이 방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가면 시원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 기름솥방에 있는 5~6개의 기름솥은 길이 20m가량, 너비 1m가량으로 길죽한 모양이었다. 어묵은 길죽한 모양의 기름솥 안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타고 천천히 조리됐다. 작고 얇은 어묵은 기름솥에서 1분10초가량, 크고 굵은 어묵은 6분가량 조리된다. 기름솥 1개에서 작고 얇은 어묵은 한 시간에 1만1000여개를 조리할 수 있고, 크고 굵은 어묵은 한 시간에 4000~5000여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조리된 어묵은 기름을 빼는 과정을 거쳐 저온 냉각장치에 들어간다. 냉각 온도는 섭씨 5~17도로 어묵 종류마다 각각 다르다. 냉각 단계도 6단계로 나뉘어 50여분 동안 천천히 진행된다. 낮은 온도에서 어묵을 천천히 식혀야 맛과 향, 식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방열문을 열고 어묵 포장실로 들어가니 갑자기 추워졌다. 김태웅 품질팀장은 "완성된 어묵은 열에 민감하고 온도 유지도 중요하다. 포장실 온도는 15도인데, 이보나 낮거나 높으면 어묵의 맛과 향이 떨어지고 유통기간도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묵의 유통기간은 12일가량이다. 여름에는 냉장실에 어묵을 보관하더라도 5일이 한계다. 상온에 보관하면 이틀을 넘기지 못한다. 어묵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낫다. 냉동한 어묵을 꺼내 끊여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묵을 얼리고 녹인 뒤 다시 얼리면 어묵의 맛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완성된 어묵은 종류별로 다르게 포장돼 출하됐다. 어묵 상자를 가득 싣고 전국으로 가는 화물차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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