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유명해지니 "나가라"..쫓겨나는 터줏대감

하현종 기자 2015. 8. 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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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국에서는 수십 년간 또는 대를 이어 한 곳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상권이 좀 알려졌다 싶으면 가게 임대료가 다락같이 오르기 때문이지요. 요즘 여러분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주로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하현종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 근처에 8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카페입니다.

한적했던 동네가 갑자기 주목받으면서 이 지역 상가 임대료가 2배 이상 뛰기 시작했고, 건물주는 재계약을 거부했습니다.

[최수진/작은나무협동조합 카페 이사장 : 무조건 나가라.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봐도 이건 내 소유고, 내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니 그냥 나가면 된다고…]

홍대 부근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던 최 모 씨도 얼마 전 가게를 망원동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바뀐 건물주가 700만 원이던 월세를 1천만 원 넘게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심지어 1년 뒤에는 아예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입니다.

[최 모 씨/곱창집 운영 : (권리금 등) 5억 원을 투자했어요. 이거 보상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까 (건물주는) 권리금에 대해서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한 푼도 못 주니까 비워달라는 거예요.]

이처럼 특정 지역의 상권이 커지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홍대 근처나 가로수길 뿐 아니라 상수동, 연남동 등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기획부동산까지 일부 가세하면서 주기가 짧아져 불과 1~2년 만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건물주는 큰 이익을 보는 반면, 정작 지역을 가꾼 터줏대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전은호/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연구원 : 건물주 분들은 소유만 하고 있지 사용을 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가치를 올리고 있다는 것들을 우리 사회가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개성있는 터줏대감 상인들이 밀려난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가 들어서면서 상권이 시들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임대차보호 기간 10년 이상 연장 등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조창현, 영상편집 : 장현기)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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