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주전 교체? 며느리·시아버지 충돌 늘었다

최윤아 기자 입력 2015. 8. 11. 03:10 수정 2015. 8. 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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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상담자들이 꼽는 불만, 媤家문제가 고부갈등의 3배 조기 은퇴로 한가해진 媤父.. 아들 부부에 잔소리 많아져 자기 주장 강한 며느리들은 대놓고 싫은 기색하며 마찰

직장인 김모(여·33)씨는 지난 6월 결혼한 지 10개월 만에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함께 사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저녁상을 차린 김씨에게 반찬 타박을 자주 하던 시아버지가 '친정 엄마도 이렇게 요리하느냐'고 하는 바람에 부부관계가 파국을 맞았다. 화를 참지 못한 김씨가 시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냉장고 속 반찬을 죄다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김씨는 "남편은 '당분간 아버지를 누나가 모시게 하겠다'며 달래지만 이혼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 이모(여·30)씨는 석 달째 시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이씨는 결혼 후 거의 매주 서울 동대문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강동구 시부모 집에 문안 인사를 다녔다. 하지만 지난 5월 문안 인사를 한 주 빼먹었는데 시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냈다. 울컥해 그 뒤로 시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는 이씨는 "각종 모임으로 바쁜 시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별 신경을 안 쓰는데 시아버지는 안부 전화나 문안 인사에 집착한다"고 했다.

예부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고부(姑婦) 갈등' 못지않게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구부(舅婦) 갈등'이 가정 불화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각종 여성 커뮤니티에는 시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글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최근엔 시아버지가 며느리와의 갈등을 이유로 아들에게 이혼을 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장은 "최근 상담 사례 범주에 기존 '고부 갈등' 외에 시어머니를 제외한 '시가(媤家)와의 갈등' 항목을 추가했다"며 "시가와의 갈등 사례의 상당수가 시아버지·시누이와의 갈등이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한 사례 가운데 '시가와의 갈등' 탓에 이혼을 고려한다는 여성은 45명으로 '고부 갈등'을 이혼 사유로 뽑은 여성(14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남성들의 은퇴 시기가 빨라진 게 '구부 갈등'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남성의 평균 은퇴 나이는 53세였다. 반면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은퇴 이후 한 번이라도 재취업에 성공한 60대 남성은 19%, 70대 이상은 13%에 불과했다. 각종 부녀자 모임에 참가하며 여가 활동에 활발한 시어머니와 달리, 은퇴 이후 사회 활동이 줄어든 시아버지들이 아들 내외의 결혼 생활에까지 관심을 쏟으면서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며느리와 잦은 갈등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결혼한 아들을 둔 이모(여·57)씨는 "요즘 시어머니 사이에선 '아들 집 가서 냉장고 열어보는 시어머니는 최악'이란 말이 있다"며 "이런 얘기를 들을 기회가 적다 보니 며느리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는 소리를 남편이 자꾸 하더라"고 했다.

과거와 달리 자녀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버지들이 신세대 며느리와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조 부장은 "과거에는 무뚝뚝하면서 속정 깊은 아버지가 미덕이었지만, 요즘엔 자녀가 어려서부터 관심을 쏟아온 아버지가 많아졌다"며 "며느리 입장에서는 이런 자상한 아버지를 '간섭 많은 시아버지'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웃어른을 대하는 데 서툴고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며느리들도 구부 갈등을 유발한다는 게 시아버지들의 이야기다. 며느리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장모(60)씨는 "손자를 자주 보고 싶어 차로 10분 거리에 집까지 장만해줬을 땐 좋아하던 며느리가 막상 주말에 손자를 보러 가면 뚱하니 싫은 내색을 하는데 기가 찬다"고 했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고등교육을 받고 경제력을 갖춘 '할 말은 하는' 며느리가 늘어나면서 순종적인 며느리를 기대하는 시아버지와 자주 부딪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부 갈등이 늘자 최근엔 아예 자식 결혼 전부터 결혼 정보업체에 며느리의 조건을 제시하는 예비 시아버지도 늘고 있다. 결혼 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신랑 쪽 아버지가 회사를 직접 찾아와 며느리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상담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며 "대개 '결혼 후 시부모와 가까이에 사는 걸 꺼리지 않는 여성' 등의 조건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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