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숨은 칙 코리아

2015. 8.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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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9일 일요일. 인사이드 아웃.#170 Chick Corea Elektric Band 'Inside Out'(1990년)
[동아일보]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의 1990년 앨범 ‘Inside Out’.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사운드트랙은 영상과 별개로 또 다른 역작이다.

인간의 다섯 감정을 저마다 다른 외모와 성격을 지닌 캐릭터(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로 형상화해낸 영상과 스토리만큼이나 대단한 작품. 사운드트랙 앨범의 두 번째 곡 ‘Team Building’은 좋은 예다. 매우 낮은 음을 내는 관악기 튜바의 축 처지는 연주로 ‘슬픔이’를 등장시킨 다음 애잔한 멜로디와 질주하는 악곡으로 다섯 감정의 아우성을 스케치한다. 색채감을 주는 기타, 드럼, 우쿨렐레, 비브라폰, 신시사이저의 들고남은 24곡에 걸쳐 치밀한 무대연출처럼 펼쳐진다. 쾌활하되 우수에 젖은 주제부 역시 인상적이다.

매우 섬세한 사운드트랙 작업을 해낸 마이클 자키노(Michael Giacchino)는 요즘 가장 바쁜 음악감독이다. 애니메이션 ‘업’(2009년)으로 아카데미와 그래미를 휩쓴 그의 올해 개봉작만 해도 ‘인사이드 아웃’ ‘쥬라기 월드’ ‘주피터 어센딩’ ‘투모로우 랜드’….

‘인사이드 아웃’의 숨은, 또 다른 사운드트랙이 있다. 무려 25년 전에 만들어진 예언적 작품. 재즈 거장 칙 코리아가 이끈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의 1990년작 ‘Inside Out’ 말이다. 음반 표지는 공교롭게도 극중 라일리의 머릿속 생각공장 풍경과 비슷하다. 오색의 기하학적 구조물 사이로 추상화된 캐릭터들이 분주히 뛰어다닌다.

스물다섯 살 이전에 내가 재즈를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명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혼란의 음악은 무수한 긴장음과 복잡한 화성으로 건축돼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서울처럼. 쾌적한 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을 맺지만 늘 외로운 사람. 빠르게 지나가는 세련된 야경을 향해 차창에 기댄 그 사람에게 맺히는 어떤 엷은 파랑처럼 알 수 없는 감정. 그와 같은 음악.

일렉트릭 밴드의 ‘Inside Out’에서 코리아(피아노, 펜더로즈)는 프랭크 감발리(기타), 에릭 매리엔설(색소폰), 존 패티투치(베이스), 데이브 웨클(드럼)의 연주와 다섯 감정처럼 조화하고 불화하며 인상적인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다음 달 15일엔 웨클이 내한공연을 하는구나.

여기, 재즈를 즐겨 듣는 무척 고상한 취향의 어른이 있다. 한때 아이였던 그는 망각의 계곡 아래로 영원히 사라진 기억들을 아주 추상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복원하려 애쓰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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