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쉽게 보여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의 이중고
피해여성 32.8%는 퇴사, 부당해고 등 2차 피해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신입사원 A(여)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의 상사는 입사 직후부터 "끌어안고 싶다. 네가 너무 좋다. 정관수술을 했다"며 성희롱을 일삼았다.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던 A씨는 참다못해 사장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알렸다.
사장은 성희롱을 저지른 상사를 해고할 테니 며칠만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튿날 해고 통지서를 받은 이는 상사만이 아니었다.
사장은 "부득이하게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 모두를 해고하겠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상반기(1∼6월)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10개 지역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1천201건의 상담 가운데 20%에 달하는 231건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라고 12일 밝혔다.
인천의 경우 173건 가운데 48건(27.7%)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었다.
전체 1천201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해보면 1차 성희롱 피해 이후 부당 해고나 퇴직 권고 등 2차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사례처럼 실제 상담을 신청한 성희롱 피해여성 가운데 32.8%가 퇴사 상태였다. 재직 중인 피해자들 상당수도 상담 당시 퇴직을 고려하던 중이었다.
또 상담자 중 31.4%가 직장 내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등 2중 피해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상담자는 성희롱 가해자와 업무를 분리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하자 상사가 "네가 쉽게 보인 것"이라며 성희롱의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겼다고 하소연했다.
가해자는 상사가 5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장 23.3%, 동료 11.6%, 고객 4.7%, 부하직원 0.4% 순이었다.
피해자를 근무연수별로 살펴보면 1년 미만 근무한 직원이 42.4%, 1∼3년 39.9%, 3년 이상 17.7%로 근속연수가 짧고 직장 내 서열이 낮은 여성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성희롱 피해자의 연령대는 25∼29세가 42.2%로 가장 많았다.
미화원 B(63·여)씨는 "관리소장이 성희롱을 했지만 나이가 많아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며 상담했다.
한편 3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성희롱 피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직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의 피해 상담 비율이 각각 38.9%와 55.6%로 나타나 비정규직 여성이 성희롱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피해자들이 다니는 직장 중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는 곳이 53.6%였다"며 교육 실태를 철저히 감독하고 성희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장은 가중처벌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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