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28살 나이 차 뛰어넘은 사랑이..
[오마이뉴스 박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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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석강 국가 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로, 변산반도의 서쪽 끝 격포에 있다. |
ⓒ 박태상 |
촌은 유희경(1545 ~ 1636)은 천민시인으로 유명하다. 본명은 향금이고 호가 매창, 계생인 매창(1573 ~ 1610)은 어머니가 관비로서 노래와 춤을 잘 하고 시를 잘 지어 58편의 시(개암사 목판본)가 전해지고 있다. 유희경과 매창의 28살이란 나이를 뛰어넘은 낭만적 사랑이 야사에 전해지고 있다.
"남쪽 지방 계랑의 이름을 일찍이 들었는데
시와 노래 솜씨가 서울에까지 울리더군
오늘 그 진면목을 보고 나니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구나."- 증계낭(贈癸娘), <촌은집>
두 사람이 내변산 직소폭포에 직접 가서 사랑을 나누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후세 사람들은 '부안삼절'이라고 부른다. 2015년 8월에 가볼만한 폭포로 한국관광공사는 전북 부안의 직소폭포, 강원도 동해 무릉계곡 쌍폭, 포항 내연산 12폭포 등을 선정했다.
부안에는 직소폭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격포의 채석강, 변산해수욕장, 곰소항구, 줄포만 갯벌 남사르습지 보호구역, 부안 영상테마파크, 내소사, 새만금 방조제, 반계 유형원 선생 유적지, 매창공원 등 볼 거리가 매우 많다.
"~ 왕래할 적에 채석강 태백과 적벽강 소자첨이 예 와서 살았으면 이 세상에 있더란 말이냐."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이태백이 달을 잡으려 뛰어내린 그 강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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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보트 놀이 폭염속의 해변에서 보트를 타거나 배를 빌려 낚시를 하거나 바나나보트를 타는 것은 생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만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은 시원하고 경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
ⓒ 박태상 |
격포항 닭이봉 밑에 위치한 채석강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 층으로 하고 중생대의 백악기(약 7000만 년 전)에 퇴적한 해식단애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와층을 이루고 있어 영화장면처럼 환상적인 신비감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낙조 무렵 바다 빛이 붉게 물들 때 푸른 봉우리를 가진 퇴적바위 덩어리의 채석강은 마치 <구운몽>의 양소유인양 묘한 분위기에 젖게 만든다.
격포해수욕장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 보트에 올라 속도감에 젖어드는 청춘남녀, 모래사장에서 조개, 갯가재를 캐는 아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자연의 쾌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먼 등대를 돌아오는 바다보트의 쾌속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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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해수욕장의 물새 2년동안 부안군이 대공사를 펼쳐 캠핑장, 펜션, 쇼핑몰 등을 건설하느라 2015년 여름은 철지난 바닷가 풍경이다. 하지만 고즈넉함을 즐기는 캠핑족에게는 천국(?)이 다름없다. |
ⓒ 박태상 |
가벼운 물살이 만들어낸 물톱을 밟으며 잔잔한 해풍에 간지러움을 타는 파도를 향해 맨발로 나아갔다. 이십여 명에 지나지 않는 피서객보다 훨씬 많은 물새들이 조갯살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모습이 더욱 신기했다.
부안에서 군산으로 이어지는 새만금방조제는 80km 제한 속도로 하염없이 달려보았으나 전혀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풍력발전을 위해 돌고 있는 프로펠러 날개가 거리감과 속도감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코발트 빛의 남해바다와 달리, 서해바다는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느낄 수 없게 거무스럼한 블루의 색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록도 아니고 푸른빛도 아닌 어두운 연초록에 가까운 빛은 색감의 아름다움을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부안 여행의 묘미, 여기에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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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영상테마파크 <광해-왕이 된 남자> 등을 촬영한 곳으로서 왕궁, 사대부가, 한방촌, 도자기촌, 공방촌, 시전거리 등 촬영시설을 갖춘 사극 종합촬영장이다. |
ⓒ 박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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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박물관 부안영상테마파크 안에 위치하고 있다. 전통의 부채부터 최근의 현대적 감각을 지닌 부채 등 다양다기한 부채가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여성누드 부채도 있어 눈길을 끈다. |
ⓒ 박태상 |
지나는 길에 들른 곰소항구는 '철지난 바닷가' 같은 느낌을 주었다. TV뉴스에 나오는 중국 어선들의 융단폭격 같은 싹쓸이 고기잡이로 인해서 우리의 서해 고기잡이 배들은 출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다만 관광객들이 곰소항 주변에 널려있는 젓갈 상점에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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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소항 곰소는 드넓은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과 근해에서 나는 신선한 어패류를 발효한 젓갈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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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소사 경내의 ‘천왕문’ 남방 증장천왕, 서방 광목천왕, 동방 지국천왕, 북방 다문천왕의 네 천왕이 우리부리한 눈으로 관람객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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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소사 ‘여기에 들어오시는 분은 모든 일이 소생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혜구 두타스님의 원력에 의해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삼층석탑과 대웅보전이 눈에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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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소사 ‘전나무 숲’ 절 진입로에 들어서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양편에 전나무와 활엽수가 도열한 숲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전나무 특유의 향내음은 속세에 찌든 때를 씻어내기에 적격이다. 마침 한 분의 승려가 내소사를 향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
ⓒ 박태상 |
남방 증장천왕, 서방 광목천왕, 동방 지국천왕, 북방 다문천왕의 네 천왕이 우리부리한 눈으로 관람객들의 속마음을 훑어보는 듯 겁박 지르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속세의 인간은 죄를 짓지 않아야 연옥으로 빠지지 않고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명해주는 것이리라. 내소사의 보물은 모두 세 가지인데, 보물 제278호 법화경절본사본만 전주시립박술관에 위탁보관하고 있고, 나머지는 직접 볼 수 있다. 대웅보전과 고려동종이 보물이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을 좌우로 모시고 있다. 천장의 화려한 장식과 연꽃, 국화꽃을 가득 수놓아 화사한 꽃반을 생각나게 하는 문살이 눈길을 끈다. 보물 제277호인 고려동종은 원래 내변산에 있는 청림사에서 고려 고종 9년에 만든 것으로, 조선 철종 원년인 1850년에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종을 매다는 고리에는 용을 새겼고, 종 가운데에 세 분의 불상을 조각하였다. 표면의 묘사수법이 정교하고 사실적이라는 점이 고려범종의 특징을 보여준다.
내변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은 약수터에서 입을 해갈하고 전나무 숲을 걸어내려와 주차장으로 갔다. 막상 부안을 떠나 김제로 향하려고 하니 마음이 횡한 것이 무엇인가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시간이 없어서 <반계수록>의 저자 실학자 반계 유형원 선생 유적지를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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